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HOME > 함께 만드는 이슈 > 칼럼
미국 금리 인상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이종화 | 2015.09.04 | N0.61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9월 17일에 있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결정을 앞두고 세계 경제가 긴장하고 있다. 이번에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견해와 0% 수준의 현행 초저금리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견해가 대립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7대 3 정도로 현 금리가 유지될 가능성을 더 크게 본다.


2008년 9월 미국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면서 금융위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미국 연준은 그해 12월 기준금리를 0%로 낮추어 최대한 낮은 이자로 자금을 공급해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고 실물경제의 회복을 도왔다. 이자율 하락만으로 금융위기가 진정되지 않자 주택저당증권을 금융기관으로부터 직접 매입하고 장기 국채를 대량으로 사들이는 양적완화 정책을 실시했다. 채권 매입은 지난해 멈추었고 이제 제로 금리를 정상화할 것이냐가 관건이다.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의 첫째 근거는 미국 경제의 빠른 회복이다. 지난 2분기 경제성장률은 연율 3.7%였고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이 3%를 넘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최근 연준 부의장인 스탠리 피셔는 주요 지표인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인 2%보다 낮아도 이자율을 올릴 수 있다고 했다. 경기회복세가 빠르기 때문에 정책 효과가 발생하는 데 걸리는 시차를 고려해 미리 이자율을 올려 물가 상승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낮은 금리가 너무 오래 계속되면서 민간이 부채를 늘리고 위험도가 높은 자산에 투자해 자산가격 거품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도 금리 인상설의 배경이다.


반대론자들은 아직 미국 경제 회복세가 확실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금리 인상이 내수를 위축시키고 달러 절상으로 수출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다. 중국의 경기 침체로 저유가가 계속되면서 물가는 크게 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더구나 미국과 세계 금융시장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미국의 금리 인상은 성급하고 위험을 자초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러나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이 아직까지는 미국 연준의 정책 방향을 바꿀 정도는 아니라고 보면 이번 9월이 아니더라도 올해 12월에는 연준이 정책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크다.


우리와 같은 신흥국 경제의 입장에서는 미국의 금리 인상은 이미 예견된 일이고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가 중요하다. 올해와 내년에 걸쳐 연준이 이자율 상승 폭과 속도를 조심스럽게는 하겠지만 세계 금융시장은 크게 불안정할 수 있다. 그동안 미국뿐 아니라 유럽·일본에서 양적완화로 풀린 자금이 고수익을 얻기 위해 신흥국으로 대량 유입됐다가 이미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자본 유출로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이 커지고 자산 가격도 하락할 것이다. 국제 금리가 오르고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 달러 부채가 과도한 기업, 금융기관, 정부의 상환 부담이 커질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4월 아시아·태평양 경제전망보고서에서 기초 경제 여건, 글로벌 시장과의 무역 및 금융 연계성 등을 고려해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 금리 인상과 국제 금융시장 변동에 얼마나 충격을 받을지 분석했다. 한국이 가장 충격을 작게 받을 국가라고 했다. 다행이긴 하나 우리 경제는 가계 부채와 기업의 외화 부채가 많은 점에서 취약하고 또 다른 위험의 근원지인 중국 경제로부터 파급효과를 크게 받기 때문에 이중고(二重苦)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미국과 중국의 통화정책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대응하기 쉽지 않다. 통화·외환·재정정책을 조화롭게 잘 운용해 정책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 가계의 부채 관리, 부실 기업의 구조조정,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도모해 앞으로 금리가 상승할 때 발생할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


지난 6월 한국은행 창립기념 국제회의는 ‘글로벌 금리 정상화와 통화정책의 과제’라는 시의적절한 주제를 놓고 다양한 논의가 있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경제의 기초 여건 강화, 거시 건전성 정책을 통한 금융리스크 관리와 더불어 통화스와프 등 글로벌 안전장치를 확대하기 위한 국가 간 협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중앙은행들이 약정한 환율로 해당 통화를 일정 시점에서 상호 교환하는 통화스와프는 위기 때 큰 도움이 된다. 한국은 중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와 통화스와프를 하고 있지만 2008년 위기 때 중요한 역할을 한 미국 연준, 일본 은행과의 통화스와프를 지금 하고 있지 않다. 외환보유액이 많고 단기외채가 적어 위험이 작다고는 하지만 혹시 필요할 때 국제 결제 통화를 갖고 있는 미국·일본·유럽의 중앙은행들과 통화스와프를 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비정상적 통화정책이 정상화되는 것은 미국 경제가 좋아지는 것을 반영하는 반가운 소식이기도 하다. 그러나 전례 없는 일이 시작되면서 불확실과 위험이 크다. 선제적으로 잘 대응해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파급효과를 최소화해야 한다.


<중앙일보>에 기고한 글입니다
원문보기: http://article.joins.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18589624&cloc=olink|article|default

  • facebook
  • twitter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