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용량 기하급수적 증가, 미래 능력 상상 밖
창의적 질문으로 능력 배양시키는 교육 필요
5지선다형 수능시험 개편 시급한 과제다
어떤 질문을 던져도 상당한 수준의 답변을 즉각 내주는 챗GPT가 화제다. 지난달 열린 한 토론회에서 원로 사회학자 한 분은 챗GPT를 사용해 보고 느낀 놀라움을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라고 표현했다.
7년 전, 인공지능(AI)이 무한에 가깝다는 바둑의 수를 헤아려 세계 최강 이세돌 프로기사를 압도한 것만 해도 실은 엄청난 일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바둑판을 넘어 나왔다. 어떤 질문에 대해서도 인간의 자연스러운 언어로 답을 주는 AI가 나타난 것이다. 앞으로 또 7년이 지나면 AI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사실 인류의 긴 역사에서 기계가 인간의 능력을 추월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50여 년 전 개발된 스팀엔진이 본격적 시작이었는데, 이를 이용한 철도는 도시에 산업을 만들면서 인구를 집중시켰다. 그리고 약 150년 전에는 내연기관을 이용한 자동차가 등장했고, 전기가 밤을 밝히기 시작한 것도 같은 무렵이었다. 전기를 이용한 모터, 즉 전동기(電動機)와 먼 곳의 상대와도 대화할 수 있는 전화기(電話機) 등 기계와 전기산업은 인류의 삶을 혁명적으로 바꾸었다. 여기에 더해 50여 년 전부터 시작한 컴퓨터와 인터넷 등 정보통신산업은 그야말로 눈부신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데, 이는 아직도 끝을 모르는 현재진행형이다.
챗GPT는 지난해 말 세상에 나온 지 단 두 달 만에 전 세계에서 1억 명이 사용하는 기록을 세웠다. 휴대전화와 인터넷은 각각 1979년과 1990년에 개발되었는데, 1억 명의 사용자를 확보하는 데 걸린 시간은 전자가 16년, 그리고 후자가 7년이었다. 휴대전화나 인터넷에 의해 우리 삶이 얼마나 바뀌었나? 이로부터 AI 기술이 미래에 미칠 큰 영향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챗GPT는 15세기에 발명된 인쇄 기술만큼이나 “지적(知的) 혁명”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전문가들도 있으니, 우리는 머지않아 오늘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될 듯싶다.
학습한 정보들을 처리해 만드는 챗GPT의 답변은 아직 그럴듯할 뿐이며 우리가 필요로 하는 정확한 지식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지적은 확실히 맞는 말이다. 인간의 사고능력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의견에도 동감한다.
그러나 챗GPT는 이제 걸음마 단계라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웹 검색 과정의 편의를 위해 검색어가 주어지면 다음 단어를 예측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AI였다. 그런데 학습한 데이터가 많아지면서 이제는 개발자들도 예상하지 못했던 매우 구조적인 문장, 즉 장문의 신문 기사 등도 쉽게 만들어 내는 능력을 AI가 갖게 된 것이다. 최근 AI 용량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그 복잡성도 몇 달마다 두 배씩 증가하고 있다. 결국 미래의 챗GPT가 지닐 능력은 상상 밖이다. 짧은 주제를 주면 AI가 한 권의 소설을 써내고, 더 나아가 이를 시나리오화해서 즉각 영화로 만들어 낼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AI와 더불어 살아갈 미래는 놀라움이 연속될 새로운 세상이다. 우리는 이미 AI에 의존하면서 몇 가지 능력을 잃었다. 실은 필요 없어졌기 때문이다. 과거 아날로그 시대에 통상 20∼30개의 전화번호는 쉽게 기억하던 암기력이나, 혹은 미리 지도를 보고 운전하던 길 찾기 능력은 사라졌다. 챗GPT로 인해 사람들의 글쓰기 능력도 상당 부분 사라질 수 있다. 그러나 글쓰기는 비판적 사고력, 즉 챗GPT가 주는 답변의 가치와 진실성을 가리는 능력과 직접 연계되므로 우리 교육에서 더욱 크게 강조되어야 할 부분이다.
여하튼 챗GPT에 물어보면 모든 문제의 답을 얻을 수 있는 시대다. 기본적 지식을 학습하는 초중등 과정은 물론 대학에서도 챗GPT는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다. 결국 미래는 답이 아니라 오히려 문제를 찾는 능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대다. 즉, 질문하는 인재가 훨씬 더 소중해질 것이다. 앞으로의 교육은 AI에게 창의적인 질문을 던지고 그 답변을 비판적으로 받아들여 이를 자기 것으로 발전시키는 능력 배양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현재 우리 초중등 학생들의 학습 목표는 오로지 대학 진학이기에 수능시험은 실제적으로 교육을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수능은 5지선다로 일부러 헷갈리게 만든 판에서 정답 하나를 찾아내는 참으로 안타까운 시험이다. 우리 학생들은 필요 없는 능력을 키우느라 12년을 낭비하는 셈이다. 수능은 학생들의 질문 능력을 오히려 말살시키는 평가제도다. 수능 개편은 시급한 과제다.
김도연 객원논설위원·서울대 명예교수
동아일보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