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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대의 만성질환 정치불감증 치료법이동우 | 2016.04.11 | N0.124

이동우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사무총장


사상 최악의 청년실업으로 장래문제가 절박한 청년들이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 가장 관심을 많이 가져야 할 터인데 정반대다. 자기가 살고 있는 도시의 출마자들을 제대로 알고 있는 20대는 드물다. 우리나라 청년들의 정치의식이 이렇게 낮아진 것은 전례가 없다. 1960년대 4·19에서 1980년대 6·10항쟁까지 정치는 청년들이 주도했었다.


1990년대 문민통치시대가 열리고 정치적 민주화가 노동운동으로 넘어간데 이어, 외환위기를 겪고 사회문제가 세계화 문제와 맞물리면서, 정치에 대한 청년들의 기대가 사라졌다. 이런 사회변혁보다 청년들이 정치와 선거에서 멀어지게 된 데는 기술적 변화에도 원인이 있다.


신세대들이 보기에는 투표장까지 가서 투표로 국회의원을 뽑고, 이들이 서울 여의도의 거대한 집(국회의사당)에 모여서, 나라 일을 보는 ‘간접 민주주의’ 형태가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는 구닥다리로 비쳐진다.


이들은 개인적으로 정치보다 훨씬 중요하고 관심 있는 일도 전부 ‘온라인’으로 처리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들은 먹고 자고 하는 육체적인 생활 즉 ‘오프라인의 생활’외에는 하루일과를 대부분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한다. 전재산이 걸린 전세금도 온라인으로 보내고 연애도 스마트폰으로 하고 오래 저축해서 모은 돈으로 해외명품을 살 때도 온라인으로 ‘직구’한다. 자신을 표현하고 싶을 때는 페이스북 유튜브는 물론 온라인 일인 TV를 어렵지 않게 개설할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런 신세대의 눈에 지금 국회의원 선거는 ‘기성세대가 벌이는 한마당 굿판’으로, 그들만의 놀음일 뿐이다. 이런 젊은이들을 무슨 수로 대거 투표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겠는가.


실상이 이렇다고 해서 그냥 내버려 둘 문제는 아니다. 젊은이들이 무관심한 정치가 민의를 제대로 반영할 수 없고, 나라의 위기가 왔을 때 국민대표들의 호소에 젊은이들이 제대로 반응할 리 만무하다. 신세대의 정치적 무관심을 구체적으로 보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투표율은 71.4%. 최고인 호주의 투표율은 무려 93.2%(2013년)에 달한다. 벨기에(2011년) 91%, 스웨덴(2014년) 85.8% 등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투표율이다. 한국은 56.9%에 머물고 있다. 원인은 당연히 청년층의 선거참여가 낮기 때문이다. 2000년 이후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에서 20대 투표율이 50%를 넘은 적이 없을 정도다. 지난 19대 총선을 보면 60세 이상은 68.6%, 20대 후반은 37.9%가 투표했다.


청년들의 정치적 무관심에는 기성세대의 책임이 크다. 자녀들에게 사회적 정치적 참여의식을 길러주기는커녕 과보호로 사실상 격리시켜왔다. 그 결과 신세대는 성인이 되었지만 자신들이 한국을 주도한다는 ‘주도의식’과 스스로 도전하고 공의를 위해서 일하는 ‘청년정신’을 배우지 못했다. 신세대가 자기 목소리를 낼 생각조차 못하는 ‘청년이 무기력한 나라’는 장래가 없다. 신세대의 낮은 투표율은 현실 정치에서 목소리의 약화를 초래해 청년층의 정치적 무관심이 더 증폭되는 악순환을 초래하게 된다.


이제 신세대의 정치참여 투표를 독려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해 봐야한다. 호주의 경우 의무투표제를 도입, 투표를 하지 않을 경우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벨기에는 투표하지 않으면 50유로 벌금, 두 번 투표하지 않으면 최고 125유로의 벌금을 부과하며, 4번 투표하지 않으면 10년간 투표권을 박탈한다. 브라질은 최저임금의 3~10%를 벌금으로 부과하고 공직 제한, 여권발급을 금지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를 의무화하는 것은 민주주의 근본정신과는 어긋난다고 볼 수도 있지만, 미래를 짊어질 신세대의 심각한 정치불감증을 고려하면 도입하지 않을 수 없다.


<경상일보>에 기고한 글입니다.

원문보기: http://www.ksilbo.co.kr/news/articleView.html?idxno=5415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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