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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회사에는 사장실이 없다이명박 | 2018.01.08 | N0.151

그 회사에는 사장실이 없다

 

대기업 회장들을 만나기 닷새 전인 201098일에는 중소기업 대표들과 조찬 간담회가 있었다. 나는 취임 초부터 중소기업 발전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졌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무역협회 등 기존의 경제4단체에 중소기업중앙회를 넣어 경제5단체를 만든 것도 그 일환이었다.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김기문 로만손 회장이 맡고 있었다. 김회장은 우리 정부의 정책 수립에 직접 참여했고, 대기업·중소기업의 동반성장에도 크게 기여했다. 또한 중소기업 상품을 전용으로 파는 TV 홈쇼핑을 건의하는 등 중소기업 경영 혁신과 일자리 창출에 큰 역할을 했다. 이날 중소기업 활성화를 위한 여러 가지 의견을 들었다. 간담회가 끝날 무렵 나는 중소기업 대표들에게 이야기했다.

 

내가 이 한마디는 꼭 해야겠어요. 예전에 일본 기업들이 한국 중소기업 제품을 구입한다고 해서 전국의 중소기업을 함께 다닌 적이 있어요. 모두 돌아본 후 일본 기업인이 내게 직원이 2030명 있는 중소기업을 가보니 직원들이 일하는 곳보다 사장 혼자 쓰는 방이 더 커서 놀랐다고 하는 겁니다. 사장 방에는 골프 트로피와 각종 상패가 줄줄이 걸려 있다고 했습니다. 이래서야 무슨 경쟁력이 있겠어요?”

 

이어 나는 중소기업 대표들에게 구미의 아사히글라스 한국 지사를 방문한 경험을 이야기했다. 아사히글라스는 일본 회사로 유리와 세라믹 부문 등에서 세계시장의 70퍼센트를 점유하고 있는 회사였다.

 

아사히글라스를 방문했을 때, 나는 사장의 안내로 공장 곳곳을 둘러본 뒤 사장실에서 차 한 잔 하자고 했다. 그러자 사장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머뭇거렸다. 재차 이야기하자 마지못해 나를 사장실로 안내했다.

 

사장실에 들어선 나는 깜짝 놀랐다. 그 방에는 손님이 앉을 공간이 없었다. 좁은 방에 사장이 앉는 책상과 의자가 놓여 있고, 회의 테이블 위에는 설계도면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사장이 없는 동안직원들이 들어와서 회의를 해서 그렇다고 설명했다. 차를 내오는 비서도 따로 없어 사장이 한 직원에게 미안한데 대통령께서 오셨으니 차를 가져오라고 부탁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우리 중소기업들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재고하게 됐다. 아사히글라스 이야기를 들려준 후 나는 중소기업 대표들에게 말했다.

 

제 이야기가 좀 거슬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여러분 수고많습니다. 고생 많죠?’라는 얘기만 하면 뭐하겠습니까? 나는 여러분 편입니다. 그래서 때로는 뼈아픈 지적도 해서 서로 잘 되도록 하자는 겁니다.”

 

대기업 회장들과 중소기업 대표들 모두에게 아픈 이야기를 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문제가 거론될 때면 서로를 탓하며 협력보다는 갈등을 빚는 경우가 많았다. 동반성장이 구호로 그치지 않고 공정사회의 기틀로 작용하려면 양측이 상대보다는 자신의 문제를 먼저 돌아볼 필요가 있었다.

 

 

 

 

경제장관들도 반대한 동반성장

 

2010929일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중소기업 동반성장추진대책을 발표했다. 그해 12월에는 동반성장위원회를 발족하고 정운찬 전 총리를 초대 위원장으로 선임했다.

 

위원회는 대기업별로 동반성장지수를 산정해 관심도를 높였다. 또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선정해 대기업의 진입을 억제토록 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는 과거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에서 유래한 것이다.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는 중소기업청장이 정하는 업종에 대기업의 진입을 법으로 막는 강력한 제도였다. 그러나 글로벌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2006년 폐지됐다.

 

진보정권에서 폐지된 제도를 보수정권이 부활시키는 데 대해 경제부처 장관들과 참모들의 이견도 있었다. 경제 논리대로라면 그들의 주장이 합당했지만 그만큼 동반성장에 대한 내 의지는 강했다.

 

그 밖에 동반성장위원회는 대형 소프트웨어 기업과 기업소모성자재(MRO) 회사들의 정부 입찰 제한, 대기업이 중소기업에게 손해를 끼쳤을 경우 추가로 배상하게 하는 징벌적 손해보상제도, 백화점 납품 수수료 인하 등의 정책을 실행했다.

 

퇴임 후 중소기업대표단과 전통시장 상인대표단이 몇 차례 찾아와 함께 식사를 했다. 정부가 추진한 동반성장과 전통시장 활성화 정책으로 큰 도움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보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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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충웅 2018-01-08 06:2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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