⑭ 이시형 다스 승계.. 허위 피의사실 공표강훈 | 2023.01.13 | N0.12
형사재판은 검사와 피고 측 쌍방 간의 법정공방을 통해 진실을 가린다. 그러나 재판이 시작되기 전에는 피의자에게 반론의 기회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 검찰이 주관적인 피의사실을 일방적으로 공표함으로써 유죄를 추단케 하는 행위, 즉 피의사실공표는 재판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저해한다.
대한민국 형법은 피의사실공표 행위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는 중죄로 규정한다. 하지만 피의사실공표는 1953년 형법이 제정된 이후 수십 년간 관행처럼 계속되어 왔고, 그로 인해 처벌받은 검사나 수사관은 단 한명도 없다.
최근 여권 인사들이 수사를 받게 되자 문재인 정부는 검찰의 피의사실공표를 문제 삼아 대책을 세우겠다고 나섰다. 집권 초기 적폐청산이란 명목 하에 피의사실공표를 그 어느 정부보다도 정치적으로 악용하던 모습을 생각하면 ‘내로남불’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MB수사는 피의사실공표로 시작해 피의사실공표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사과정에서 검찰이 공표한 것으로 보이는 기사는 비슷하거나 중복된 기사를 제외하고 추려도 수백 건에 이를 정도다. 검찰은 입맛에 맞는 내용을 골라 수사과정을 거의 생중계를 한 셈이다.
문제는 공표된 피의사실의 대부분이 재판과정에서 허위 또는 사실을 왜곡한 것으로 밝혀졌다는 점이다. 그러나 수많은 언론보도로 인해 여론재판은 이미 끝나 있었고, 그로인해 사법부도 여론에 밀려 억지로 꿰맞춘 엉터리 판결을 내렸다.
다스 실소유 문제에 있어서도 그런 대표적 사례가 있다. 바로 MB 아들 이시형에 대한 다스 경영승계 관련 의혹이다.
2017년 11월, JTBC를 비롯한 언론들은 일제히 다스 하청업체 ‘다온’이라는 회사에 대해 보도를 했다. 다온은 연매출 600억 원, 영업이익이 10억 원이 넘는 400억 원짜리 알짜 기업인데, 이시형이 그런 다온을 단돈 100만원에 매입했다는 내용이다.
다스는 이시형이 매입한 다온에 물량을 밀어주고, 그것도 모자라 저리로 수십억 원을 대출해줬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언론들은 MB가 다온을 통해 이시형에게 다스를 우회승계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 2017년 11월, JTBC가 제기한 이시형씨의 다스 경영승계 관련 의혹 보도는 왜곡된 내용이었다.ⓒ사진=JTBC캡처
그러나 이 같은 보도는 검찰의 수사 결과 중 일부만을 추려 교묘하게 사실을 왜곡한 내용이다. 당시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사실은 다온이 자본이 모두 잠식되고, 327억 원의 부채를 갚지 못해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도 거절당하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즉 이시형은 언론보도처럼 알짜배기 회사를 헐값에 인수한 것이 아니라, 빚더미에 오른 깡통회사를 수백억 원의 빚을 모두 떠안는 조건으로 100만원에 인수한 것이다. 이시형이 이처럼 다온을 인수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이시형은 2010년 다스에 입사했다. 현직 대통령의 아들로서 다른 회사로 갈 경우 여러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한 결과였다. 큰아버지의 회사인 다스로 갈 경우 그 같은 문제는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 다스에 입사했다.
이시형 입사 당시 다스의 실세는 이상은의 아들 이동형이었다. 이동형은 서울에서 사업을 하다가 2008년 3월 다스에 관리본부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5개월 만에 상무이사로 승진한 뒤, 경영지원본부장·전무이사를 거쳐 부사장 겸 경영기획실장으로 초고속 승진을 했다. 전형적인 오너 아들의 경영자 교육코스를 밟은 것이다.
전문경영인 출신 다스 사장 강경호도 회사의 중요한 의사결정은 이동형과 상의해 결정했다. 그렇게 승승장구 하던 중, 다스 노조가 이동형의 개인비리를 밝혀내 이슈화시키면서, 이동형은 다스 아산공장 공장장으로 좌천됐다.
당시 이시형은 직급은 이동형이 맡고 있는 경영기획실의 차장이었다. 그러다 이동형이 좌천되면서 이시형은 경영기획실장직을 거쳐 전무로 승진하게 됐다. 즉 이시형이 다스의 요직을 맡을 수 있었던 것은 다스가 MB 것이기 때문이 아니라, 오너의 아들 이동형이 개인비리로 좌천된 결과였다.
