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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위기 극복의 열쇠… 내 가족이라면 어떻게.. 공감에서 찾아야이동관 | 2015.06.26 | N0.48

"당신 자식·부모라면 그렇게 할 수 있느냐"… 메르스와의 전쟁 백신은 '신뢰'
박근혜정부의 메르스 대응 안타깝다… MB정부 쇠고기 수입 논란도 성찰 필요
'호들갑'과 '선제적 대응'은 위기 극복의 필수… 실패를 반복하지 않는 게 중요


*편집자 주= 이동관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학교 총장은 23일 서울대 경영대학의 초청을 받아 ‘스토리텔링과 정치적 커뮤니케이션(Story Telling in political communication)’을 주제로 강연했습니다.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이 총장은 특강에서 세월호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촉발된 국정운영 시스템 문제 논란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공감(empathy)의 능력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습니다. 데일리한국은 과거 정권의 공과를 참고한다는 취지에서 이 총장 측의 동의를 받아 특강 내용 요지를 칼럼 형식으로 게재합니다. 


[데일리한국= 이동관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 총장 특강 요지] 메르스와 관련해 정부의 대처에 분노하는 국민들의 생각을 들어보면 요점은 결국 ‘당신 자식, 부모, 가족이라도 그렇게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다시 말해 최근 메르스 사태와 관련한 정부 대응의 핵심 문제는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해하는 공감 능력의 결여’이다. 사태 초기 정부의 대응을 보면 ‘건강한 사람은 문제 없다’, ‘전염성이 강하지 않다’ 등 일방적인 주장이 주를 이룬다. 이 주장은 논리적으로도 허점을 드러낸 것은 물론 전염병의 공포에 떨고 있는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메르스 사태, 백신은 '신뢰'"


박근혜정부의 메르스 대응에 대해서는 안타까운 기분을 느낀다. 호미로 막을 수 있었던 일을 결과적으로 가래로 힘겹게 막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우리나라가 2003년 사스(SARS),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A(H1N1, 신종 플루) 등 국제적으로 질병 대처에 관해서는 선진국 수준의 좋은 대처를 보여줬는데, 이번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서는 ‘전염병 수출국’ 등 국제적으로 좋지 않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갑자기 터지는 일이라 어쩔 수 없는 면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전염병과의 전쟁은 일반적으로 ‘공포’와의 전쟁이 가장 큰 부분이다. 이 전쟁에서 백신은 ‘신뢰(trust)’이다. 그것이 전제되지 않으면 사회 불안을 막을 수 없다. 이 과정에서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는 것은 과학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결국 핵심은 정치적 영역이다. 그런 부분에서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는 초기에 정부가 ‘신뢰’를 너무 빨리 잃은 것이 가장 뼈아프다. 메르스로 국민들이 시름에 잠겨 있을 때 신문 1면에 실린 대통령의 환하게 웃는 얼굴을 보며 국민들이 위화감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미국산 쇠고기 논란, 논리보다는 정서적 '공감'


지난 정부의 사례를 살펴보자. 제가 청와대에서 일하던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인해 이른바 광우병 파동이 일어났다. 이는 대규모 촛불집회로 이어지며 국정운영의 위기를 불러왔다. 사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노무현정부 말에 사실상 양국 간 합의가 어느 정도 됐던 부분이다. 그런데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일본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때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당위성을 설명하며, “우리 국민이 값싸고 질 좋은 미국 쇠고기를 먹을 수 있도록 하겠다. (미국산 쇠고기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적게 사면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당시 보좌하는 제 입장에서도 대통령의 발언에 특별히 잘못된 부분이 있다고 느끼지 못했다. 논리적으로는 충분히 맞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들에게 이 발언은 크게 와 닿지 못한 것과 동시에 정부가 국민의 안전을 소홀히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불신을 심어줬다. 결과적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논란의 근본 원인은 MBC ‘PD수첩’ 등을 포함한 일부 언론의 왜곡 보도, 괴담 수준의 루머 확산, 일부 시민단체의 선동이었지만 우리에게도 반성과 성찰이 필요한 부분이 분명히 존재한다. 논리나 합리성, 시장원칙보다는 국민과의 ‘정서적 공감’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 말이다. 바로 국민과의 눈높이를 맞추는 일이다.


