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의 숲길을 따라 걷다보면 반가운 고라니와 꽃사슴을 만납니다. 먼 나라 부러운 도시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뚝섬에 조성된 서울숲의 이야기입니다. 아직 청계천 복원만큼 널리 알려져 있지 않지만, 나무가 자라 장대한 숲을 이루게 되면 서울숲은 청계천을 능가하는 서울의 명소로 자리 잡게 될 것입니다.
서울숲 개원도 청계천 복원만큼이나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원래 뚝섬에는 경마장과 골프장이 있었죠. 그러나 1989년 과천경마장이 개장하면서 뚝섬경마장은 문을 닫았습니다. 골프장도 1994년 문을 닫으면서 뚝섬 개발논의가 본격화 되었습니다.
민선 1기 조순 시장은 뚝섬에 다목적 슈퍼 돔구장을 건설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LG그룹과 건설계약을 맺는 등 구체적으로 사업이 진행되었지만 1997년 조순시장이 대선출마를 위해 서울시장을 사퇴함에 따라 돔구장 건설은 유야무야 되고 말았습니다.
조순 시장의 뒤를 이어 취임한 고건 서울시장은 2001년 12월 뚝섬에 상가와 주거단지 중심의 대규모 문화관광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합니다.
그러나 이듬해 취임한 이명박 서울시장은 ‘시정 4개년 계획’을 통해 뚝섬에 대규모 생태공원을 조성하겠다고 밝힙니다. 이미 결정된 사업을 변경하겠다고 나서자 많은 비판과 반발이 있었습니다.
특히 서울시 내부에서 ‘기존계획대로 뚝섬 일대를 상업용지로 매각하면 최소 5조 원의 서울시 재정이 확보될 텐데 그걸 포기할 수 없다’는 반대의견이 나오자 이명박 시장은 많은 고심을 했습니다. 서울시 재정상 5조 원은 쉽게 무시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었죠.
고심 끝에 이명박 시장은 뚝섬일대에 생태공원을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당장은 손해일 것 같이 보이지만 환경적 가치가 높아지면 결국 경제적 가치도 높아져 그 혜택은 지역주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생각에서 내린 결정이었죠.
또한 서울이 세계적인 도시가 되기 위해서도 친환경적 녹지공간이 반드시 필요했습니다. 당시 통계에 따르면 2004년 서울의 1인당 생활녹지 면적은 1.5평에 불과해 뉴욕이나 런던, 파리, 동경 등 세계 일류 대도시에 비해 훨씬 낮은 수치였죠.
2년 반의 공사 끝에 2005년 6월 18일 서울숲이 개원했습니다. 35만평 규모의 숲에 고라니, 꽃사슴 등 야생동물을 방사해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생태공원을 조성한 것이죠. 개원 당시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며 야생동물 부적응, 편의시설 부족 등의 문제가 불거졌지만, 서울숲은 빠르게 안정을 찾아갔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 서울숲은 울창한 숲을 이루며 천만 서울시민의 없어서는 안 될 휴식공간으로 변모했습니다. 청계천과 마찬가지로 도심 열섬현상을 완화시키고 있으며, 장대한 아름드리 나무가 울창한 성숙기에 도달하면 ‘서울의 허파’ 역할을 톡톡히 해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뉴욕에 센트럴파크, 런던에 하이드파크가 있다면 우리 서울엔 서울숲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