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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쩌둥과 이승만 김대기 | 2015.03.17 | N0.21

김대기 KDI정책대학원 초빙교수


중국 지폐를 보면 의아한 점이 있다. 세계 각국 지폐에는 금액별로 각기 다른 초상화가 들어가 있는데 중국 지폐에는 오로지 마오쩌둥 한 사람만 들어가 있다. 그 많은 인구와 유구한 역사를 감안할 때 훌륭한 사람이 많았을 텐데 왜 오직 마오 한 사람일까?


사실 마오쩌둥은 중국 인민을 곤궁에 빠뜨리고 경제 발전을 10년 이상 후퇴시킨 사람이다. 마오는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립 후 사회주의 대약진운동을 전개하면서 경제를 살리는 데 총력을 다한다.


농업 생산 확대를 위해 집단농장 체제를 도입하고, 산업화의 핵심인 철강 생산을 늘리기 위해 가정에 있는 솥까지 징발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농업과 공업 생산성은 오히려 급락하고, 때마침 불어닥친 가뭄으로 대기근이 발생해 수천만 명이 아사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공유와 형평을 기본으로 하는 사회주의 정책이 전혀 먹히지 않았던 것이다.


그 책임을 지고 마오는 10년 만에 권좌에서 물러나게 된다. 이후 류사오치와 덩샤오핑이 등장해 시장경제 요소를 도입하면서 경제가 살아나기 시작했지만 그것도 잠시뿐. 1966년 마오가 어린 학생들을 이용해 문화혁명을 일으키면서 사회는 혼란에 빠지고 경제는 다시 고꾸라졌다. 그리고 마오가 사망한 1976년까지 거대한 중국은 동면에 들어갔다. 덕택에 우리는 중국이라는 경쟁자 없이 급속한 경제 발전을 할 수 있었으니 역사의 아이러니다. 그때 중국과 같이 경쟁했다면 우리의 성장 신화가 가능했을까?


문화혁명은 정치적으로도 많은 폐해를 남겼다. 자본가, 지식인들이 학생들에게 매를 맞고 죽거나 다쳤다. 경제 개혁을 추진했던 류사오치는 자본가 앞잡이라는 모진 핍박을 받다가 3년 만에 사망했다. 덩샤오핑은 시골로 추방당했다. 그의 아들은 도망가다가 다쳤지만 의사들이 진료를 꺼린 탓에 평생 불구가 되었다. 에즈라 보걸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그의 저서 `덩샤오핑 평전`에서 마오가 추진한 사회주의 약진운동과 문화혁명을 재앙 수준으로 표현하고 있다.


우리 기준으로 보면 마오는 용서할 수 없는 인물이다. 그리고 마오가 죽은 다음 당연히 혹독한 정치적 보복이 따랐을 것이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아직까지 마오에 대한 대접이 극진하다. 왜 그럴까?


최근에 만난 한 중국인 사업가는 이에 대해 명쾌한 설명을 해줬다. 이 사업가는 어린 시절 문화혁명기에 자기 아버지가 젊은 대학생들에게 맞아 쓰러지는 것을 보고 실어증에 걸릴 만큼 충격이 컸다고 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오를 미워하지 않는다고 했다. 왜냐하면 마오가 기득권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 새로운 틀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자기 같은 사람도 경쟁을 통해 오늘날 성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마오가 중국에서 새로운 틀을 만들었다면 대한민국에서는 이승만이 그 역할을 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건국이념으로 삼고 1949년 농지 개혁으로 자산계층의 토지 소유를 제한했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기득권이 무너지고 새로운 틀이 만들어졌다. 이 틀 위에서 많은 기업인들이 불굴의 정신으로 노력해서 오늘날 대한민국을 일궜다.


이승만은 독재를 했지만 마오와 같은 무자비한 통치를 하지 않았다.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으로서 업적이 결코 작지 않지만 한국에서는 대접이 영 시원찮다. 대접은커녕 좌파 진영이 만든 이승만 동영상을 보면 이승만을 그렇게 미워할 수가 없다. 중국이 마오에 대해 공(功)이 70%, 과(過)는 30%로 평가하는 것과는 매우 대조된다.


올해는 광복 70주년을 맞이하는 해다. 나이 40이면 불혹, 50이면 지천명, 60이면 세상의 이치를 모두 안다는 이순인데 우리는 그것도 넘어섰다.


이제 좌니 우니 하며 편 가르기를 하는 것도 사라질 때가 되었는데 최근 미국대사 테러를 보면 참으로 안타깝다. 3월, 이승만 탄생 140주년을 맞이해 우리 성장 신화의 뿌리를 다시금 생각해본다.


<매일경제>에 기고한 글입니다
원문보기: http://news.mk.co.kr/column/view.php?year=2015&no=247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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