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재판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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⑮ 소설로 쓰여진 MB 1심 판결문강훈 | 2023.01.13 | N0.11
“다스 법인계좌 거래내역을 보면 이상은이 다스로 입금시킨 수표의 총액이 11억8408만6040원으로 피의자와 조OO의 입금액과 10원 단위까지 일치하는데, 피의자가 보관하고 있던 금액은 이상은 회장과 관련된 법인자금이 분명하지요?”

2018년 2월 9일 서울동부지검 1302호 검사실에서 검사가 다스 전 전무 권승호에 물었다. 다스 회장 이상은으로부터 수표로 받은 가수금 반제자금이 다스 계좌로 입금되지 않고 경리여직원 조OO와 권승호의 계좌에 분산 입금된 이유를 캐묻는 질문이었다.

조OO는 다스 자금 120억원을 횡령한 여직원이다. 이 여직원은 2008년 특검에서 횡령사실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다스에 근무했다. 그로 인해 언론에서는 MB가 이 돈을 횡령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참여연대와 민변이 이를 고발했다.

수사결과 120억원은 MB와 무관한 것으로 밝혀졌다. 다스가 이 여직원을 해고시키지 않은 이유는, 이상은이 120억원 횡령의 주범을 다스 전 사장 김성우와 권승호로 보고 이를 캐내기 위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검찰은 여직원의 개인횡령으로 결론 내렸다.

검사의 질문에 권승호는 눈을 감고 힘들어하는 기색을 보이다가 “지시한 기억이 없다”고 답변했다. 그러자 검사는 재차 권승호에게 물었다.


▲ 권승호 전 다스 전무가 2018년 2월 9일 검찰에서 진술한 조서 내용의 일부.

"본인 계좌로 단순히 입금만 되고 끝난 것이 아니라, 피의자 스스로 은행에 찾아가 6억원을 출금해 개인 전세자금 등으로 사용까지 해놓고도, 위 6억원이 어떤 돈인지 기억이 안 난다는 것인가요?"

권승호는 이상은으로부터 받은 가수금 반제자금을 경리여직원을 시켜 자신의 계좌로 입금 받은 후, 전세자금 등으로 사용을 한 것이다. 검사가 끈질기게 질문을 해도 권승호는 계속해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그러자 검사가 권승호에게 되물었다.

“피의자는 앞서 MB관련 혐의에 대해서는 1996년도 이야기까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했다는 등 상세한 내용을 기억해 내면서, 정작 본인은 2006년에 12억원을 개인 계좌로 입금시키고 2008년에 6억원을 소비한 사실에 대해서는 전허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인가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권승호는 줄기차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부인을 했지만, 검사가 제시한 계좌거래내역 등 객관적 물증들은 이미 권승호의 범행사실을 명확하게 입증하고 있었다. 검사가 권승호에게 권승호에게 다시 물었다.

“위 가수금 반제자금 횡령 범행의 공소시효가 아직 남아 있는데, 피의자는 범죄 혐의가 명백한 위 12억원 상당 업무상횡령 범행으로 처벌받는데 이의가 있나요?”

권승호는 김성우와 함께 재임 중 다스 자금을 개인적으로 횡령했다. 다스 장부·계좌거래내역 등 객관적 증거에 의해 입증된 횡령액만 해도 수십억 원에 이른다. 다스 경리여직원 등 관련자들의 진술에 의하면 두 사람의 횡령규모는 수백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다스 재임시절 연봉이 1억원가량이었던 김성우의 재산은 수백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권승호도 연봉이 7~8000만원 정도였는데 재산규모는 수십억 원에 달했다.

무엇보다 두 사람은 다스에서 함께 근무하는 동안 공동명의로 제주와 경주 등지에 8~90억 원에 달하는 땅을 매입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주식회사의 월급쟁이 대표와 자금을 총괄하는 전무가 곳곳에 공동명의로 부동산을 사들였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 2017년 12월 27일 김성우 전 다스 사장이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

