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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법적 의무도 중요하다김명식 | 2015.06.22 | N0.49

김명식 대구가톨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국민생활에 필요한 의무는 법률이 규정

국민이 협력해야 하는 훈시적 성격 강해

초기 감염자들 법적 의무 다했더라면

메르스 사태도 좀 더 일찍 수습됐을텐데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결국 대구까지 침투했다. 메르스와 같은 전염병 관리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는다. 이 법 제6조 제1항은 ‘국민의 책무’라는 제목으로 국민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감염병 예방 및 관리를 위한 활동에 적극 협조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국민의 의무라 하면 헌법에 있는 국방, 납세, 교육의무 등 국가유지에 필수적인 인적`물적 자원을 조달하는 것만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국민 생활에 필요한 의무들은 법률에 다 있다. 대부분의 법적 의무가 국민이 협력해야 하는 훈시적 성격이지만 벌칙 근거가 되므로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이번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우리 일상생활과 밀접한 법률에 규정된 국민의 의무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정리해 본다.


첫째, 안전질서에 관한 의무이다. 「국가보훈 기본법」 제6조는 나라를 위해 희생`공헌한 분들을 존중하고 애국심을 선양하는 국가 시책에 적극 협력할 의무가 있다. 국민의례에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의 근거가 된다. 그 밖에 「민방위기본법」 제3조는 민방위 시책에,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제6조는 공공기관의 부패방지 시책에,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5조는 재난방지를 위한 정부의 업무 수행에, 국민이 협조할 의무를 각각 정하고 있다.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 제4조에는 119대원의 활동을 돕고 위급상황을 신고할 국민의 의무가 있다.


둘째, 보건의료에 관한 의무이다. 감염병의 예방`관리법 외에도 「건강가정기본법」 제4조는 가정의 중요성 인식과 복지 향상을 위해, 「건강검진기본법」 제4조는 건강검진을 통한 건강 보호`증진에, 「구강보건법」 제4조는 구강건강에 관한 올바른 지식 습득과 구강보건사업에, 「국민영양관리법」 제5조는 올바른 영양관리를 통한 건강 보호`증진에, 「보건의료기본법」 제14조는 자신과 가족의 건강 보호`증진을 위해, 「정신보건법」 제5조는 정신질환의 예방과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정부활동에,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 제3조는 에이즈의 예방과 정부의 조치에, 국민이 협력하거나 노력할 의무를 각각 정하고 있다.


셋째, 환경보전에 관한 의무이다. 「환경정책기본법」 제6조는 정부의 환경정책에, 「폐기물관리법」 제7조는 폐기물의 감량화와 자원화를 위해, 「전기`전자제품 및 자동차의 자원순환에 관한 법률」 제6조는 폐기물의 적정 배출 등 정부의 조치에,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6조는 분리배출과 재활용제품의 우선 구매 및 일회용품의 사용 자제를 위해, 「악취방지법」 제3조는 사업활동과 음식물 조리, 동물 사육, 식물 재배 등 일상생활 중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악취 방지와 정부 시책에, 국민이 적극 협조하거나 노력할 의무를 각각 정하고 있다.


넷째, 복지일상에 관한 의무이다. 「양성평등기본법」 제4조는 양성평등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실현하는데, 「장애인복지법」 제10조는 장애 예방과 조기 발견 및 복지향상에,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5조는 발달장애인의 복지향상에,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 제3조는 정부의 관련 정책 수립`시행과 자살 위험성이 높은 사람의 구조와 조치를 위해, 「건축기본법」 제5조는 정부의 건축정책에, 「농지법」 제5조는 농지 이념 존중과 정부 시책에,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 제4조는 대중교통을 위한 정부 정책에, 「지속가능 교통물류 발전법」 제6조는 교통물류활동으로 인한 환경훼손을 최소화하고 에너지를 절약하는 등 정부 시책에, 국민이 적극 협력하거나 노력할 의무를 각각 정하고 있다.


이처럼 개별 법 조항에서 국민의 의무를 굳이 명시한 이유는 국민의 자발적 참여와 협조 없이는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메르스 사태도 초기 감염자들이 약간 불편하더라도 법적 의무를 다했더라면 좀 더 일찍 수습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그런데 대구는 그런 법령을 집행하는 공무원의 부주의가 발단이 된 것이라 참으로 안타깝다.


<매일신문>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원문보기: http://www.imaeil.com/sub_news/sub_news_view.php?news_id=35025&yy=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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