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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대통령 글로벌 뉴 포춘 포럼 기조연설 전문관리자 | 2015.07.09 | N0.16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6일 중국 산시성 시안(陝西省 西安)에서 열리는 '글로벌 뉴 포춘 포럼'(Global New Fortune Forum) 에 참석해 <세계경제 변화와 중국의 新기회>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습니다. 다음은 연설문 전문입니다.


<세계경제 변화와 중국의 新기회>


카를로스 마가리뇨스(Carlos Magariños) 세계중소기업연맹 총재님, 그리고 세계경제의 엔진인 중국경제를 움직이는 중소기업인과 정부관계자 여러분,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처럼 귀중한 포럼에 참석하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세계경제의 회복세가 여전히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경제는 ‘신상태’(New Normality)로 빠르게 접어들고 있습니다. 고속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투입요소와 투자에 의존하는 성장에서 혁신과 내수가 주도하는 성장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최근 시진핑 주석이 제창한 ‘일대일로’(One Belt & One Road) 정책은 이러한 신상태를 국가 발전의 신기회로 삼고자 하는 핵심 전략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신상태와 신기회: 新실크로드와 중국夢”을 주제로 열리는 오늘 이 포럼은 정말 시의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 곳 시안(西安)은 ‘일대일로’의 거점이며 ‘서부 대개발’의 요충 지역입니다.


시안은 13개나 되는 왕조들이 발원한 문화관광도시이자, 중국을 대표하는 교육도시로서 우수한 인적 자원이 풍부해 최첨단산업의 무한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처럼 전통과 첨단이 잘 어우러지고, ‘신상태와 신기회’의 상징인 시안에서 포럼이 개최되어 더욱 뜻 깊다고 하겠습니다.


기업인 시절, 한국과 중국이 수교하기 이전부터 몇 차례 중국을 방문했었습니다. 특히 1991년 중국 정부 초청으로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였습니다. 중국의 장기 경제발전계획과 개방정책에 대해 설명을 듣고, 저는 중국의 밝은 장래를 예감했었습니다.


저는 중국을 방문할 때마다 그런 저의 예감이 옳았음을 확인합니다. 날로 발전하는 모습에서 다시 한 번 중국의 저력을 실감합니다. 중국경제의 오늘과 눈부신 내일을 만들어 나가는 주역인 기업인 여러분께 경의를 표합니다.


저는 오늘 여러분과 함께 세계경제가 직면한 위험과 도전을 조망하면서, 지금까지 한국경제의 발자취에 비추어, 중국경제가 ‘신기회’를 살리고 ‘중국몽’을 실현하는 전략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자 합니다. 


중소기업의 샐러리맨으로 출발해 한국 최대 기업의 회장에 오르기까지 밤을 새우며 열사의 사막과 동토의 시베리아까지 현장을 누볐었고, 또 대통령이 되어 한국경제를 이끌었던 저의 경험이 여러분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세계경제의 위험과 도전
내외 귀빈 여러분,
세계경제는 다양한 위험과 미증유의 도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그 어떤 나라보다 빠른 편입니다. 한국보다는 젊지만 중국도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습니다. 잠재성장률이 둔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선진국들이 ‘부채에 의존하는 성장’(Debt-dependent Growth)을 지속하고 있는 것도 경계해야 하겠습니다.


물론 나라마다 재정 여건과 ‘기초체력’(Fundamental)에 차이가 있고, 또 2007년 이후 지속되어 온 ‘대침체’(Great Recession) 국면에서 벗어나기 위한 확장 기조의 정책이 불가피한 측면은 있습니다.


그러나 빚내기를 절제하지 않으면, 자칫 경제에 거품을 키우고 체질을 허약하게 만들며, 후대에 큰 부담을 떠넘길 수 있습니다.


한국과 중국은 재정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아주 낮습니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서 문제가 불거지면, 세계경제가 또 다시 큰 어려움에 빠지고 대외의존도가 높은 두 나라도 덩달아 상당한 충격을 받을 것입니다. 