두 사람은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자신들이 횡령한 다스 자금은 회사를 위해 사용했다고 증언했다. 여러 증거나 정황상 믿기 힘든 증언이지만, 설령 두 사람의 법정증언이 사실이라고 해도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검사가 이야기한 것처럼 수사 당시 이들의 공소시효는 남아 있었다. 검찰이 MB에게 적용한 포괄일죄(여러 행위를 묶어 하나의 죄로 판단)를 적용하면 이들은 수백억 원에 달하는 다스 자금 횡령 혐의로 기소가 되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MB에게 불리한 진술이나 증언을 한 다른 핵심증인들과 마찬가지로 기소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변호인단이 검찰과 이들 간의 불법적인 재판거래 '플리바게닝'(Plea Bargaining)을 의심한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들은 법정에서 수사초기 다스 경리여직원의 '120억원 횡령'이 자신들의 소행이라는 소문에 불안했다고 증언했다. 그래서 120억원 횡령의 주범이 자신들이 아니라는 사실을 밝히고자 검찰에 자진 출두했다고 증언했다.

그런데 이들은 검찰에 출석하면서 자수서를 제출했다. 토시하나 틀리지 않게 똑같이 작성된 두 사람의 자수서에는 “2008년 특검 조사 때 허위진술을 했다며 이를 바로잡고자 한다”는 내용과 “있는 사실을 그대로 진술할테니 선처해 주시기 바란다”는 문구가 있다.


▲ 김성우 전 다스 사장과 권승호 전 다스 전무의 자수서.

자수서란 말 그대로 자신이 저지른 죄를 실토하고 용서를 바라는 문서다. 그런데 김성우·권승호는 다스 여직원 120억원 횡령과 관련해 무죄를 밝히고자 검찰에 출석했다고 했다. 일단 무죄를 밝히고자 검찰에 출석하면서 자수서를 낸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 또 120억 횡령 내용이 아닌 2008년 특검조사와 관련해 사실을 밝히겠다는 내용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 같은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언론기사가 있다. 한겨레신문 기사로, “2017년 12월부터 1월까지 서울중앙지검이 비밀리에 김성우와 물밑접촉을 가졌다”는 내용이다.


▲ 한겨레신문의 2018년 10월 11일자 기사. 이 신문은 "검찰이 김성우와 접촉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2017년 12월이면 서울동부지검에서 다스 여직원 120억원 횡령에 관한 수사를 할 때였다. 이미 이때 동부지검은 김성우·권승호의 다스 자금 횡령을 입증할 증거를 확보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 사건이 서울중앙지검으로 송치된 후, 120억원 횡령은 여직원 단독범행으로 결론 났고, 김성우·권승호의 다스 자금 횡령 혐의는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반면 MB와 관련해선 김성우·권승호 두 사람의 진술을 근거로 다스는 MB 것이며, MB가 다스 자금을 횡령했다고 기소했다.

이 같은 정황으로 볼 때, 당시 중앙지검이 비밀리에 김성우를 만나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관련자들의 계좌를 샅샅이 훑으며 총력을 다해 MB에게 다스 자금이 흘러들어갔는지를 조사했다. 8년 동안 수십 차례에 거쳐 250억원에 달하는 다스 비자금이 MB에게 전달됐다면 그 흔적이 남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검찰은 MB에게 자금이 흘러들어간 그 어떤 흔적도 찾지 못했다. 단지 김성우·권승호 두 사람의 진술만을 근거로 MB를 기소했다. 문제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두 사람의 거짓 진술 동기가 명확하다는 것이다.


▲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횡령 혐의와 관련한 1심 판결문 내용 중 일부. 법조계에서는 1심 판결을 법리에 따른 판결이라고 보지 않는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황당한 판결을 내렸다. “김성우·권승호의 횡령 혐의는 인정되나, 2008년 2월경 퇴사한 점에 비추어 조사 당시 횡령 범행의 공소시효가 이미 만료됐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거짓진술을 할 이유가 없고, 따라서 두 사람의 진술을 인정한다”는 요지다.

두 사람의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았음은 검찰이 재판부에 제출한 증거자료, 즉 권승호의 진술조서에 명확히 나와 있다. 1심 재판부는 그 같은 내용조차 확인하지 않고 엉터리 판결을 내린 것이다. 항소심 역시 1심과 비슷한 요지의 판결을 내리고 대법원은 유죄를 확정했다.

구체적으로 이들이 어떤 진술을 했고, 그 진술의 문제점이 무엇이며, 사법부가 진술을 재해석하여 어떻게 소설 같은 판결을 내렸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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