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재판의 진실
HOME > 함께 만드는 이슈 > MB재판의 진실
⑪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다스 실소유주강훈 | 2023.01.13 | N0.15
“회사에서 몇 번 마주쳤을지는 몰라도 내가 알 수는 없지. 나중에 형님을 도와 다스 설립작업을 하게 됐다고 인사하기에, 그때 이런 사람이 회사에 있었구나 하고 알았지.”

피소되고 얼마 후 MB를 접견한 자리였다. 현대건설 재직 시절 김성우를 알고 계셨느냐고 묻자 MB의 대답이었다. MB의 말을 듣고 나는 김성우의 진술 내용을 찾아봤다. 김성우 역시 검찰 조사에서 MB와 비슷한 취지의 진술을 했다.

검사가 김성우에게 ‘MB가 신임하여 다스 대표직을 맡겼던 것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을 했다. 그러자 김성우는 “MB가 나를 신임했는지 여부는 잘 모르겠고, 현대건설에 있을 때 같은 층에서 일했던 것은 맞다”고 대답했다.


▲ 2018년 1월24일 김성우가 검찰에서 진술한 MB 관련 내용 중 일부.

당시 현대건설에서 김성우의 직급은 부장이었다. 현대건설 회장이었던 MB와 김성우가 업무적으로 마주할 일은 거의 없었다. 같은 층에 있었더라도 MB는 비서실이 딸린 회장실에서 근무했다. 오가면서 서로 마주칠 일도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옳다.

두 사람 사이에 왕래가 있었다면 개인적 친분의 결과였을 것이다. MB와 친분이 있었다면 김성우는 검찰 조사에서 그 사실을 이야기했을 것이다. 그러나 김성우가 진술한 내용은 같은 층에 근무했다는 것이 전부다. 즉, 두 사람 사이에는 어떤 친분도 없었던 것이 확실하다.

이 같은 내용을 확인하고 의문은 더욱 깊어졌다. 검찰은 공소장에 ‘MB가 회사 몰래 다스를 설립하기로 마음먹고, 당시 현대건설 관리부장이던 김성우를 불러 “내가 자동차부품회사를 설립하려고 하니 가서 일하라”고 지시했다’고 적었다.

공소장 내용은 김성우의 진술을 근거로 한 것이었다. 앞뒤가 맞지 않았다. MB가 회사 몰래 다스를 설립하고자 했다면 비밀을 지킬 수 있는 믿을 만한 사람에게 그 일을 맡겼을 것이다. 그러나 김성우는 자신을 잘 알지도 못하는 MB가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을 불러 비밀을 털어놓고 일을 맡겼다고 주장했다.

MB가 일을 그런 식으로 허술하게 할 리 없다. 김성우가 허위 진술을 한 것은 분명했다. 그렇다면 김성우가 어떤 계기로 현대건설을 그만두고 다스 설립작업을 하게 되었는지 의문이 남았다. 자료를 더 살펴봤다. 그 답은 2008년 특검이 수사한 내용에 나와 있었다.

다스 설립 당시 설립자본금을 낸 김재정은 특검 조사에서 김성우를 뽑은 이유를 진술했다. 김재정은 '설립자본금은 자신이 냈지만 다스 업무에 관여할 형편이 못되어 현대건설 입사동기인 김성우를 추천해 이상은의 다스 설립작업을 돕게 했다'고 진술했다.

김성우 역시 2008년 특검 조사 때는 김재정과 비슷한 진술을 했다. 1985년경 김재정으로부터 같이 회사를 설립해 운영해보자는 권유를 받고 현대건설을 퇴사했다는 내용이다. 또한 김성우는 MB가 다스를 설립했다면 자신이 아닌 현대자동차 출신을 썼고, 다스 명의도 형이나 처남 앞으로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 2008년 2월 김재정씨와 김성우씨가 특검에서 한 진술 내용 중 일부.

경험칙(經驗則)상 2008년 특검에서 김재정과 김성우가 한 진술이 이번 검찰 조사에서 김성우의 진술보다 실체적 진실에 가까움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MB가 김성우를 불러 다스 설립을 지시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판단 근거를 “김성우가 친분이 있는 사이도 아니었던 이상은의 지시 또는 권유로 현대건설을 퇴사한 후, 신생 기업인 다스에서 일하기로 결정하였다는 것은 쉽사리 이해하기 어렵다. 반면 다스 설립에 관한 MB의 지시가 있었다면 김성우는 이를 거스르기 어려웠을 것이고”라고 적었다.

황당한 판결이 아닐 수 없다. 김성우가 이상은의 지시 또는 권유로 현대건설을 퇴사했다는 주장은 변호인단은 물론 그 누구도 한 적이 없다.

