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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미국 대통령 되면이동우 | 2016.04.06 | N0.126

이동우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사무총장



미국 대선경선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명운을 놓고 기절초풍할 얘기들이 유력 후보의 입에서 연일 터져 나오고 있다. 막상 당사자인 우리는 국회의원 선거에 휩쓸려 ‘강 건너 불 보듯’ 하고 있다.


미국은 근현대사에서 대한민국의 명운이 바뀔 때마다 늘 핵심에 있어온 나라다. 일제의 조선병합과 일제로부터의 독립, 6·25전쟁과 남북분단, 미국의 베트남전쟁과 한국의 베트남 파병을 전환점으로 해서 한·미FTA(자유무역협정)까지 오는 동안 한미관계는 미일관계와 함께 동아시아의 핵심 동맹관계로 성숙되어 왔다. 한국은 미국을 축으로 하는 세계질서와 국제관계 전개에 편승해 박정희 대통령의 수출입국과 새마을정신으로 절치부심 끝에 세계10대 무역대국의 반열에 올랐다. 그동안 ‘글로벌 슈퍼파워’ 역할을 자임해온 미국이 대외전략의 일대 전환을 하려는 조짐이 이번 대통령선거전을 통해서 완연해졌다.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로 현재로서는 가장 유력해 보이는 도널드 트럼프가 추구하는 외교정책 노선은 미국의 저변에 깔려있는 대외정책의 대전환을 요구하는 여론을 반영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미국이 세계전략을 바꾸면 가장 당혹스러운 나라가 한국이다. 우리처럼 미국을 축으로 세계와의 관계를 설정해온 일본과 유럽(EU)은 물론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나라도 우리만큼 당혹스럽지는 않다. 왜냐하면 미국이 한 발쯤 빼도 홀로서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처지의 한국에 대해 트럼프는 대놓고 ‘안면몰수’하는 발언을 거침없이 해 댄다. 6·25전쟁과 베트남전쟁의 혈맹에서 한·미FTA의 경제동반자까지 발전한,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성공적인 양국 동맹관계라는 한미관계의 역사와 성취들이 무색할 지경이다.


지난 3일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트럼프는 전날 위스콘신 주 유세에서 핵으로 무장한 북한과 일본 사이에 분쟁이 일어난다면 “끔찍한 일이겠지만, 그들이 한다면 그들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이 같은 시각은 언제든 전쟁이 가능한 나라가 되고 싶어서 개헌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일본의 아베정권에 결정적 빌미가 될 것이고 북한의 대남 경거망동을 부채질할 것이 뻔하다.


트럼프는 지난달 25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상황에 따라선) 주한미군 철수를 검토할 수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북한의) 미치광이를 막으려고’ 주한미군 2만8천명을 두고 있다는 데 불만을 표시했다. 트럼프는 “(미군 주둔으로) 엄청난 돈을 계속 잃을 수는 없다”며 “그들(일본과 한국)은 꽤 빨리 (북한을) 없애버릴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동아시아 안보는 일본을 지역 축으로 해서 한국이 합세하면 가능하다는 시각이다. 이 경우는 한국은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안보환경 속에서 ‘멘붕’에 빠질 것이다. 북한을 혼자 힘으로 상대하기 힘든 한국으로서는 미국 대신 일본을 안보 파트너로 삼아야 할지도 모른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 일본에 대해 ‘을’이 되는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이다.


트럼프는 “현재 미국의 공식 실업률은 5%이지만 통계를 신뢰할 수 없다. 실제는 이보다 훨씬 높은 20%대에 이를 것”이라며 미국이 밖에서 세계경찰 역할을 하느라 쓰는 비용을 미국 내부에 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또 무역협정을 미국에 유리하게 바꿔 19조달러(약 2경2천조원)에 이르는 국가부채를 8년 안에, 즉 재선 임기까지 다 갚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불리한 모든 무역 협정을 다시 협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 한국, 일본 등과의 무역에서 연간 수천억달러 적자가 나고 있으며 이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한·미FTA부터 손보자고 할지도 모른다. 설사 그가 대통령이 안 된다고 하더라도 그동안 한미관계의 ‘금기’가 이번 미국 대선과정에서 다 깨져버렸기 때문에 앞으로 한미관계는 예전과는 다른 차원으로 전개될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 대한 대한민국의 책략은 구한말 못지않게 힘들게 와 닿고 있다.


<영남일보>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원문보기: http://www.yeongnam.com/mnews/newsview.do?mode=newsView&newskey=20160406.01030083445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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