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금락 법무법인 광장 고문

박태환 선수가 우여곡절 끝에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로 떠났다. 본인으로서는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높은 이번 올림픽에서 그동안의 시름을 잊고 마음껏 기량을 발휘해 주기를 기대한다. 메달을 따면야 더할 나위 없지만, 자신의 시즌 베스트 기록만 내 줘도 좋겠다. 역경을 딛고 올림픽에 나간 것 자체가 한편의 역전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박 선수는 금지약물 양성 반응에 따른 국제수영연맹의 18개월 선수 자격 정지 징계에서 풀려났다. 하지만 ‘징계 만료 후 3년간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는 대한체육회 규정에 묶여 박 선수의 리우행은 여전히 불가능했다. 이 규정은 국제 규범에 어긋나 언젠가는 고쳐질 수밖에 없었다. 박 선수를 구제하지 않겠다는 체육회의 태도는 확고부동했다. 포기할 수도 있었겠지만 박 선수는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 결과가 올 4월 동아수영대회에서 보여 준 녹슬지 않은 기량이다. 박 선수는 그러고 나서 “리우 올림픽에 보내 달라”며 국민 앞에 큰절로 호소했다.

동정 여론이 일기 시작했다. 법무법인 광장 소속 국제중재 전문 임성우 변호사가 언론 기고와 인터뷰를 통해 체육회 규정의 문제점을 두루 알린 것도 일조했다. 광장은 아예 법인 차원에서 박 선수를 돕기로 결정했다. 변호사들은 의무적으로 일정 시간을 할애해 자신의 재능을 공익활동에 기부해야 한다. 박 선수의 처지가 딱하고 특히 법률 전문가들의 도움이 절실한 것으로 판단됐기 때문에 변호사들이 공익활동의 일환으로 박 선수 지원에 나서게 된 것이다. 

광장의 국제중재팀 변호사들은 문제의 체육회 규정이 무효라는 판정을 끌어내기 위해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제소에 박 선수를 대리해 참여했다. 두 차례 비슷한 판례가 있었기 때문에 CAS는 박 선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체육회가 CAS 결정 이행을 미뤄 박 선수의 올림픽 출전을 무산시킬 가능성은 남아 있었다. 그래서 송무팀 변호사들은 국내 법원에 별도로 가처분신청을 냈다. 이런 과정을 국민에게 소상하게 알리기 위해 관련 변호사들이 직접 나서서 기자회견도 열었다. 

결과는 완벽했다. 국내 법원이 먼저 박 선수의 국가대표 자격을 인정한 가처분결정을 내렸고, 이어 CAS도 같은 취지의 잠정 판정을 내렸다. 체육회도 더는 박 선수의 리우행을 막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제는 박 선수가 올림픽에서 선전해 국민의 성원에 보답하고 자신의 명예를 회복하는 일만 남았다. 체육회가 좀 더 일찍 박 선수의 마음의 짐을 덜어 줬더라면 좀 더 준비를 잘할 수 있었을 텐데…. 여전히 아쉬운 대목이다.

 <동아일보>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원문보기 : http://news.donga.com/3/all/20160721/7930635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