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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이 일깨우는 4대강 親水정책박재광 | 2015.06.22 | N0.47

박재광 미 위스콘신대 건설환경공학 교수

서울 중부 지방의 가뭄은 5∼10㎜가량의 소나기로는 해소되지 못할 정도로 심하다. 이제 한국도 가뭄을 심각하게 보고 장기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한반도에 124년 주기의 대가뭄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공신력을 갖춘 국제기구들은 한국을 ‘물 부족 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하지만 아껴 쓰기만 하면 문제없다는 환경단체의 주장과 예산 우선순위에 밀려 과거 정부는 더 근본적인 홍수와 가뭄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2002년 태풍 ‘람마순’과 ‘루사’로 270명의 인명 피해와 6조1000억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김대중정부는 42조8000억 원 예산의 수해방지 대책을 세웠으나 제대로 실행하지 않았다. 2006년 태풍 ‘에위니아’와 집중호우로 63명의 인명 피해와 1조9000억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노무현정부는 급히 87조4000억 원 예산의 신(新)국가방재 시스템을 수립했으나 또 흐지부지됐다. 결과적으로 22조 원 예산의 4대강 사업이 최초의 전국적인 수해 방지 사업이 됐다.

소방방재청 자료를 보면 2003∼2007년 연평균 방재예산 중 일본은 88%를 예방에 투자했으나 한국은 35%만 예방에 투자했다. 과거 어느 방재계획보다 훨씬 저렴한 예산으로 추진한 4대강 사업은 엄청난 반대 속에 진행됐다. 이 여파로 정치권은 기초시설과 개발 사업에 대한 거부감을 나타내 당연히 해야 하는 후속 사업들이 추진되지 못하고 심지어 보를 허물자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강력한 허리케인과 폭우의 빈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측한다. 미국은 최근 자연재앙을 대비한 계획을 세울 때 기후변화를 고려하도록 했다. 이는 과거 자료의 통계 분석을 근거로 한 설계 방식보다 훨씬 더 엄격한 대책이다. 이러한 미국과 달리 한국은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국가라는 환경론자들의 인정에도 불구하고 ‘개발은 악(惡)’이라는 단순 반대 논리 앞에 속수무책이다.

한국은 수자원 이용도가 23%밖에 안 된다. 하지만 유럽은 75%나 될 정도로 물 관리를 잘한다. 그럼에도 21세기 들어 빈번한 홍수 피해가 발생한다. 2011년에는 100년 만의 최악인 가뭄을 겪었다. 한국은 유럽처럼 국토를 개조할 정도로 대비하지 않으면 국가 몰락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도 발생할 수 있다.

아직도 한국 사회에는 4대강 사업은 1년에 1∼2주 발생하는 녹조를 빌미로, 해서는 안 되는 사업이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완공 후 4대강은 원래 목적한 대로 홍수와 가뭄이 최소화하고, 생태계가 살아나고, 수질이 개선되고,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며, 국민의 휴식처가 되고 있다. 다만, 4대강 사업만으로 전 국토에 걸친 치수 문제를 다 해결할 수가 없다. 후속 사업인 지천(支川) 살리기, 상습 가뭄 지역의 4대강 물 공급, 하천변 개발 등을 계속해야 한다.

이제는 단순한 댐 건설만으론 안 된다. 유럽 하천의 80%가 댐·보 건설을 통해 홍수, 수력 발전, 용수 공급, 주운(舟運) 목적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24%인 친수(親水)구역을 37%로 확대하는 일조차 환경단체 등의 반대로 못하고 있다. 선진국처럼 하천을 활용하고 하천변을 개발해 성장동력으로 활용해야 한다. 더 심각한 가뭄과 홍수가 다가오는데 수자원 관리는 물론 활용을 못하면 경제의 성장동력을 잃게 된다. 개발하려는 곳마다 나타나는 반대 세력과 기후변화로 인한 대가뭄 대책 사이에서 국민과 정치권의 현명한 판단이 가장 중요하다.


<문화일보>에 기고한 글입니다.

원문보기: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506190107391100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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