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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전략적 共助 논의해야 할 한·미 정상김태효 | 2015.05.19 | N0.43

김태효 성균관대 국가전략대학원장


美가 韓·日관계 관심 갖는 것은 동아시아 전략 약화 우려 때문
대통령 방미 때 日 과거사보다 국제사회 속 양국 역할 강조해야
북한 문제도 反테러 틀로 다루고 통일 위한 협력 방안 논의 필요

   
박근혜 대통령의 다음 달 방미(訪美)는 임기 중반 이후의 한·미 공조 방안을 논의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잔여 임기를 감안하면 두 나라 행정부가 손발을 맞출 수 있는 실제 기간은 앞으로 1년 반이다. 이미 양국 정상이 워싱턴과 서울을 한 차례씩 상호 방문했고 그간 쟁점이었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재연기, 방위비분담금 협상, 원자력협정 개정 등의 문제가 일단락된 상황에서 이번 회담은 어디에 방점(傍點)을 찍어야 할까.


지난 4월 하순 이뤄진 아베 일본 총리의 방미와 6월 한·미 정상회담을 견주어 보는 것은 어느 정도 불가피한 일이다. 한층 공고해진 미·일 동맹과 비교하여 현 시점의 한·미 동맹은 그 위상이 어떤지, 또 한·일 과거사 문제를 애써 비켜 간 아베 총리의 발언에 대한 미국 지도부의 생각은 어떤지 많은 한국인이 궁금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같은 동맹국끼리 미국을 놓고 애정 다툼을 한다든지, 한·일 과거사 문제를 놓고 미국의 생각과 입장에 매달리는 태도는 현명하지 못한 처사다.


미국이 불편한 한·일 관계를 주목하는 것은 이것이 한·미·일 3자 협력에 지장을 초래하여 결과적으로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을 약화시켰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이 한·일 관계를 걱정하는 것은 일본 지도부가 과거사 문제 해결에 관심을 보이지 않아도 문제가 되지 않을 만큼 최근 2∼3년간 일본 국민의 한국에 대한 냉소주의가 크게 강해졌기 때문이다. 한국은 일본 문제에 냉철해야 한다. 북한의 위협을 차단하고 통일을 대비하는 국제적 노력에 일본이 힘을 보태는 것은 한국과 미국의 국익에 같이 부합하는 일이다. 박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이 점을 확실히 지적한다면 과거사에 대한 한국의 명분과 설득력은 한층 강화될 것이다.


6월 한·미 정상회담의 핵심적 과제는 글로벌 코리아 외교와 글로벌 한·미 전략 동맹의 접점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한·미 동맹 자체의 굳건함을 확인하는 수준을 뛰어넘어 양국이 국제사회에서 자유 확산과 번영 확대에 기여하도록 어떠한 전략적 공조를 꾀할 것인지 구체화해야 한다. 부상(浮上)하는 중국의 힘과 영향력이 좀 더 책임 있게 국제 질서에 투영될 수 있도록 한·중 관계와 미·중 관계의 발전 방향을 논의해야 한다.


북한의 비핵화와 개혁·개방 문제도 한국인의 장래에만 결부해 미국의 동맹 책임을 다짐받는 데 급급할 게 아니라 반(反)테러리즘과 반확산에 대한 확고한 원칙을 바탕으로 이란·시리아·리비아·미얀마·쿠바 등의 문제에 대한 한국의 기여 방안을 함께 구상해야 한다. 중동·아프리카·남미 등지에 대규모 경제인을 대동하여 각종 수출 계약을 맺는 것도 순방 외교의 주요 성과이지만, 글로벌 코리아 외교의 커다란 밑그림과 대의명분 속에 각 나라와 어떠한 맞춤형 협력을 모색할지 구체화해야 한다.


한·미 양국 간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한 미래형 의제도 수두룩하다.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한 미국과 중국의 관심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한국에 본부를 둔 녹색기후기금(GCF)의 주도적 역할을 제시해야 한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이후 양국 원자력 업계의 협력 활성화 지원 방안도 구체화해야 한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조만간 타결되면 미·일 간 오랜 진통을 거쳐 합의된 농수산물과 자동차 시장 등의 개방 기준을 참고로 한국도 여기에 가담할 수 있다는 유연한 태도를 천명해야 한다.


대북 정책 문제는 업무 관련 참모 소수만 배석하는 단독 회담 형식으로 양국 정상이 충분하고도 밀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 이미 6년 반 동안 다양한 모습의 북한을 접하고 다뤄본 오바마 행정부는 대북 정책에 관해 그들 나름대로 일가견이 선 듯하다. 김정은 정권이 핵 개발을 지속하고 주민 탄압을 거두지 않는 한 북한 정권과 실속 없는 합의에 집착하기보다는 북한의 불법행위를 차단하고 북한에 인권을 불어넣는 국제 공조를 우선시하는 것이 미국의 방침이다. 박 대통령은 김정은 지도 체제의 행동 패턴과 그 정권의 내구력을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 북한 사회를 어떻게 어떠한 방향으로 변화시킬 것인지, 통일을 준비하고 주도하기 위해 한·미 양국이 중국과 어떠한 대화를 심화시켜야 하는지 등에 대한 구체적 논의를 통해 설득력 있는 한·미 공조 방안을 제기해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의 성격상 오가는 대화가 흥미롭고 중요하다면 회담 시간 연장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정상회담을 준비하고 보좌하는 참모들은 현장에서는 자기가 모시는 대통령의 입을 바라만 볼 뿐이다. 지금부터 준비하는 기간이 중요한 이유다.


<조선일보>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원문보기: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5/17/201505170262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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