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29일, 베트남 하노이에서는 아세안+3 정상회의가 개최됐습니다. 이를 계기로 한·일·중 정상회의도 열렸는데요.

회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는데 원자바오 중국 총리와 간 나오토 일본 총리가 서로 어색한 모습으로 멀찌감치 떨어져 서 있었습니다. 그러자 이명박 대통령은 두 사람의 손을 잡아끌어 맞잡게 하고 기념사진을 사진을 찍었습니다.

당시는 중국과 일본의 관계가 좋지 않았습니다. 그 해 센카쿠 해역에서 중국어선이 일본 순시선에 나포되는 사건이 벌어졌는데요. 중국은 격렬하게 항의하면서 일본에 희토류 수출을 금지시키는 보복조치를 했습니다. 그래서 중일관계가 악화된 것이죠.

당시 한국은 ‘한·일·중 정상회의’ 의장국이었습니다. 이날 3국정상은 기념촬영 이후 정상회의를 가졌는데요. 이 대통령은 의장으로서 이 회의를 주재하며 원자바오 총리와 간 나오토 총리를 화해시키고자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중일 양국이 골칫거리였던 희토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회의가 끝날 무렵 원자바오 총리는 “한국이 3국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이번 회의를 추진한 것에 감사드린다”면서 “중국은 앞으로 3국 협력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간 나오토 총리도 “내년 3국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일본이 회의 준비에 매진하겠다”는 약속하자, 이명박 대통령은 중일 양국 정상에게 ”앞으로도 3국 대화를 통해 여러 문제를 극복하면서 협력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당부했습니다.

한·일·중 정상회의란?

한·일·중 정상회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이명박 대통령이 한·중·일 역내협력을 위해 중일 양국에 제안하면서 만들어진 회의입니다.

처음 이 대통령이 중일양국에 이를 제안할 것을 밝히자 국내언론은 “불가능한 일을 중일양국과 사전조율도 없이 제안했다”며 외교적 미숙의 결과라고 비판했죠. 그러나 이 대통령은 경제위기로 급박한 상황에서 절차를 따지며 조율을 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2008년 10월 24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ASEM 회의 때 중국과 일본 정상에게 한·일·중 정상회의 정례화를 제안했는데요. 중일 양국 정상은 이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들여 몇 가지 원칙에 합의했습니다.

먼저 어떠한 경우라도 한·일·중 정상회의는 매년 개최돼야 한다는 데 3국 정상은 합의했죠. 한중일 3국은 서로 이웃하고 있기 때문에 안보와 경제문제 등에서 심각한 갈등이 언제든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분쟁이 있을수록 3국 정상은 정례적으로 얼굴을 맞대고 논의를 계속할 필요가 있다는데 의견을 모은 것이죠.

그리고 또 하나는 한·일·중 정상회의를 한국이 제안한 만큼, 3국 협력 사무국을 서울에 설립하기로 한 것입니다. 그 대신 개최순서는 일본, 중국에 이어 한국을 세 번째로 하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했습니다. 회의 공식명칭도 개최순서에 따라 한·일·중 정상회의로 하기로 했죠.

제1차 한·일·중 정상회의는 2008년 12월 일본 후쿠호카에서 열렸습니다. 이날 한국은 중국과 일본 양국과 각각 3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고를 넘을 수 있었습니다. 제2차 회의는 2009년 10월 중국 베이징에서, 제3차 회의는 2010년 5월 제주도에서 열렸습니다.

그런데 2010년 중국의 희토류 수출금지로 중일관계가 악화되면서 한·일·중 정상회의가 위기를 맞자, 그해 10월 하노이 아세안+3 정상회의 때 이 대통령이 의장국 정상으로 중일양국의 중재에 나선 것입니다. 이날 희토류 문제가 해결되면서 한·일·중 정상회의를 지속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었습니다.

그 후 제4차 한·일·중 정상회의는 2011년 5월 일본 도쿄에서, 제5차 회의는 2012년 5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렸습니다. 당초 3국정상이 약속한 3국 협력 사무국도 2011년 9월 서울에 설립되어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2013년 한국에서 열려야 할 제6차 한·일·중 정상회의가 동북아 사정 때문에 두 차례나 연기되며 아직까지도 열리지 못하고 있는데요. 어떠한 정치적, 외교적 위기상황에서도 한·일·중 회의가 중단 없이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은 2008년 베이징에서 3국정상이 약속한 일입니다.

특히 지금처럼 한중일 3국이 외교적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정상들이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은 꼭 필요한 일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국익을 위해서도 한·일·중 회의를 통해 중일 양국 관계를 조율하고 가교역할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두 차례나 연기된 제6차 한·일·중 정상회의를 당초 3국정상이 약속한대로 조속히 개최할 것을 중국과 일본에게 당당히 요구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