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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천국` 한국과 스웨덴의 차이 김대기 | 2015.09.07 | N0.62

김대기 KDI 정책대학원 초빙교수


스웨덴은 자타가 공인하는 노조 천국이다. 근로자의 노조 가입률이 70%가 넘고 사회적 영향력도 엄청나다. 좌파 성향인 사회민주당이 지난 80여 년 동안 64년이나 집권할 수 있었던 것도 노조의 힘이다. 노조는 임금협상에 있어서도 주도권을 가진다. 경영자연맹과 협의를 해서 인상률을 정하면 개별 기업은 이 결정을 따른다.


막강한 권력을 가진 노조지만 과도한 요구나 정부 정책에 반발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렇게 했다가 다 같이 망한 쓰라린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1930년대부터 노조는 좌파정부와 더불어 스웨덴을 복지 천국으로 만들었다. 재원은 기업과 고소득자로부터 갹출한 세금이었다. 1980년대 초까지 법인세율 58%, 소득세는 최고 단계 세율이 85%에 달할 정도로 가히 살인적 세금이었다. 여기에다 개인은 순자산의 1.5%를 부유세로 내야 했고 기업들은 높은 임금 이외에 사회보장료도 부담해야 했다. 이렇게 해도 버틸 수 있는 경제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스웨덴은 조선 철강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수출 국가였지만 1970년대 들어 조선 산업부터 붕괴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철강 산업이 뒤따랐다. 주력 산업들이 무너지면서 극도의 불황이 찾아왔다. 수많은 기업이 도산하고 실업이 급증했다.


당시 좌파정부는 무너지는 제조업을 살리기 위해 구제금융을 쏟아부었지만 실패하고, 그 여파로 총선에서 참패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이후에도 스웨덴은 제도 개혁보다는 환율 절하를 통한 경기 부양에 심취하다가 1990년대 초 디폴트 직전까지 가는 최대의 위기를 맞이한다.


스웨덴은 위기를 맞으면서 개혁을 시작했다. 노동개혁은 주력 산업들이 무너지는 과정에서 먼저 이뤄졌다. 1982년 제정된 고용보호법에 의하면 고용주가 수요 감소, 근로자의 업무 태만, 능력 부족 등 사유가 있으면 해고할 수 있다. 정해진 규칙에 따라 해고가 되면 사법부가 여기에 간섭하는 일은 거의 없다. 노동시장이 유연해진 것이다. 그리고 복지를 줄이고 세율도 낮췄다. 부유세와 상속증여세는 아예 폐지했다. 보편적 기초연금도 저소득 노인에게만 주는 맞춤형으로 바꾸고, 국민연금도 낮췄다. 모두 노조의 대승적인 협조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렇게 과감한 개혁을 추진한 결과 스웨덴은 21세기 들어 최고 경쟁력을 갖춘 국가로 다시 태어났다. 노조에는 석·박사급 연구인력이 많아 경제 상황을 냉철히 분석하고 자기들 이익만 챙기지 않고 국가 경제 전체를 생각한다. 그래서 노조에 근무한다고 하면 사회적으로도 존경받는다고 한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 노조는 어떤가. 근로자 가입률이 10%에 불과하지만 그 영향력은 스웨덴 못지않다. 둘 사이에 가장 큰 차이는 책임감 여부다. 우리 노조는 권익만 챙기고 국가에 대한 책임감은 소홀하다.


적자가 가중되는 조선 산업에서 상품권까지 주며 파업을 부추기는 게 우리 노조다. 이런 강성노조와 노동 경직성에 질려 외국인들이 국내 투자를 기피한 지 오래됐다.


현 상태가 계속되면 누가 가장 큰 피해를 보나. 대기업은 불편하더라도 대안이 있다. 해외로 나가면 된다. 아니 이미 나가고 있다. 그러나 능력이 안되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는 국내에서 고스란히 그 폐해를 입고 있다. 대기업에서 파업이 일어나고 임금이 오르면 그 고통은 협력업체의 몫이다.


정규직이 권익을 누릴수록 비정규직, 청년실업자들의 고통은 커져만 가고, 용역근로자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불성실한 정규직보다 못한 대우를 받는 것이 현실이다. 노동 비효율이 새로운 형태의 양극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제 노조도 재벌개혁 등 남 탓하지 말고 대승적인 결단을 할 시점이다.


핵심은 해고 요건 완화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높아지면 국내 일자리는 분명히 더 늘어난다. 전면 개혁이 두렵다면 매년 정규직의 1%만이라도 유연성을 확보하면 어떨까.


<매일경제>에 기고한 글입니다.

원문보기:http://news.mk.co.kr/column/view.php?year=2015&no=858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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