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前 기획재정부 장관
올해 생산가능인구 감소 시작… 마이너스 성장 시대 눈앞에
181개국 718만 재외동포, 나라의 미래 위한 소중한 자산
교육·의료 내국인 대우 등 적극적 이민정책 펴야
2016년 우리에게 과거에 생각하지 않았던 명제가 다가왔다. 생산가능 인구(15~64세 인구.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기준. 중위가정)가 올해 3704만 명을 정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2060년까지는 1500만 명 정도 감소하여 2187만 명에 이를 것으로 통계청은 추정하고 있다. 총인구도 출산율이 계속 떨어지는 저위가정에 의하면 올해 5002만 명을 정점으로 2060년 3447만 명으로까지 감소할 수도 있다고 추정한다.
우리 경제는 다른 여건이 동일하다면 인구의 감소만큼 생산과 소비가 감소하여 마이너스성장 시대가 올 수 있다는 추산이 나온다. 수학적으로 인구감소 추세가 계속되면 언젠가 한반도의 한민족이 사라진다는 추론도 나온다. 가히 두려운 얘기이고 민족적 명제라 할 수 있다.
인구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출산율 감소다. 우리의 합계출산율은 1965년 5.63명에서 1980년대에 2명대로, 1990년대에 1명대로 떨어졌다가 2014년 1.205명으로 세계 최저수준에 있다. 저출산율은 1966년부터 시행된 피임수술, 소득세 2자녀 공제, 아파트 우선분양, 예비군훈련 면제 등 광범위한 가족계획정책의 결과다. 이 정책은 "2자녀는 문화인, 3자녀는 야만인, 4자녀는 식인종"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소자녀(少子女) 가족문화를 만들고 인구증가율을 3%대에서 1%대 이하로 감소시켰다.
세계 최저수준의 출산율은 인구감소라는 구조적 난제를 만들었다. 정부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육아수당 지급, 2자녀 소득공제 제한 폐지 등 많은 노력을 하였으나 효과는 별로 없었다. IMF는 출산 증가를 위한 재정 지출은 실효성 없이 재정 건전성만 악화시킨다는 이유로 중단을 권고했다.
인구 감소 극복대책은 출산 증가 이외에 이민 확대가 있고 실질적인 경제활동인구 증가를 위한 여성경제활동 확대, 조기 취업과 정년연장 등 다섯 가지가 있다. 출산율·여성경제활동·정년연장에 대해서는 정부의 가시적인 노력이 있어왔지만, 조기 취업을 위한 마이스터고(高)와 특성화고에 대한 노력은 시들해졌고, 이민에 대한 관심은 아직 크지 않은 것 같다.
나는 과거 우즈베키스탄에 출장을 갔을 때 조국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고려인 동포들의 간절한 소망을 알고는 산업은행에 고려인 대학생들의 모국 연수과정을 만들었다. 대우조선, 현대자동차, 포항제철을 견학시키고 마지막 날 캠프파이어를 하면서 아리랑을 합창할 때 눈물바다가 됐다. 그들은 아름답고 잘사는 할아버지의 조국을 너무 부러워했고 조국에 와서 일하고 싶어 했다. 나는 "당신들 할아버지의 조국인 대한민국은 당신들의 조국이고 지금 조국은 당신들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들에게 언어, 국적 취득과 비자 발급의 장벽은 원망스러웠다. 그들의 할아버지는 나라 잃고 독립운동을 하거나 살아남기 위해 연해주로 간 동포들이다.
우리는 181개국 718만 명(재외동포재단 통계)의 재외동포를 갖고 있다. 중국 258만, 일본 85만, 구(舊)소련 50만 등 394만 명은 대부분 해방 전 떠난 동포들이다. 지금 한국에서 일하는 100만 명 전후의 외국인 근로자 중 재외동포는 20여만 명에 그친다. 국적법을 보면 재외동포는 외국인과 같은 엄격한 귀화 절차와 외국국적의 포기를 규정하고 있다. 출입국관리법도 마찬가지다. 재외동포특별법도 근본적으로 차이가 없다.
해방 전 떠난 재외동포는 독립투사가 아니더라도 식민통치 아래 한반도에 살아남은 우리보다 역사적 정통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해외에서 일어나는 종교갈등에 의한 테러·폭동을 보면 700만 재외동포는 우리 미래의 소중한 자산이다. 우리는 그들에게 한글학교를 개설하고 모국 연수를 시키는 소극적인 관심에 그치고 있다. 복수(複數) 국적도 제한하고 단순노무자는 재외동포 비자도 제외하고 있다. 조국에서 살아남은 우리가 그들을 심사하고 제한하는 것은 역사의 정의가 아닌 것 같다.
한국의 지속 성장을 위해 선진국들과 같이 이민을 받아야 한다고 일찍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개리 베커 시카고대 교수는 권고했다. 민족의 미래를 위해 결혼이민과 단순노동자의 단기 체류를 넘어 적극적인 이민정책을 생각할 때가 되었다. 먼저 병역 기피와 관계없는 재외동포들에게 자유로운 국적 취득과 출입국부터 보장해야 한다. 특히 해방 전 조국을 떠난 동포들에게는 한글을 가르치고 교육·의료·연금에서 내국민 대우를 해야 할 역사적 책무도 생각할 때가 되었다. 필리핀 베트남 등 종교갈등이 없는 동남아 결혼이민은 정부가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 이민을 민족적 천년대계로 다루어야 할 명제가 되었다. 한민족이 한반도에서 사라지지 않으려면!
<조선일보>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원문보기: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1/10/201601100236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