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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에 대한 미국시각 대응법이동우 | 2015.03.04 | N0.132

이동우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사무총장



웬디 셔먼 미국 국무차관이 공교롭게도 3·1절에 “동북아 지역의 과거사에 대해 한국, 중국, 일본이 모두 책임이 있다”고 언급,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셔먼 차관은 “정치지도자가 민족감정을 악용하고 과거의 적을 비난함으로써 값싼 박수를 얻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이같은 도발은 진전이 아니라 마비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지금 동북아 지도자 중에서 셔먼 차관의 지적에 가장 맞아떨어지는 유형은 일본의 아베 총리다. 위안부 문제에서부터 야스쿠니 참배에 이르기까지 2차세계대전 직전의 제국일본의 극우 분위기로 회귀하는 것을 염두에 두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이런데도 미국이 일본과 한국, 중국을 동일선상에 놓고 양비론적 시각을 보이는 것은 실로 난감하다. 미국은 한국과 중국을 이해하지 못할 수밖에 없는 나라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에서 이긴 나라다. 전쟁 막판에 후방도시에 원자폭탄까지 투하하는 철저한 복수를 하고 항복을 받아냈을 뿐만 아니라, 일본을 비무장 전쟁불능국가로 거세하여 평화헌법의 굴레까지 씌웠다.


이처럼 확실하게 보복하고 항복을 받아낸 미국은 일본에 대해 여유와 관용을 가질수 있지만 한국과 중국은 다르다. 일본의 침략을 받았지만 제대로 보복은커녕 피해만 보고 미국, 영국, 러시아 등의 2차대전 대동맹의 힘에 편승하여 일본제국군대를 자국에서 몰아낼 수 있었다.


특히 한국은 식민지 상태로 종전을 맞았고 일본제국이 늦게 항복하는 바람에 서쪽에서 독일의 항복을 일찍 받아낸 러시아의 남진으로 남북분단의 비극을 강요당하게 된다. 이런 한국과 중국에 대해 일본을 관용하라는 미국 국무부차관의 언급은 너무나 미국적 시각이다.


미국의 본심은 동북아 과거사에서 벗어나자는 메시지라기보다는 동북아의 미래에 대한 미국의 이해와 의도를 드러낸 메시지를 띄운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이라던 대영제국이 예상보다 빨리 세계의 패권을 넘겨주게 되는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을 갖고 있다.


1990년대 소비에트 진영이 붕괴된 이후 유일한 패권국의 영광을 구가하던 미국은 최근 들어 중국의 확실한 굴기로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의 동북아에 대한 절대적인 이해관계에서 나온 발언이기 때문에 한국으로선 간단히 넘어갈 일이 아니고 넘어갈 수도 없다.


중국은 미국에 버금가는 자체 힘을 갖기 시작했고 일본은 미국을 뒷받침하기로 작심한 지 오래라면 한국의 외교안보적 선택은 대단히 난감해진다. 한국으로서는 좌고우면할 시간이 없다.


‘위기를 기회로’로 만드는 창의적이고 전략적인 지혜를 발휘해서 동북아의 균형자를 넘어 동북아의 융합을 이끌어내는 담대한 도전을 해야 하는 시점이다.


미국의 시각에서 보면 동북아 3국은 침략 식민지배 전쟁으로 점철된 근대사의 적국들이지만, 고대로부터의 역사를 길게 보면 동북아는 문화공동체다. 동북아는 세계적인 시각에서 보면 한자와 공자의 사상을 공유하는 한 집안이나 같은 사이다. 동북아 문화공동체라는 관점에 서면 한국은 입지나 선택의 폭이 커진다.


중국은 고대로부터 종주국이라고 하겠지만 문화대혁명 등을 거치면서 유학의 진수를 많이 잃어버렸고 일본은 독특한 독자성으로 인해서 동북아 대표라고 하기는 힘들다. 한국은 원형보전을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 중국, 일본은 문화적으로 절묘하게 상호보완적이다.


한국이 이런 점을 통찰하여 동북아 문화공동체를 주도한다면 미국의 동북아전략에 창발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21세기를 동북아의 세기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영남일보>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원문보기: http://www.yeongnam.com/mnews/newsview.do?mode=newsView&newskey=20150304.010300832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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