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연 서울대 공학 초빙교수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는 오일쇼크
최근의 低유가에 손놓고 있지 말고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 강화해야
배럴당 100달러를 훌쩍 넘던 국제원유 가격이 반 년 만에 그 절반 정도로 하락했다. 우리는 2013년 한 해 동안 원유 도입에 1000억달러 가까이 지출했는데 이제는 이 비용의 절반 정도를 아낄 수 있게 된 것이다. 같은 해의 자동차 수출 총액이 442억달러였던 것을 생각하면 이런 유가 하락이 우리 경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 짐작할 수 있다. 분야에 따라 빛과 그림자가 있겠지만 여하튼 우리에겐 전반적으로 반가운 일이며, 모처럼의 저유가가 대한민국 경제를 다시 끌어올리는 자극제가 되길 기원한다.
석유는 자동차 연료로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입는 의복에서부터 각종 플라스틱, 화학비료, 약품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공산품의 주요 원료다. 석유를 ‘현대 산업문명의 검은 피’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석유시대는 20세기 초 중동지역에서 대규모 유전이 발견되면서 막이 올랐는데, 그후 전 세계적으로 1920년에는 1억t, 1940년엔 4억t, 2000년에는 35억t이 생산됐다. 미국국립지질연구소가 확인한 세계 석유매장량은 1조7000억배럴로, 석유소비 증가율이 연 2%라고 계산하면 앞으로 30년을 못 가 지구상의 석유는 고갈된다는 예측이다. 그러나 재미있는 사실은 이미 30년 전에도 ‘미래의 석유’는 30년 정도였다는 점이다. 탐사공학, 시추공학 등의 발전으로 석유매장량 및 가채량이 늘고 있기 때문에 30년 후에도 석유는 또다시 30년이 이야기될 것이다.
하지만 결국은 유한한 석유에만 의존한다면 인류의 미래는 비관적일 수밖에 없다. 화석연료가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로 인한 가격 폭등, 즉 ‘오일쇼크’는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오늘 우리가 맞은 유가 폭락은 머지않은 미래의 어느 날 전혀 다른 험상궂은 모습의 가격 폭등으로 찾아올 것이 분명하다. 에너지 문제에 관해 세계 여러 나라 중 가장 갈급한 상황인 대한민국으로선 마땅히 국가적으로 대처하고 준비해야 할 일이다.
석유시대를 벗어나는 길은 궁극적으로 태양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고 믿는다. 태양은 오늘날 인류가 사용하고 있는 모든 에너지의 약 1만5000배를 지구에 보내고 있는데, 이는 1시간 동안 전달되는 태양에너지만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어도 인류는 1년 내내 에너지에 관한 고민 없이 편안하게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온실가스도 없고 방사선 위험도 없는 무궁무진한 태양에너지로 전기를 값싸게 만들어 쓸 수만 있다면 이는 그야말로 또 한번의 산업혁명인 셈이다.
지난해 6월9일, 독일에서는 에너지 역사에서 기억할 만한 일이 있었다. 당일 오후 1시부터 2시까지 1시간 동안 독일 전역의 전기소비량은 46기가와트(GW)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23.1GW가 태양발전으로 생산된 것이다. 사실 당일은 독일의 공휴일로 산업체의 전기 소비가 적었고 또 해가 쨍쨍한 여름날의 짧은 순간 기록이지만, 여하튼 발전하고 있는 태양에너지 기술을 잘 보여준 것이다. 독일의 경우 전체 태양발전 시설의 90%가 개인 주택에 설치돼 있는데 이는 정부가 그만큼 태양에너지 사업을 지원하고 장려했기 때문이다.
20세기 문명사회의 문을 연 발명왕 에디슨은 84세를 맞이하던 1931년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나 같으면 태양에너지 연구에 더 많이 투자하겠다. 태양은 얼마나 엄청난 에너지를 보내주고 있는가! 석유나 석탄이 고갈되기 전에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내게 좀 더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좋으련만.”
인류가 석기시대를 끝낸 것은 돌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새로운 기술인 청동기를 개발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현재의 석유문명도 새로운 기술 개발로 끝을 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저유가 시대에도 신재생에너지와 녹색기술에 대한 지원은 계속돼야 한다. 비 오는 날을 위한 우산은 맑은 날 준비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한국경제>에 기고한 글입니다.
원문보기: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5010891901&intyp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