촛불의 교훈이 낳은 '친서민 중도실용'


촛불 사태와 금융위기가 어느 정도 진정되어 가던 2009년 2분기까지도 대통령의 지지율 회복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특히 전통적 지지층인 중도개혁층이 이탈하고 있다는 보고가 잇따르며 국정운영 방향의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이것은 바로 촛불이 일깨워준 교훈, 즉 합리성과 시장 논리만으로는 국민들을 정서적으로 설득할 수 없다는 것과 어떤 문제든 선제적 대응이 중요하다는 사실에 따른 필연적 선택이었다.


이명박정부는 정권 초 법인세 인하를 대표 정책으로 하는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국정운영의 핵심 기조로 내세웠다. 진보 진영에서는 친(親)기업 정책을 내세운 이명박 대통령에게 기득권의 아이콘이라는 비난 어린 시선을 보냈지만, 세계적인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핵심은 ‘정부가 무엇을 하느냐’가 아닌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것이었다. 촛불의 교훈으로 우리는 국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 니즈(needs·요구)를 파악하는 것에 역량을 집중했다. 한 예로 2009년 중반 거시경제 지표가 나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여전히 경제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체감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당시 저는 청와대 내부회의에서 “거시경제 지표 향상을 홍보하지 말자”고 주장했다. 국민들이 체감하지 못하는 상황에서의 일방적인 정부의 업적 홍보는 상대적 박탈감을 더 자극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것이 바로 ‘친서민 중도실용’ 정책을 통한 양극화 해소를, 이후 국정 기조의 핵심으로 삼게 된 배경이다. 정책적으로도 미소금융, 보금자리 주택, 든든학자금 등 서민을 위한 노력들을 병행했다.




스토리텔링을 잘 활용하고 있는 미국


정부든 기업이든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다. 공통점은 우선 국민들이 원하는 것(니즈)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고 나서 거기에 ‘스토리텔링’이라는 옷을 입히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을 보좌해 미국에 방문했을 당시 우리와는 달리 백악관 안에서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전속 사진기사 단 한 명만이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란 경험이 있다.


지난 2011년 오사마 빈 라덴 사살 당시 많은 신문에서 보도된 사진을 보면 군 통수권자인 오바마 대통령이 다른 사람들과 섞여 불편한 모습으로 자리에 앉아 현장 상황을 지켜 보고 있다. 지휘자 자리가 아닌 구석 자리에 앉아 상황을 지켜보는 오바마 대통령의 모습을 보며 미국 국민들은 어떤 느낌을 받았을지 충분히 짐작이 간다. 백악관의 한 참모는 “우리는 매일 오바마 드라마를 만든다”고 말한 바 있다. 연출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진실에 기초한다면, 진정성이 더욱더 부각된다면, 좋은 스토리텔링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미국에서 돌아와 이명박 대통령의 2000여건의 영상을 직접 분석했다. 국민들의 눈으로 보는 대통령의 모습에 대해 고민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 ‘CEO’라는 이미지가 강해 그분이 어려웠을 적에 시장에서 야채 쓰레기를 청소하며 고학(苦學)한 것을 일반 국민들은 잘 모른다. 이명박 대통령이 바로 ‘코리안 드림’의 상징인 것이다.


이 부분을 국민들에게 집중적으로 알리며 ‘친서민’이라는 국정운영 방향과 홍보 전략을 일체화했다. 한 예로 시장에서 얼음과자통을 매고 얼음과자를 먹는 대통령의 모습은 국민들에게 옛날 어려웠던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동시에 대통령도 우리와 같은 서민이라는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이러한 노력들은 실제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으로 나타났다. 물론 집권 3년 차에 대통령의 지지율이 약 50%까지 회복된 것은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 G20 정상회의 개최 등의 영향도 있지만 국민과 공감하고 소통하려는 노력, 국정 화두 변화 노력이 상당히 주효했다고 평가한다.