다만 김성우가 친분이 있는 김재정의 권유로 다스 설립에 참여하게 되었다는 내용은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2008년 특검 자료에 있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김성우와 이상은이 친분이 없다는 근거로 엉뚱한 판결을 내린 것이다.

또한 MB 지시가 아니었다면 김성우가 현대건설이라는 좋은 직장을 그만두고 다스로 갈 이유가 없다는 식의 재판부의 논리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때나 지금이나 대기업에 다니는 수많은 사람이 여러 가지 이유로 회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지 않는가!

결국 재판부는 증거조차 제대로 보지 않은 채 엉터리 판결을 내린 것이다. 아마도 재판부는 다스 설립 당시 김성우와 함께 현대건설을 그만두고 다스 설립에 참여한 안OO의 진술을 혼동하여 이 같은 판단을 내린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안OO는 검찰 조사에서 현대건설에 근무할 때 윗사람의 지시로 이상은을 세 차례 정도 만나 일을 도와줬고, 그 후 윗사람의 권유와 강요로 다스 설립작업에 참여했다고 진술했다. 또한 퇴사 당시 자신은 물론이고 권유를 한 윗사람조차 이상은이 MB의 형이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진술했다.


▲ 2018년 1월 다스 설립에 참여한 안모씨의 검찰 진술 내용 중 일부.

그런데 안OO의 진술을 보더라도 다스 설립은 MB가 아닌 이상은이 주도한 사실을 알 수 있다. MB가 다스 설립을 주도했고, 이상은은 거의 역할하지 않았다는 김성우의 진술과 완전히 배치되는 내용이다.

김성우는 검찰 조사에서 다스는 MB가 김재정의 명의를 빌려 1987년 차명으로 설립했다고 진술했다. 이후 1995년 MB가 김재정을 견제하는 차원에서 차명주주로 이상은을 추가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진술이 앞뒤가 맞기 위해서는 다스 설립 당시 이상은의 역할은 없어야 한다.

그래서인지 김성우는 검찰 조사 초기 다스의 서울사무실 존재를 부인했다. 단지 MB의 지시로 자신이 경주에 내려가 만든 사무실이 유일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진술과 객관적 물증을 통해 이상은이 1985년부터 서울에 사무실을 만들고 다스 설립작업을 했던 사실이 입증됐다.

안OO는 검찰 조사에서 이상은이 독산동 사무실에서 다스 설립작업을 하다, 여의도로 사무실을 옮겼다는 내용을 진술했다. 이 내용은 다스 설립 당시 이상은이 여의도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창업 준비를 했다는 김재정의 특검 진술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렇게 증거가 나오자 결국 김성우도 검찰 조사에서 진술을 번복해 여의도 사무실 존재를 인정했다. 문제는 그로 인해 이상은이 다스 주주가 된 것은 1995년 김재정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며, 1985년 다스 설립작업에 이상은의 역할이 없었다는 김성우의 진술은 허위라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같은 중요한 진술번복도 그저 ‘착오’일 뿐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다스 설립 준비를 한 사무실 소재지에 대한 김성우의 진술이 번복되었으나, 사무실 소재지에 대해 허위 진술을 할 이유가 없다. 위 진술 번복은 착오로 인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다스의 설립 과정은 검찰이 재판부에 제출한 8만 페이지의 증거 속에 나와 있다. 그 내용을 바탕으로 다스 설립 과정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사돈지간인 이상은과 김재정은 각자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수주를 위해 현대건설을 드나드는 과정에서 서로 가까워졌다. 그러던 중 이상은은 현대자동차가 부품 국산화정책에 따라 부품업체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다스 설립을 결심했다.

그러나 자신의 돈이 김재정과 함께 산 도곡동 땅에 묶여 있어 일단 김재정의 돈으로 다스를 설립했다. 김재정은 설립자본금을 냈지만 자신의 사업이 바빠 다스 일에 관여할 수 없었다. 그래서 현대건설 입사 동기로 알고 지내던 김성우를 추천해 이상은을 도와 다스 설립작업을 하도록 했다.

이상은은 서울 여의도에 다스 사무실을 만들고 설립작업을 했고, 김성우는 다스 공장이 지어질 경주에 내려가 실무를 봤다. 그렇게 1987년 다스가 설립되고, 1995년 도곡동 땅이 팔리면서 이상은은 그 돈으로 다스 유상증자에 참여해 대주주가 됐다.

객관적 증거로 입증되는 이 같은 사실에도 재판부는 MB가 1987년 김재정 명의를 빌려 다스를 설립한 후, 1995년 김재정을 견제하는 차원에서 이상은을 차명주주로 추가 등록시켰다는 김성우의 진술을 근거로 엉터리 판결을 내렸다.

-계속-
  • facebook
  • twitter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