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다. 국민은 이번 선거에 대해 '누가누가 못하나' 게임으로 냉소하는 분위기다. 여당은 야권 분열이라는 엄청난 기회 앞에서 더 못난 짓을 하다가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았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정치권이 반성하고 20대 국회는 좀 나아질까? 아마 그렇게 생각할 사람은 없을 것 같다. 국회선진화법이 살아 있는 데다가 여소야대 국면을 맞았으니 입법 환경은 오히려 열악해졌다. 이런 분위기에서 향후 정치권 관심은 정책적 이슈보다는 내년 대선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많은 변수가 있겠지만 내년 대선 향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요인은 경제 성과이지 싶다. 그런데 전문가들이 보는 전망은 밝지 않다. 혹자는 경제 위기설까지 이야기한다. 어떻게 전개될지 예단하기 어렵지만 대내외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가장 큰 관심은 미국 금리 인상이다. 전문가들은 내년 말까지 최소한 2%까지 올라갈 것으로 본다. 금리 2%를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한 1995~1997년 이후 아시아 경제위기가 왔고, 2005~2006년 이후에는 서브프라임 사태가 왔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우리 주 수출시장인 신흥국부터 자금 이탈이 가시화하면서 경제가 위축된다.
중국은 생산시설과 부동산 과잉 공급을 조정하는 데 최소 2년은 걸릴 것이다. 일본은 국가부채와 양적완화 후유증으로 갈수록 태산이다.
유럽 경제는 회복은 되겠지만 속도는 완만할 것이다. 종합해보면 내년까지 세계 경제가 확 좋아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미국 경제가 좋지 않아 미국이 금리를 올리지 않는 상황도 예상할 수 있지만 이렇게 되면 세계 경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국내 사정도 별반 좋지 않다. 국민은 노후 걱정에 지갑을 닫고 있고, 기업들도 업무추진비를 줄이고 있다.
인구 변화와 가계부채로 주택경기가 여의치 않고, 그동안 엄청나게 공급된 상업용 건물도 부담이다. 이미 공실률이 높고 생산가능인구도 줄어드는데 대형 건물 신축이 계속되고 있어 최근 급격히 증가한 부동산업 대출이 걱정된다.
대내외 환경이 어려운 가운데 우리는 과거에 겪어보지 못했던 초유의 변화 두 가지를 맞게 된다. 하나는 다 아는 인구절벽 현상이고, 다른 하나는 초저금리에서 금리가 오르는 현상이다. 지난 몇 년간 초저금리 시대를 지나면서 부채가 너무 많아졌다.
지난해 금융부문을 제외한 민간부채가 3000조원을 넘어섰는데 국내총생산(GDP) 대비 194% 수준이다. G20 국가 평균 149%보다 크게 높다. 연초 세계 시장을 불안하게 만든 중국의 205%, 일본이 저성장에 진입하던 1990년 초 213%에 비하면 낮지만 그 격차가 크지 않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우리도 결국 따라갈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되면 부채 부담이 현실화 된다. 여기에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기라도 하면 경제는 정말 어려워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선 레이스가 막을 올리면 어떻게 될까. 종래의 행태를 보고 짐작하건대 여당은 정부에 대해 강력한 부양책을 통해 성장률을 높이라고 주문할 것이다.
말이 좋아 양적완화고 추경편성이지, 실상은 부채를 늘리는 것으로 미래경제를 더욱 어렵게 한다. 총선에서 힘을 얻은 야권은 경제민주화와 복지 확대 목소리를 더욱 높일 것이다. 양극화 운운하며 반기업 정서에 불을 붙이면 여권도 막기 어렵다. 기업 의욕은 저하되고 일자리 창출은 더 위축될 것이다.
반면 가장 필요한 개혁이나 구조조정은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크다. 여야 모두 고통이 수반되는 시책에 선뜻 나설 리 없다. 앞으로 대선까지 경제부총리에게는 정말 힘든 시간이 될 것 같다. 그나마 희망은 이번 국회에 경제전문가가 많이 입성했고, 기업가 출신이 이끄는 '국민의당'이 제3당으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이다. 이들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
[김대기 KDI정책대학원 초빙교수]
<매일경제>에 기고한 글입니다.
원문보기: http://m.news.naver.com/read.nhn?mode=LSD&mid=sec&sid1=110&oid=009&aid=00037158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