전문가의 함정에 빠진 대한민국


스토리텔링을 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앞에서도 말했지만, 바로 ‘정서적 공감’이다. 앞서 광우병이 발병할 확률은 1억분의 1 정도라는 근거에 입각한 기술적 설명은 전문가의 함정에 빠진 경우를 잘 보여준다. 수치와 과학적 분석에 입각한 기술적 설명은 메르스에 휩싸인 지금 우리나라에서 ‘당신 부모가 당장 신장 투석을 받아야 하는데, 안심하고 병원을 찾을 수 있겠느냐’는 주장 앞에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몇 년 사이 SNS가 활성화되면서 사람들의 공감 능력이 굉장히 높아졌다. 바꿔 말하면 집단 지성이라고 할 수 있고, 좀더 쉽게 말하면 대중들이 똑똑해진 것이다. 더불어 리더의 덕목으로 ‘공감’과 ‘소통’ 능력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광우병 사태를 요약하면 ‘당신 가족한테도 먹일 것이냐’이다. 어린 아이에게 말할 때 허리를 숙여 눈을 맞추면서 이야기하는 것과 같이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메르스 vs 신종인플루엔자, 정부 대응의 온도차


근래 최대 화두가 메르스이다 보니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앞서 지난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도 말했지만, 좀더 쉬운 비교를 위해 같은 전염병으로 2009년 발생한 ‘신종인플루엔자’ 사태를 살펴보자. 2009년 4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첫 환자가 발생한 후 약 5개월 만인 9월까지 191개 이상 국가에서 30만 명이 넘는 환자가 발생하는 등 그 규모와 파급력 면에서 현재의 메르스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2009년 4월 28일 우리나라에서 신종인플루엔자 추정환자가 발생한, 바로 당일 이명박정부는 국가 위기 단계를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하고, 국가 비상대응 체계를 가동했다. 또한 질병관리본부 산하에 중앙방역대책본부 운영을 시작하고, 이틀 후에는 보건복지부 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대책본부를 설치하고 전화 추적 등 기민하고 신속한 움직임을 보였다. 이러한 범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대응으로 나라는 인접 국가인 일본, 중국에 비해 신종인플루엔자의 지역 사회 확산을 2개월 이상 지연시킬 수 있었다. 지역 사회로 확산된 이후에도 피해 최소화를 위해 민관 합동체제 구축, 부처 간 유기적인 협력 강화를 통해 시도별 치료거점병원 설치, 예방 접종을 위한 백신 수급 확대 등에 힘썼다.


물론 이 같은 선례를 메르스 사태에 그대로 대입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말보다 행동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좋은 교훈이 될 수 있을 듯하다. 실제 에볼라 사태 당시 오바마 대통령의 행동에서도 볼 수 있듯이 예상되는 모든 부작용과 시나리오를 분석해 신속하고 치밀하게 대처하되, 특히 국가 지도자가 앞장서 대응하는 것이 바로 신속한 상황 진화의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호들갑'과 '선제적 대응'은 위기 극복의 필수!


경험자로서 청와대의 위기 대응 관리 원칙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호들갑은 떨되 초동 대응은 신속해야 한다. 위기 상황 시에 호들갑은 반드시 필요하다. 공포를 확산시키기 위한 호들갑은 아니다. 예상되는 모든 문제를 상상해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협조를 구해야 한다는 의미다. 선진국일수록 대형 재난이나 질병이 발생한 경우 초동 단계에서는 호들갑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요란스러운 대응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시 말해 목소리는 크게 내되 행동은 신속해야(Speak Loudly, Act swiftly) 한다.


명의는 환자의 병을 치료할 때 본래 환부보다 약간 더 크게 제거한다고 한다. 예상되는 부작용과 시나리오에 대하여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게 한 번에 메시지를 내놔야 한다. 바로 선제적인 대응 능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리스크를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선제적 대응을 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상상력’이 있어야 한다. ‘메르스 발병 초기에 감염 경로나 병원 등을 명쾌하게 밝혔으면 이런 혼란이 있었을까’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이번 경우처럼 정부에서 처음에는 아무 일 아니라고 다 막겠다고 하다가 나중에 문제가 커지면 정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신뢰가 확보되지 않은 스피커는 과감히 교체해야"


이런 부분에서 위기 상황에서 정부 혹은 기업을 대표해서 입장을 발표하는 스피커의 신뢰는 상당히 중요하다. 광우병 사태 때도 스피커를 교체하며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했다. 한 번 불신을 준 사람이 아무리 열심히 이야기해봤자, 듣는 사람들은 믿지 못한다.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못 믿는 상황이 오는 것이다.


