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황식 前 국무총리
우리는 해방 후 좌우 이념 대립과 6·25전쟁 등 혼란을 겪었지만 온 국민이 한마음으로 단결하여 인류역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비약적인 발전, 즉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루어내었습니다.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이를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과연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는지, 국민은 그만큼 행복해졌는지를 생각하면 부정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인 자살 사망률·교통사고 사망률, 기승하는 학교폭력·가정폭력·충동범죄, 급증하는 도박·마약·인터넷 중독률, 무분별한 고소·고발 등이 만연하는 사회가 결코 선진사회, 행복한 사회라고 할 수 없습니다.
산업화를 이루었다지만 원천기술의 상당 부분을 외국에 의존하고 있고, 민주화를 이루었다지만 현실정치의 모습은 우리의 자랑을 무색하게 합니다. 과도한 경쟁, 물질만능주의, 성과지상주의, 탈법·편법의 만연 등에 따른 결과입니다. 경제적으로는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이 담보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사회적으로는 양극화로 인한 갈등 구조가 심화되고 있고,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하여 국가 발전의 동력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들의 해결 못지않게 진정으로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도 중요합니다.
일찍이 마하트마 간디가 1925년에 7대 사회악을 지적하였습니다. 원칙 없는 정치(Politics without principle), 도덕성 없는 상업(Commerce without morality), 노력 없는 부(Wealth without work), 인격 없는 지식(Knowledge without character), 인간성 없는 과학(Science without humanity), 양심 없는 쾌락(Pleasure without conscience), 희생 없는 신앙(Worship without sacrifice)이 그것입니다.
하나하나 음미하면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지금 한국 사회에도 상당 부분 그대로 적용되고 공감되는 내용이니까요.
저는 여기에 3개를 더 보태어 보았습니다. 공정성 없는 언론(Press without fairness), 책임감 없는 NGOs(Ngos without Accountability),
상호 존중 없는 양성평등(Gender equality without mutual respect). 일부 언론이나 단체에 한정된 문제라고 하더라도 7대 사회악에 더하여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들입니다. 우리가 안고 있는 이러한 문제들을 잘 극복하고 해결하여야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들은 너무 크고 어려워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우리나라의 문제만이 아니라 전 인류의 과제이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그에 앞서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할 수 있는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노력, 즉 우리 스스로 선진사회, 함께 잘사는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모든 시민이 갖춰야 할 의식이나 행동을 점검하고 실천하는 노력이 필요한 때입니다.
그러한 취지에서 매일경제가 `선진국 진입을 가로막는 우리 마음속의 10적(敵)` 시리즈를 기획한 것은 의미 있는 일입니다. 30개 문항을 제시하고 독자들의 의견을 취합·보도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도 30개 문항 중 5개만 우선 선정해 보았습니다.
"다 어기는데, 법 지켜봤자 손해"(법을 지키는 사람이 오히려 손해 본다는 인식), "내가 누군 줄 알고 이래?"(힘 있는 사람·기업·기관이 약자에게 행하는 갑질 행태), "내가 하면 로맨스, 네가 하면 불륜"(내 편이면 관대하게 봐주고 상대편에겐 엄격한 이중잣대), "내 새끼, 마음껏 뛰어 놀아라"(공공장소에서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행동), "내 임기 때만 별일 없으면 그만"(미래보다 눈에 보이는 단기 성과에 집착하는 경향).
다른 사항도 많겠지만, 이것들은 일단 공감하시겠지요?
<매일경제>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원문보기: http://news.mk.co.kr/column/view.php?year=2016&no=2177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