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재판의 진실
HOME > 함께 만드는 이슈 > MB재판의 진실
⑬ 도곡동땅은 누구의 것인가?강훈 | 2023.01.13 | N0.13
2008년 특검은 도곡동땅 매입자금이 김재정·이상은 두 사람으로부터 나온 것을 확인했다. 이 같은 수사결과를 근거로 특검은 도곡동땅 실소유주는 MB가 아닌 이상은·김재정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번 MB재판에서는 도곡동땅 매각대금의 사용처도 밝혀졌다. 김재정 몫의 매각대금은 김재정과 부인 권영미가 모두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재정 몫 중 MB가 사용한 돈이 한 푼도 없다는 사실은 검찰과 재판부가 모두 인정했다.

이상은 몫의 매각대금은 이상은의 아들 이동형이 대부분 사용했다. 다만 이동형이 제출한 장부에 의하면 이상은은 도곡동땅 매각대금의 일부를 차용증을 받고 MB에게 빌려준 것으로 확인됐다. 이 돈은 MB가 퇴임 후 살고 있는 논현동 사저의 수리비 등으로 사용됐다.

이상은은 법정에서 돈을 빌려준 이유를 묻는 재판부의 질문에 “동생 덕분에 이정도 살게 되고, 집안에서 대통령이 나왔는데, 맏형인 내가 그 정도 돈도 빌려주지 못하냐”고 반문했다. 동생 덕분에 잘 살게 됐다는 말은 MB의 직접적인 도움이 없었더라도, 다스가 성장한 데에는 현대건설 회장, 서울시장, 대통령을 지낸 MB라는 배경이 크게 작용을 했다는 의미였다.


▲ 검찰이 제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도곡동땅 매각대금의 자금흐름.

이처럼 검찰이 제출한 증거상의 자금흐름을 살펴보면 도곡동땅의 실소유주가 김재정·이상은 두 사람이라는 사실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땅을 매입한 자금도 두 사람으로부터 나왔고, 땅을 매각한 돈도 두 사람이 모두 사용했다. MB는 이중 일부를 빌려 썼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법부는 ‘도곡동땅의 실소유주가 MB’라는 황당한 판결을 내렸다. 사법부는 판결문에서 김재정 몫과 이상은 몫을 분리해 판단근거를 제시했다. 김재정 몫의 도곡동땅 매각대금이 MB 것이라고 판결 내린 근거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사법부는 MB정부 시절 청와대 행정관이었던 제OO의 진술과 김재정의 부하직원이었던 최OO의 진술을 근거로 들었다.

제OO이 검찰진술에서 “2007년 2월경 ‘김재정이 도곡동땅 매각자금으로 주식투자를 하였다가 큰 손해를 보고, MB에게 들킬까봐 매우 걱정하였다’는 취지의 말을 전해 들었다”고 진술했다. 최OO은 “2007년경 ‘김재정이 MB에게 도곡동땅 매각대금 자금보고를 해야 하는데 투자 손해를 너무 많이 봐서 고민하고 있다’는 취지의 말을 전해 들은 사실이 있다”고 진술했다.

1심 재판부는 “도곡동땅 매각대금이 김재정 자신의 소유였다면 주식투자 손실을 MB에게 들킬까봐 걱정하거나 자금 보고를 할 이유가 없다”며 김재정 몫의 도곡동땅 매각대금의 실제주인은 MB라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이 같은 1심 재판부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사법부 판결이 '엉터리 판결'이라는 사실은 조금만 생각해 봐도 알 수 있다. 2007년 초의 상황을 고려하면, 왜 김재정이 도곡동땅 매각대금의 자금흐름을 MB에게 보고해야 했고, 또 주식투자로 손실을 입은 사실이 들킬까봐 걱정을 했는지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7년 초는 대선정국으로 BBK와 맞물려 도곡동땅 의혹이 쟁점화 되던 시기였다. 상대 진영에서는 “도곡동땅 매각대금이 BBK 자본금으로 흘러들어갔다”고 주장하며, 매각대금의 자금흐름을 추적해 각종 의혹을 제기하고 있었다.

이에 MB캠프에서는 도곡동땅 매각대금의 자금흐름도를 만들어 언론에 배포하며 거짓 의혹에 대응하는 상황이었다. MB캠프에서 도곡동땅 매각대금의 자금흐름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당연히 김재정과 이상은으로부터 매각대금의 용처를 확인해야 했다. 즉 김재정이 도곡동땅 매각대금의 용처를 MB에게 보고한 이유는 도곡동땅이 MB 것이기 때문이 아니라, 네거티브 대응 차원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다.

또한 김재정이 주식투자 손실이 알려질까 봐 걱정한 이유도 알 수 있다. 상대 진영에서는 도곡동땅 매각대금의 자금흐름에 작은 문제라도 있으면 그것을 꼬투리 잡아 MB에게 맹공을 펼치던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김재정이 그 돈으로 수십억 원에 달하는 주식투자 손실을 입는 대형 사고를 쳤으니, 그 사실이 알려질까 전전긍긍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사법부는 이 같은 사실을 무시한 채, 상상력만으로 현실과 동떨어진 소설 같은 판결을 내린 것이다.


