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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레스 에티오피아 총리 서거 위로 서한2012.09.01 | N0.714

아젭 메스핀 여사님,

 

멜레스 제나위 총리의 갑작스런 서거 소식에 애통함을 금치 못하며,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을 대표하여 여사님을 비롯한 유가족, 그리고 에티오피아 국민들에게 깊은 애도와 위로의 뜻을 전합니다.

 

총리께서 에티오피아의 경제성장을 본격적으로 일궈나가는 가운데 돌아가셔서 더욱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세계는 에티오피아뿐 아니라 아프리카의 지도자, 나아가 개도국을 대표하는 지도자를 잃었습니다.

 

총리께서는 20세의 젊은 나이에 학업을 중단하고 에티오피아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향한 투쟁에 몸 바친 이래 에티오피아 역사에 영원히 빛날 수많은 족적을 남겼습니다.

 

총리의 지도 아래 에티오피아 역사상 처음으로 자유민주주의의 기반이 확고히 닦였습니다. 종교적으로도 이슬람교와 기독교가 서로 충돌 없이 평온하게 함께 살아가는 아름다운 전통이 더욱 깊어져, 세계의 본보기가 되었습니다.  특히 2004년 이래 두 자리 수 경제성장을 계속 일궈낸 것은 전례 없는 일이었습니다.

 

국제사회에서 아프리카를 대변하며 아프리카의 경제개발과 녹색성장을 위해 헌신한 일도 총리께서 남기신 큰 업적입니다. 2010년 서울 G20정상회의 때 총리께서는 저와 악수하면서 최빈국 개발 이슈를 제안해준 것에 대해 감사하며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그것은 에티오피아 개발에 대한 비원(悲願)이자, 아프리카 전체의 눈물이었습니다. 그 눈물 속에서 저는 에티오피아와 아프리카에 대한 총리의 사랑과 고뇌를 보았습니다.

 

총리께서는 에티오피아와 대한민국의 우호협력관계를 심화시키는 데도 크게 기여하셨습니다. 에티오피아는 한국전쟁 때 6,037명의 용사를 파병해준 형제의 나라입니다. 우리 국민들은 122명의 전사자를 포함한 모든 참전용사들의 희생에 대해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습니다.

 

총리의 요청으로 지난해 7월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에티오피아를 국빈 방문했을 때, 총리께서 한국인보다 한국의 경제개발을 더 많이 연구하시고 한국의 발전사를 누구보다 잘 아시는 것을 알고, 그 열정과 지식에 놀라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저는 참전용사 후손 300명을 한국에 초청하여 연수를 받게 한 다음 다시 에티오피아에 돌아가 조국 발전에 기여하도록 했습니다. 비록  작은 보답이지만, 이들이 멜레스 총리께서 뿌리신 개발의 씨앗을 더 큰 열매로 키울 역군이 될 것으로 믿습니다.

 

총리께서는 저와 우리 국민이 에티오피아를 더 잘 알고, 양국 국민 사이에 우호관계가 더욱 깊어지기를 바라셨습니다. 에티오피아를 방문했을 때, 나는 총리의 배려로 도시의 케베나 마을과 농촌의 가레아레라 마을에서 봉사활동을 했습니다.

 

케베나 마을에서는 제가 가지고 간 축구공으로 아이들과 축구를 하며 어울렸습니다. 그 아이들의 맑은 눈망울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아디스아바바 대학에서 젊은 학생들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기회도 가졌습니다. 그 시간은 제 생애에서 가장 소중한 순간이었습니다. 그곳에서 나는 에티오피아와 아프리카의 밝은 미래를 열어갈 제2, 제3, 아니 수많은 미래의 멜레스를 목격했기 때문입니다.

 

총리께서는 세계 지도자들 가운데 저와 가장 가까운 친구의 한 분이셨습니다. 2008년부터 불과 3년여 동안 국내외에서 여덟 차례 만남을 가졌고, 그때마다 에티오피아·아프리카·개도국의 발전과 세계 평화 문제, 그 밖의 모든 문제들에 대해 가슴을 터놓고 대화를 나눴습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를 통해 우리는 어느 누구보다 서로를 깊이 이해할 수 있었고, 두터운 우정을 쌓았습니다.

 

영원히 잊지 못할 개인적 추억도 있습니다. 지난해 에티오피아 방문을 마치고 떠나기 전, 총리와 여사님께서는 우리 부부를 위한 특별한 자리를 마련해 주셨습니다. 에티오피아의 유명한 전통 커피 "예가체프(Yirgacheffe)"에 대해 설명하면서 손수 커피 열매를 볶고 갈아서 직접 따라주며 작별을 아쉬워 하셨습니다. 저는 아직도 그 때 주신 커피를 마시고 있습니다. 그 때마다 커피향보다 더 그윽한 총리와 여사님의 마음을 떠올리곤 합니다.

 

총리께서는 에티오피아의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것처럼 제 마음에도 큰 자취를 남겼습니다. 제가 아디스아바바 대학에서 만났던 그 젊은이들이 있는 한, 그리고 도시와 농촌 마을에서 만났던 그 아이들과 국민들이 있는 한 멜레스 총리께서 품으신 꿈은 더 많은 사람들의 꿈이 되어 미래의 에티오피아를 발전으로 이끌어갈 것으로 확신합니다.

 

대한민국은 에티오피아와 맺은 모든 약속을 우리 국민이 다함께 힘을 모아 지켜나갈 것을 약속드립니다. 에티오피아에 대한 대한민국의 사랑은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소중한 친구의 마지막 길에 직접 함께하고 싶었지만 가지 못하게 되어 안타까운 심정을 전해드리며, 크나큰 슬픔 속에서도 여사님의 건강에 항상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2012년 9월 1일
대한민국 대통령 이  명  박

 

에티오피아연방민주공화국
총리 부인 아젭 메스핀 여사 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