미국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에 대해 “난 사기꾼이 아닙니다”라고 항변하자, 오히려 많은 국민들이 닉슨을 사기꾼으로 생각하게 됐다는 일화는 스피커의 신뢰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준다. 이런 의미에서 위기 시 존재감 있는 통합 사령관(차르)이 있어야 한다. 국민에게 신뢰를 주는 차르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이고 중요한 열쇠가 되는 것이다.


"당장의 지지율에 연연하는 것은 악수(惡手) 중의 악수"


옛말에 ‘손 따라 바둑 두지 마라’는 말이 있다. 확고한 원칙 없이 즉흥적으로 움직이면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하물며 바둑도 이럴진데 국정운영이야 더할 나위 없다. 이번에도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訪美)를 두고 논란이 있었는데, 결국 언론과 야당의 의견에 밀려 미국 방문 연기라는 방향으로 결론 났다. 사안에 따라 언론이나 야당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필요는 있다. 하지만 당장의 외부적 요인에 의한 압박에 밀려 국정운영의 큰 틀을 잃게 된다면 더 큰 악수가 될 수 있다.


물론 정부로서는 메르스 사태에서 초기 대응이 실패해서 어려운 점이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인 원칙과 전략을 가지고 대응해야 한다. 물론 이것이 쓸 데 없는 고집이나 아집으로 비치면 안 된다. 당장의 지지율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 앞에서도 설명했지만 이명박정부 시절에도 광우병 사태로 떨어진 대통령 지지율을 국정 성과와 친서민 정책으로 회복한 경험이 있다. 결국 국민은 결과로써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대한항공 vs 코오롱, 위기 대응 방법이 명암 갈라


세계적인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가 "세상의 모든 일은 판매다"라고 말한 바 있다. 저는 지금 제가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지식을 팔고 있다. 그것이 상품이든, 경험이든, 지식이든 마찬가지다. 사람이라는 존재는 우리가 의식하든 안 하든 무엇인가를 팔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적 커뮤니케이션과 기업의 경영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른바 ‘오바마 케어(전 국민의 건강보험 가입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미국의 의료보험 시스템 개혁 법안)’를 홍보하기 만들어진 오바마 대통령의 셀카봉 동영상이 가입자 114만 명 증가라는 결과로 돌아온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스토리텔링에 입각한 홍보는 상품 판매나 공공정책 마케팅에서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이번에는 대한항공의 이른바 ‘땅콩 회항’ 사태를 살펴보자. 근래 조현아 전 부사장이 재판을 마무리하고 복귀에 시동을 거는 등 마무리되고 있지만, 이미 대한항공이 잃은 것은 어마어마하다. 상대적으로 말하고 싶은 것이 바로 많은 대학생 희생자를 낸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를 둘러싼 코오롱의 대처다. 사고 초기 이웅열 회장이 직접 언론에 나와서 직접 입장을 밝히고 사과한 바 있다. 이런 대처를 결정한 것이 바로 이웅열 회장 자신이라고 한다. 저녁을 먹고 차를 타고 귀가하는 길에 뉴스를 접한 이 회장은 그대로 사건 현장으로 달려가 긴급 회의를 주재하고 사고 다음날 새벽 6시 “사재를 출연해 보상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결국 이러한 최고 책임자의 적극적인 노력은 원만한 유족과의 합의를 이끌어내며 사건을 조기에 마무리짓는 결과로 나타났다. 이런 노력이 땅콩 회항이 언론에 보도됐을 당시 대한항공 측에서 보였다면 아마 여론을 달라졌을 것이다. 일반 대중들은 규정을 따지기에 앞서 정서적 공감을 중요시한다. 결국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능력,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 수 있다. 이런 것들이 스토리텔링과 어우러져 조직 문화와 함께 융합될 때 위기 극복도 용이해진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실수가 반복되면 그것은 실수가 아니라 바로 무능력이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경험에서 배우지 못하면 미래는 없다. 경험이 곧 발전의 동력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동관 총장 프로필
서울대 정치학과 - 미국 하버드대 니만 펠로우 - 동아일보 도쿄 특파원·정치부장·논설위원 - 이명박 대통령후보 공보특보 -17대 대통령직인수위 대변인 - 청와대 대변인·홍보수석·언론특보 -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 총장(현)


<데일리한국>에 기고한 글입니다.

원문보기: http://daily.hankooki.com/lpage/column/201506/dh2015062417525814117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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