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스 설립자본금은 김재정과 후지기공이 조달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MB가 이에 개입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2008년 2월 21일, 정호영 특검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 특검 사무실에서 ‘MB의 BBK와 도곡동 땅 및 다스의 실소유 의혹’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특검은 “다스의 지분 주식은 김재정씨와 이상은씨가 실제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설립자본금을 누가 조달했는지는 회사의 실소유주를 가리는 중요한 문제다. 다스의 주주명부에는 1987년 MB의 처남 김재정씨가 3억9600만원, 일본 부품업체 '후지기공'이 2억400만원의 설립자본금을 납입한 것으로 되어 있다. 특검은 자금추적을 통해 김재정 명의의 설립자본금이 MB가 아닌 김재정씨가 낸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정부에서 진행된 이번 재판에서 사법부는 특검과 정반대의 판결을 내렸다. 다스의 설립자본금을 MB가 냈다고 판단했다. 문제는 이번 판결에서 특검의 수사결과를 뒤엎을 그 어떤 객관적인 증거도 제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번 판결에서 증거로 채택된 것은 다스 전 사장 김성우씨의 추측성 진술이다. 김성우씨는 다스 설립자본금과 관련해 검찰에서 세 차례 진술했다. 세 번의 진술 모두 “설립자본금을 누가 보냈는지는 모르지만 정황상 MB가 보낸 것으로 생각한다”는 내용이다.
▲ 다스 설립자본금 관련 김성우 다스 전 사장 검찰진술.
김성우의 진술 중 MB에게 보고를 했다거나, MB로부터 자본금을 보냈다고 연락이 왔다는 진술은 확인될 수 없다. 그러나 자금 흐름은 은행의 실무과정이나 계좌거래내역을 통해 그 진위를 확인할 수 있다.
김성우의 진술을 토대로 자금흐름을 정리하면 다스 설립자본금 3억9600만원을 ▲MB가 서울에서 별단예금으로 송금하고, ▲김성우가 이 돈을 경주에서 다스 계좌로 이체한 후, 설립자본금으로 회계처리 했다는 것이다.
일단 김성우의 진술 중 ▲MB가 서울에서 별단예금으로 송금했다는 내용은 허위진술이다. 은행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별단예금은 은행이 내부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만드는 가계좌로, 계좌번호도 없고 입출금이나 송금도 불가능하다.
또한 변호인단은 재판과정에서 김성우의 나머지 진술도 허위임을 입증할 증거를 찾아 법정에 제출했다. 30년이 넘게 지난 일이라, 은행에는 다스 설립 당시의 계좌거래 자료가 거의 납아 있지 않았지만, 변호인들의 끈질긴 노력 끝에 하나은행으로부터 다스 설립 당시의 계좌거래내역을 송부받을 수 있었다.
▲ 설립당시 다스 자본금 통장 거래내역.
위 사진의 계좌거래내역 중 3번 항목(파란색 박스)이 김재정 명의의 설립자본금 계좌거래 내역이다. 거래내역을 보면 입금내역이 ‘자기앞’, 거래점이 ‘여의도금융센터’로 표기되어 있다. 누군가 다른 사람이 송금을 할 경우 송금자의 이름이 표기되는 적요란은 비어있는 상태다.
이 계좌거래내역으로 볼 때 ▲김성우가 이 돈(설립자본금)을 경주에서 다스 계좌로 이체한 후, 자본금으로 회계처리했다는 진술이 거짓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하나은행 계좌 거래내역을 보면 김재정 명의의 자본금이 ‘경주에서 다스 통장으로 이체’된 것이 아니라, ‘서울 여의도금융센터 하나은행지점에서 자기앞수표로 다스 통장으로 입금’됐기 때문이다.
제3의 계좌로 자본금을 납입 받아 경주에서 다스 계좌로 이체해 자본금 처리를 한 것은 후지기공의 자본금 2억400만원이다. 위 계좌거래 내역 2번 항목이 후지기공 자본금인데, 거래점이 경주로 되어 있고, 입지내역이 대체로 되어 있어 특정계좌에 입금된 돈을 경주에서 다스 계좌로 이체해 자본금으로 처리됐음을 알 수 있다.
▲ 이번 재판에서 나온 김성우 진술은 객관적 증거에 의해 대부분 허위로 확인됐다.
다른 정황으로 볼 때도 '김성우 진술'은 납득하기 어렵다. 당시 MB는 계동의 현대건설 사옥에서 근무하며 사옥 1층의 하나은행 계동지점을 거래했다. MB가 입금을 했다면 계동지점에서 입금을 하지 여의도까지 가서 할 이유가 없다.
또한 MB가 자기앞수표를 발행했다면 거래은행인 하나은행에서 발행했을 것이다. 하나은행에 하나은행 자기앞수표가 입금될 경우 입금내역은 ‘자기앞’이 아닌 ‘현금’으로 표기된다. ‘자기앞’으로 표기됐다는 것은 다른 은행의 자기앞수표가 입금됐음을 의미한다. 즉 여의도금융센터지점에서 입금된 자기앞수표는 MB가 발행한 것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하나은행의 계좌거래내역에 부합하는 진술은 따로 존재한다. 바로 다스 주주명부 상 설립자본금을 낸 것으로 되어 있는 김재정의 2008년 특검진술이다.
▲ 다스 설립자본금 관련 김재정의 2008년 특검 진술 내용
김재정은 2010년 사망해서 이번 검찰조사는 받지 않았다. 다만 2008년 특검조사 당시 진술한 내용이 남아있다. 이상은이 여의도에 사무실을 내고 다스 창업준비를 할 때, 다스 설립자본금 3억9600만원을 본인이 냈다는 진술이다. 특검 수사 자료에 의하면 김재정은 당시 신한은행을 거래하고 있어 다스 통장의 입금내역에 ‘자기앞’이라고 표기된 이유도 설명된다.
이처럼 다스 설립당시 하나은행 계좌의 거래내역과 비교하면, 김성우의 검찰진술은 전혀 일치하지 않는 반면, 김재정의 특검진술은 정확히 일치한다. 누가 봐도 다스 설립자본금은 김재정이 낸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다스 설립자본금을 MB가 냈다고 판결했다. 판결문에 쓰여진 판단근거는 법적으로나 상식적으로나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다. 재판부는 ▲김성우는 MB가 직접 송금하였다고 진술한 바 없으며, ▲별단예금은 송금자를 알지 못한다는 경위설명 과정에서 나온 착오로 보이고, ▲송금자가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하나은행 계좌거래내역과 일치하므로, 다스의 설립자본금은 MB가 냈다는 것이다.
재판부 스스로 김성우는 다스의 설립자본금을 누가 냈는지 모른다고 하면서 김성우의 진술을 근거로 다스 설립자본금을 MB가 냈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