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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알파고의 대결과 한국의 세계적 역할이동우 | 2016.03.14 | N0.125

이동우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사무총장


이세돌과 인공지능 ‘구글 알파고’의 대결에 일희일비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피조물인 기계가 창조주인 인간을 당혹스럽게 궁지로 몰아넣는 일은 새삼스러운 경험이 아니다. 인간이 피조물을 잘 활용할 지혜를 가졌을 때는 인류사회의 획기적인 발전과 행복을 가져왔지만 그 반대의 경우 대재앙을 초래했던 것은 인류의 보편적인 경험이다. 인간이 불을 처음 썼을 때부터 산업혁명이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산업혁명이라는 기술대변혁을 영국을 중심으로 비교적 잘 관리한 덕분에 인류는 결과적으로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발전과 인류의 보편적인 행복을 확산하고 보건위생에서 복지까지 질적인 진보를 가져왔다.


인공지능도 다르지 않다. 다이나마이트를 발명한 알프레드 노벨이 처음에 그랬듯이 알파고를 만든 구글의 에릭 슈밋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인공지능이 발전하면 인간이 더 똑똑해지고 세상이 더 좋아질 것”이라고 낙관론을 폈다. 문제는 기술은 주인의 선악을 구분하지 못한다는데 있다. 인류는 20세기 들어 폭발적인 신기술의 혁신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결과 대량살상과 원자력기술까지 전쟁에 사용하는 대재앙을 경험했다. 로켓 기술도 훗날 인류의 우주시대를 열었지만, 개발초기인 제2세계대전 당시 런던 시민들에게 독일의 로켓 폭탄은 ‘나는 악마’나 다름없었다.


인공지능의 문제는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세계적인 물리학자 영국의 스티븐 호킹 교수는 “인류는 100년 내에 인공지능에 의해 끝날 것”이라고 무시무시한 경고를 했다. 세계 최고의 전기 차 업체 ‘테슬라’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도 “인공지능 연구는 악마를 소환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지난 1월 다보스포럼(WEF)에서는 로봇과 인공지능의 발달로 향후 5년간 15개국에서 약 5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보고서가 나왔다. 일자리 위기는 제조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고급 두뇌까지 대체하기 시작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올해 1~2월 일반 펀드매니저들이 운용하는 펀드가 평균 3%의 손실을 내는 동안, 컴퓨터원자재 등의 가격 흐름을 읽고 투자하는 방식을 도입한 펀드는 5%의 수익을 거뒀다. 더 큰 문제는 인공지능 같은 신기술일수록 관련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속도가 늦다는 점이다. 1980년대에는 미국 노동력의 8.2%가 신기술의 부상과 관련 있는 새 일자리로 옮겨갔지만, 2000년대에는 0.5%에 불과해졌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인공지능 기술을 악의 세력이 활용하는 것이다. 군사용 로봇에 인공지능을 탑재하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강력하고도 똑똑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영화 ‘터미네이터’에 나오는 로봇과 인간의 전쟁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 이런 기술을 북한의 김정은이 탐을 내지 말라는 법이 없다.


이제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을 계기로 한국이 해야 할 일은 자명해졌다. ‘최후의 산업혁명’이랄 수 있는 인공지능을 인간이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를 놓고 인류가 머리를 맞대는 ‘인공지능과 인류의 미래를 위한 공론의 장’을 주도해야 한다. 이를 통해서, 원자력기술의 평화적인 이용을 위한 국제적인 합의와 같은 ‘인공지능의 지혜롭고 유익한 활용과 관리를 위한 국제사회 노력과 합의’의 물꼬를 터야 한다.


이것이 이세돌과 인공지능의 바둑대국 즉, 인간과 기계의 대결에서 인간의 궁극적인 승리를 이끌어내는 길이다. 이 길을 한국이 앞서 열어 나갈 천금 같은 기회가 지금 우리 앞에 와 있다. 이것을 해내면 한국은 계몽주의를 이끈 프랑스, 산업혁명을 관리한 영국, 자유주의를 보편화시킨 미국에 버금가는 인류사적인 단초를 연 위대한 나라가 될 것이다.


<경상일보>에 기고한 글입니다.

원문보기: http://www.ksilbo.co.kr/news/articleView.html?idxno=538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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