▲ 고 김재정 씨의 아내 권영미 씨가 2019년 1월 11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직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뉴데일리

또한 재판부는 “김재정이 사망할 무렵 도곡동땅 매각대금이 들어있는 현대증권 계좌 잔액이 약 62억 원 상당이었는데, 그럼에도 김재정 부인 권영미가 상속세 및 자금부족을 호소한 점에 비춰보면 권영미에게 처분권한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도곡동땅이 MB 것이라는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

나는 이 같은 판결을 보면서, 재판부가 가장 기본적 사실조차 확인을 하지 않고 판결문을 썼다는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권영미에게 부과된 상속세 금액만 확인했어도 이런 엉터리 판결은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김재정 사망 후 권영미에게 부과된 상속세는 440억 원에 달했다. 재판부가 언급한 현대증권 계좌 잔액 62억 원으로는 감당이 안 되는 금액이었다. 권영미가 상속 받은 재산의 대부분은 상장도 안 된 다스의 지분이었다. 비상장 주식이라도 물납을 통해 상속세를 낼 수 있는 방안은 있었지만, 평생 가정주부로만 살아온 권영미로서는 그 방법을 알 수는 없었다.

혼자 몸이 되어 의지할 데 없던 권영미는 집안어른으로 평소 믿고 따랐던 MB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자 MB가 청계재단 사무국장 이병모를 시켜 권영미의 상속세 물납 실무를 도와주도록 했다는 것이 권영미의 진술 내용이다. 권영미는 검찰조사 및 법정 증인신문에서 이 같은 내용을 증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사실 파악조차 안한 채 엉뚱한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병모가 권영미의 상속세 물납 실무를 도와준 데에는 이유가 있다. 원래 이병모는 김재정이 소유한 회사 '태영개발'의 직원으로 자금업무를 담당했다. 그러던 중 MB가 정치를 시작하면서 본인 소유의 강남 건물 3채의 운영을 김재정에 맡겼고, 김재정은 MB건물 3채 관리를 총괄하는 업무를 이병모에게 맡겼다.

그러던 중 2009년 MB는 이병모가 관리하던 강남 건물 3채를 출연해 청계재단을 설립했다. 청계재단은 일반 후원금은 받지 않고 건물 임대수익으로 장학사업을 하는 재단이다. 이에 따라 기존에 그 건물을 관리하던 이병모가 청계재단 사무국장직을 맡아 하던 일을 계속하게 된 것이다.

김재정이 사망한 후 권영미가 상속세 물납 실무처리를 이병모가 도와준 것은 이런 인연 때문이다. 상속세 440억 원 중 400억 원은 다스 지분으로 물납했고, 나머지는 40억 원은 도곡동땅 매각대금 등으로 납부했다.

남편으로부터 상속 받은 재산 내역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권영미는, 상속이 완료된 후에도 이병모로부터 지속적인 도움을 받았다. 이병모는 주식투자·세무 업무 등을 도와주며 정기적으로 그 내역을 권영미에게 보고했다.

하지만 이병모의 도움은 실무 차원 수준이었으므로 권영미는 자신의 재산이 수익성 있게 제대로 투자·운영되고 있는지를 몰라 불안한 상황이었다. 마침 MB가 퇴임한 후 이병모로부터 청계재단 실무를 보고받게 되자, 권영미는 이병모에게 자기가 보고받던 내용을 MB에게도 함께 보고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래서 이병모는 MB에게 청계재단 관련 업무를 보고할 때, 권영미의 현대증권 계좌 현황도 함께 보고를 했다.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이 보고 내용에는 권영미가 이 돈을 찾아 아이들 결혼자금이나 아파트 구입에 쓴 내용 등이 적혀있다.

이와 관련해서도 재판부는 MB가 보고를 받았다는 이유로 이 돈이 MB 것이라고 판단했다. 돈은 김재정과 권영미가 모두 사용한 것이 검찰이 제출한 증거로 입증됐는데도, 단지 보고를 받았다는 이유로 이 돈이 MB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 김재정 몫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 근거는 오류 투성이다. 핵심적 판단 근거와 실체적 진실.

이상은 몫의 도곡동땅 매각대금이 MB 것이라는 사법부의 판단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다. 이상은은 검찰진술과 법정증언에서 일관되게 MB에게 돈을 빌려줬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이 법정에 제출한 증거에는 MB가 이상은에게 돈을 빌리면서 쓴 차용증과, MB에게 돈을 대여한 것으로 적시되어 있는 장부가 포함돼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법부는 이상은 몫의 도곡동땅 매각대금이 원래 MB 것이기 때문에 돈을 가져다 쓴 것이라고 판단했다. 객관적인 물증과 그에 부합하는 진술은 무시한 채, 주변인들의 불확실한 추측성 진술을 근거로 이런 엉터리 판단을 내린 것이다.

사법부가 이처럼 무리한 판결을 내린 데에는 이유가 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도곡동땅 매각대금 중 22억 원이 다스 자본금으로 납입됐다. 즉 다스가 MB 것이라고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도곡동땅도 MB 것이라는 전제가 성립돼야 한다. 따라서 객관적인 사실을 철저히 외면한 채, 온갖 상상력까지 발휘하며 소설같은 판결을 내린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 계속 -
  • facebook
  • twitter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