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 그러나 모두가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 조지 오웰의 풍자소설 『동물농장』에서 돼지는 권력을 잡고 나서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더 평등하다”고 주장한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공정한 분배를 하는 것은 쉽지 않다. 경제적으로 ‘공정하다’는 개념은 명확하지 않다. 독일의 사회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은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나지만 모두가 날 때부터 다르다”고 했다. 각자 타고난 능력이 다르고, 교육 수준과 직업도 다르다. 평등한 출발 기회를 제공하고,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제도와 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은 많은 사람이 동의한다. 그러나 경제 성과의 배분에서 과연 무엇이 공정한 것인지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다.
분명한 점은 부의 대물림과 소득 불평등이 점점 심해지면서 박탈감을 느끼는 국민이 다수라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초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 상위 10% 국민이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5%로, 조사 대상 아시아 22개국 중 가장 높았다. 소득 상위 10%의 소득 점유율은 1995년 29%에서 2013년 45%로 급증했다. 부의 불평등도 심각하다.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상속세 자료를 분석한 연구에 의하면 성인 인구의 상위 10%가 전체 자산의 66%를 보유하고 있다.
분배의 불평등이 심해지면 경제·사회적으로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가계 소비가 늘지 않아 불황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자녀 출산과 교육 투자가 줄어 경제 성장에도 악영향을 준다. 포퓰리즘 정책이 많아져 비생산적인 정부 지출이 증가한다. 계층 간 갈등이 커지면서 범죄도 많아지고 정치도 불안정해진다.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21세기 자본』에서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세계 많은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커지고 있음을 보여 줬다. 모든 국가가 분배를 개선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피케티는 부의 세습을 막기 위한 최고 소득세율 인상과 글로벌 자본세 도입을 주장했지만 세금 인상이 최선의 정책인지에 대해 논쟁이 격렬했다. 소득 격차는 부의 세습에 의한 부분도 있지만 교육 수준의 차이, 기술 발전, 산업 간 격차, 인구 고령화와 같은 구조적인 문제에서 오는 부분도 크기 때문이다. 많은 국가가 소득 불평등과 저성장이라는 이중고(二重苦)를 겪고 있다. 소득 분배를 개선하면서도 성장을 저해하지 않는 복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한국 경제는 무엇보다 소득 분배와 경제 성장을 동시에 저해하고 있는 구조적인 요인부터 고쳐야 한다. 중소기업 육성, 서비스업의 좋은 일자리 창출, 노동 개혁, 고령화 대책을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 재벌들의 지배력을 줄이고 경쟁력 있는 중소·벤처기업들을 더 많이 키워야 한다. IMF 보고서는 비정규직과 정규직으로 양분된 고용시장이 한국의 소득 분배를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의 ‘고용 형태별 근로실태 조사’에 따르면 2015년 대기업 비정규직의 임금은 대기업 정규직의 64%이고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35%였다. 비정규직은 사회보험 가입률도 낮다. 정규직의 과보호를 줄이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노동 개혁이 필요하다. 직무·성과 중심의 급여체계를 확대하고, 정년을 연장하고,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을 높여야 한다.
교육과 창업을 통한 성공 기회를 확대해 계층 간 상향 이동을 활발하게 해야 한다. ‘금수저·흙수저’라는 자조적인 표현이 나올 만큼 소득 불평등의 대물림으로 인한 청년세대의 좌절감이 크다. 루이스 캐럴의 소설 『거울 나라의 앨리스』의 아무리 빨리 뛰어도 제자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세상이 현실이 되고 있다. 부모 자산이 아닌 개인의 노력으로 원하는 삶을 살고 성공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 유·초등, 중·고등학교에 걸친 공교육 시스템이 과연 우리 자녀들을 적성과 능력에 맞는 인재로 키우는 역할을 제대로 하는지 돌아봐야 한다. 청년실업률이 사상 최고다. 비싼 등록금을 받고 실업자를 양산하는 대학 교육을 개혁해 학생들이 직장을 쉽게 구할 수 있도록 기본 지식과 전문 기술을 키워 줘야 한다. 졸업 이후에도 계속해 잠재력을 개발하고 발휘할 수 있는 열린 노동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우리는 다른 선진국보다 조세 및 이전제도를 통한 소득 재분배 기능이 미흡하다.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확대하고 복지 지출을 늘려 가야 한다. 사회복지 재원을 확보하고 소득 재분배를 강화하기 위한 조세제도 개혁을 본격 논의해야 한다.
중산층을 복원하고 모두가 희망을 갖고 사는 사회를 건설하는 것은 시대적 과제다. 사회 합의를 통해 ‘공정한 분배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새로운 한국 경제의 발전모델을 만들어 가야 한다.
<중앙일보>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원문보기 : http://news.joins.com/article/203200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