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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대응 서둘러야 한다 신각수 | 2016.06.07 | N0.123

신각수 법무법인 세종 고문 / 전 주일대사


올봄은 유난히 덥고 비도 자주 온다. 봄 내내 피어야 할 꽃들이 때 이른 더위에 세월을 잊었는지 한꺼번에 피었다. 기후 관련 `기상 관측 사상 최고`라는 표현이 신문 지상에 자주 오르내린다. 지구 온도 상승으로 인한 극단적 기후 패턴이 우리 일상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국제사회에서 기후변화 현상과 원인에 대한 의문의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해가 다르게 기후변화 증후군의 폐해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채택된 파리 기후변화협정은 2020년부터 발효돼 산업화 이전에 비해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2도까지 억제하기 위한 인류의 대장정을 시작한다. 지금까지 기후변화 체제는 선진국과 동구권 국가들만이 참여한 불완전한 교토의정서 체제였으나, 이제는 국제사회 거의 모든 구성원이 참여하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체제로 바뀌게 된다.


파리 협정은 선진국, 신흥국, 개도국을 모두 포함하는 포괄적 접근(inclusive approach)에 바탕을 둔 협력적 대응 메커니즘을 만들기 위해서 교토의정서가 채용했던 규범적·하향식 접근 방식 대신에 자발적 약속에 의한 상향식 접근 방식을 취했다.


파리 협정은 국별 감축목표(INDC)를 개별 국가들이 설정한 후 5년 단위로 이를 검토해 이행 실적을 점검하는 느슨한 형태의 온실가스 감축(mitigation)을 추구하고 있다. 파리 협정의 이행 메커니즘이 국가들 간의 동료 압력(peer pressure)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구속력이 약하다. 그러다 보니 현재 186개국이 약속한 감축 목표가 다 실현돼도 파리 협정이 의도하는 2도 억제 목표에는 상당히 모자란다. 결국 앞으로 국제사회는 파리 협정을 이행해가면서 점차로 국별 감축 목표를 상향 수정해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미 협정상 당사국은 일단 약속한 목표에서는 후퇴가 허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앞으로 어떻게 목표를 상향 조정하면서 국가의 자발적 이행을 유도할 것인지가 파리 협정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관건이 될 것이다.


향후 파리 협정이라는 기후변화 대처를 위한 플랫폼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갈지는 세계 7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인 한국에 매우 중요한 문제다. 무엇보다도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에게 무역과 연계된 이행 강제 체제가 도입되면 매우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된다. 오존층 파괴 물질 제조국가에 대한 무역 규제, 국제포경 규제를 위한 수산물 수입 규제, 환율조작국에 대한 미국 `베닛-해치-카퍼(BHC) 수정법안`과 같은 수단이 장차 기후변화에도 동원될 수 있을 것이다.


기후변화는 우리에게 산업구조 전환, 에너지 안보, 신성장동력 창출의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에너지 과소비적 중후장대형 산업구조를 가진 우리나라는 후발국들의 추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산업 전환이 불가피하다. 그리고 중동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에너지 수입을 줄여 에너지 안보를 달성하는 데도 에너지 효율화와 저탄소 성장이 필수다. 또한 기후변화에 대비한 신재생에너지 및 에너지 절약 기술 분야는 신성장동력으로 역점을 둬야 할 분야다. 저탄소·저에너지 사회를 만드는 데는 리드타임이 많이 걸린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큰 흐름을 놓쳐서는 안 된다.


그런 측면에서 현재 우리 사회의 기후변화 대처 자세는 매우 걱정스럽다. 감축 목표로 설정한 2030년 배출전망치(BAU) 대비 37%도 국제사회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으며, 그 가운데 국제시장 메커니즘을 활용해 해외에서 충당하도록 된 11%를 어떻게 달성할지도 불분명하다. 최근 화석에너지 사용량이 증가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은 한국뿐이고, 석탄 화력발전소를 증설할 계획을 가진 국가는 한국과 일본뿐이다. 이미 신재생에너지로 모든 전력 수요를 충족하고 있는 독일 덴마크 등과 대조적이다. 저유가 시대의 편리함에 빠져 시대 조류를 거스르게 되면 훗날 큰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이미 녹색성장을 선도하면서 세계녹색성장연구소(GGGI) 설립과 세계기후기금(GCF) 유치를 통해 기후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해왔다. 세계적 에너지 패러다임 변환에 발맞춰 녹색 에너지 믹스를 보다 과감하게 시도하면서 아시아 전력망 같은 지역 차원의 에너지 협력을 통해 저탄소 사회를 실현시켜야 한다. 그리고 효율적인 정책 수행을 위해 범정부 차원의 녹색 거버넌스 체제 구축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매일경제>에 기고한 글입니다.

원문보기: http://news.mk.co.kr/column/view.php?year=2016&no=407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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