그 같은 상황에서 다스의 협력업체 다온(변경 전 상호는 혜암, 이하 다온으로 통칭)이 부도위험에 처하는 문제가 생겼다. 다온은 다스의 핵심부품을 생산하는 하청업체로 납품이 중단될 경우 다스의 생산도 중단되는 중대한 상황이었다.
▲ 다온 인수 배경과 관련해 다스 직원 정모씨가 검찰에 진술한 내용.
다스는 다온을 인수할 다른 하청업체를 찾았으나 여의치 않자, 다온 사장 신OO에게 자금을 저리로 대출해 줄 테니 다온을 계속 운영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신OO는 다온을 운영할 생각이 없다며 다스가 부채를 모두 떠안고 다온을 인수해달라고 요구했다.
다스는 다온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그럴 경우 내부자거래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동형이 아산으로 좌천된 상황에서 이시형은 로열패밀리로서 이 문제를 떠안고 나섰다. 본인이 대주주인 회사 에스엠을 통해 부채를 떠안고 다온을 인수하기로 했다. 다스는 다온의 정상화를 위해 신OO 사장에게 지원하기로 했던 자금을 에스엠에게 지원했다. 이 같은 상황을 왜곡해 언론은 이시형의 다온 인수가 다스 우회승계 작업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이 검찰이 제출한 증거 및 진술에 모두 나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법부는 이시형의 다온 인수를 다스가 MB 것이라는 증거로 판결문에 인용했다. 그러나 우회승계라는 개념을 적용할 수 없다보니, 사법부는 이동형과 상의하지 않고 이시형이 다온을 인수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도대체 그것이 어떻게 다스가 MB 것이란 근거가 되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이시형의 경영승계 의혹과 관련한 또 다른 검찰의 피의사실공표 사례는 다스 지배구조개편 검토 관련 내용이다.
언론은 “검찰이 2010년 강경호 다스 사장이 외국의 M&A 전문가로부터 지배구조 개편안을 컨설팅 받아 이시형에게 보고한 정황을 확인했다”며 “이상은 회장의 지분 중 절반가량을 외국인 투자자에게 양도하고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해 이시형이 취득 행사함으로써 약 13%의 지분을 취득하게 하는 것이 골자”라고 보도했다.
또한 언론은 “이 계획은 MB가 다스의 실소유주라는 사실을 노출할 우려가 있어 실행되지 못했다고 검찰이 파악했다”고 부연했다.
▲ 강경호 다스 사장 검찰 진술, "키매니저는 이시형이 아니다"
이와 관련해 다스 사장 강경호는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다스 사장으로 부임한 후 다스의 상장 및 글로벌화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M&A 회사에 검토를 요청했을 뿐, 이시형을 위한 경영승계 작업은 아니라는 요지의 증언을 했다. 또한 이 작업이 실행되지 못한 이유도 “현실성이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강경호는 당시 법정에서 “글로벌 회사로의 미래 성장을 위하여 외국인 투자 유치 및 상장 등이 필요하다고 보고 검토한 것이며 지배구조란 용어는 처음에는 없었다”며 “이시형에 대한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작업은 아니었다”고 증언했다.
이 검토안이 무산된 이유에 대해서는 “현실성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키메니저에게 1400억 원에 달하는 자금이 필요한데 이시형에게 그런 돈이 없기 때문이 아니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키메니저는 이시형이 아니다”고 답했다.
MB가 다스 실소유주라는 사실이 노출될 위험이 있어 폐기됐다는 검찰의 주장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이상은에게 검토내용을 알리지 않은 이유에 대해 강경호는 “대주주 이상은의 지분을 조정하는 민감한 일이라 검토가 끝난 후 현실성이 있으면 보고를 하려고 했으나, 현실성이 없어 중도 폐기됐기 때문에 보고가 되지 않은 것”이라는 요지의 증언을 했다.
그럼에도 사법부는 이상은에게 검토 내용을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 내용을 ‘다스는 MB 것’이라는 판결의 근거로 삼았다. 이처럼 MB의 유죄는 검찰이 왜곡된 피의사실을 공표함으로써 거짓을 기정사실화 하고, 재판 과정에서 검찰의 거짓이 드러나도 사법부가 이를 그대로 증거로 인용하는 과정이 반복된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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