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 미국의 유명한 경제학자 존 갤브레이스는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1974년 국제유가 폭등 이후의 세계 경제를 전망하면서 미래의 변화를 짐작하기 어렵다고 했다. 2007년 금융위기가 시작된 지 8년이 지난 지금도 과거 어느 때 못지않게 불확실성이 크다. 선진국 경제의 회복은 느리기만 하고 장기 침체의 우려도 있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에 따른 걱정도 크다. 세계 곳곳에서 군사충돌이 계속되고 지정학적 위험도 높아지고 있다.
금융시장의 불안정도 경제 전체의 불확실성을 크게 높이고 있다. 주식과 채권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지만 시장의 강세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인지, 아니면 갑자기 가격이 떨어질 것인지 의견이 엇갈린다. 최근에는 실물경제가 좋아질 것이란 전망이 금융시장에 반영돼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견해보다는 금융시장의 거품을 우려하는 견해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
2013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과거 10년간 평균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기업 수익과 비교한 지금의 주가는 역사적 평균치보다 크게 높다고 하면서 주식시장의 투기성 거품을 경고하고 있다. 미국 최장기 공채의 수익률도 72년 이후 최저치로 채권 가격이 너무 높다고 했다. 투자의 귀재로 ‘오마하의 현인’이라 불리는 워런 버핏도 연준이 금리를 정상화하면 현재의 주가가 비싸게 보일 것이라며 주가 하락을 전망했다. 지난 6일에는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이 “현시점에서 주가가 일반적으로 너무 높은 편”이라며 “투자자들이 고수익을 추구하면서 고위험 채권의 수익률이 낮아졌다”고 금융시장의 과열을 경고했다.
옐런의 발언 이후 전 세계 주식과 채권시장이 크게 요동쳤다. 사실 옐런이 금융시장 전체의 안정성에는 아직 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지만 시장은 연준 통화정책의 방향에 대한 우려로 매우 민감하게 반응했다. 최근 주식과 채권시장의 강세가 중앙은행의 저금리와 양적완화에 크게 힘입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중앙은행이 이자율을 올리면 주식과 채권 가격은 하락할 것이다.
세계 금융시장의 거품에 대해 많은 사람이 우려하지만 과연 어느 정도 거품이 있는지, 언제 거품이 꺼질 것인지, 그때 가격은 얼마나 하락할 것인지 예측하기 어렵다. 2006년까지 18년간 미 연준 의장을 지낸 앨런 그린스펀은 “거품이 언제 터질지는 거품이 꺼진 뒤에나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는 96년 사람들이 치솟는 주가를 보고 무작정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것을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이라고 경고했지만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저금리를 계속 유지해 금융시장과 부동산의 거품을 발생시킨 것으로 비판을 받았다. 그런스펀의 후임자인 벤 버냉키도 취임 전인 2005년 미국의 주택가격이 버블일 가능성은 매우 작다고 주장했고 2007년 발생할 주택시장의 위기를 예측하지 못했다. 갤브레이스는 경제학자들이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은 점성술사보다 못하다고 했다.
미국과 비교해 한국의 주가가 거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지난 5년간 평균 주가 상승률이 미국은 80%가 넘지만 한국은 30%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 기업들의 미래 수익에 비해 현재 주가가 일반적으로 너무 높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주식 가격이 상승한다는 뉴스가 앞으로 더 오를 것이란 기대를 부추기면서 돈을 빌려 증권 투자를 하는 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이 제대로 위험 대비를 하고 있는지 걱정이다. 다음달 15일부터 주식가격 제한 폭이 현행 ±15%에서 ±30%까지 확대되면 투기 요인으로 주가가 더 크게 변동될 수 있다. 미국 연준이 올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고 전 세계의 유동성이 미국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하면 우리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칠 것이다. 국제금리 상승에 맞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결국 돈잔치가 끝날 것이다.
투자 위험은 결국 투자자가 감당할 수밖에 없다. 스스로 투자상품의 가치를 잘 따져 보고 투자할 일이다. 그러나 과열을 부추기는 것이 금융시장의 제도와 관행에도 있다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단기 성과에만 치중하는 금융회사들이 금융시장의 거품을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회사들이 투자상품과 투자 위험에 대한 정보를 투자자에게 제대로 제공하고 있지 않아 2008년의 키코 사태, 2013년의 동양그룹 회사채와 기업어음 사태가 발생했다. 그러나 금융소비자 보호는 얼마나 나아졌는지 의문이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은 지난 3년 동안 계속 국회에서 논의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해 선의의 금융소비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적절한 보호조치와 금융 감독이 필요하다.
<중앙일보>에 기고한 글입니다
원문보기: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5/17/201505170262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