소득분배 문제 역시 소홀히 다룰 수 없습니다. 세계화, 정보화와 함께 중국과 인도의 약진에 힘입어, 지난 30년간 지구촌 중산층은 폭발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이로 인해 세계 전체로는 소득분배의 형평성이 개선되었습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중 개별 국가들의 내부 사정은 그 반대여서, 오히려 불공평이 심화되는 추세입니다. 학력과 소득의 대물림(Heredity)도 심화될 전망입니다. 한국과 중국도 고민해야 할 과제입니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은 기후변화와 그에 대응하는 노력의 진전입니다. 이미 우리는 지구가 이대로 버티기 어려울 정도로 너무 많은 온실가스를 내뿜고 있습니다. 한국과 중국 역시 화석연료 의존도가 매우 높습니다.


이대로 가면, 우리는 ‘이상 기후의 역습’을 맞을 것입니다. 지난달 프란치스코 교황도 지구 온난화에 우려를 나타낸 바 있습니다.


Tight Oil(美 Shale Gas와 加 Tar Sands) 붐에도 유념해야 하겠지만, 신재생에너지 기술 개발에 뒤처지는 나라는 세계은행의 경고처럼, ‘갈색 빈곤함정’(Brown Poverty Trap)에 빠질 수 있습니다.


특히 아시아는 기후변화 대응이 미흡해 2060년까지 GDP가 (중립 시나리오에 비해) 5% 이상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지구촌의 리더십이 약화되는 반면에, 원심력은 강화되는 추세도 빼놓을 수 없는 위험입니다. 냉전 종식 이후 이어지던 통합과 공조 기조가 퇴색되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의 핵 개발과 한ㆍ중ㆍ일의 역사인식 논쟁 등으로 인해 동북아지역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오늘 주제인 경제문제에만 국한해서 말씀드리자면, 자유무역주의가 후퇴하고, 보호무역주의가 부활할 가능성이 걱정됩니다. 앞 다투어 자국에게만 유리한 경제정책을 편다면, 세계경제는 오히려 뒷걸음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세계교역은 눈에 띠게 증가율이 둔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과 중국의 교역 감소폭이 두드러집니다. 국외로 이전했던 공장의 U턴을 지원하고, 글로벌 공급망보다 국내생산(In-shoring)을 장려하는 흐름도 거셉니다. 이런 기세가 이어진다면, 가뜩이나 어려운 세계경제는 더 힘들어질 것입니다.


자유무역주의가 후퇴해서는 결코 안 됩니다. 저는 ‘G20 정상회의’에서도 이를 강조하였고, 그 결과 참석한 정상들은 공동선언문에서 자유무역 수준을 그대로 유지(Stand Still)하기로 합의한 바 있습니다.


중국 정부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지금까지 한국정부와 긴밀하게 협력해 왔습니다만, 앞으로 G20이 더 주도적인 리더십을 발휘하여, 세계경제의 상생 의제를 설정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다소 장황하게 세계경제가 맞닥뜨린 위험과 도전에 관해 말씀드렸습니다. 요컨대 지금까지 한국과 중국은 압축 성장을 달성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 맞이할 세계경제 여건은 녹록치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위험과 도전은 발전의 기회이기도 합니다.


중국의 고사에 明者因時而變, 知者隨事而制 라는 말이 있습니다. 다가올 변화에 미리 대비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나아가 변화를 주도하고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야 하겠습니다.


한국경제의 발자취와 중국경제의 신기회
내외귀빈 여러분,
한국은 중국보다 한 발 앞서 압축 경제성장의 경로를 밟아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성공한 정책도 많지만, 실패한 정책도 적지 않습니다. 따라서 중국경제가 ‘신기회’를 가꾸고 ‘중국몽’을 실현하는데, 한국경제의 발자취를 되짚어보는 것도 유익할 것입니다.


첫째, 고속성장과정에서 한국정부는 두 차례의 중요한 정책 실패를 경험했습니다. 출산을 통제하는 ‘가족계획’을 너무 늦게(1998년) 폐기했고, 노후를 대비하는 ‘국민연금’도 뒤늦게(1988년) 도입했습니다.
 

오늘날 한국의 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이며, 가난한 노인의 비율은 OECD 평균의 4배나 되는 점은 주로 이런 정책 실패에 기인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지난해 중국의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한 자녀 정책을 폐지한 것은 적절했다고 평가합니다. 2000년 ‘양로보험’ 도입도 불가피했습니다.


다만, 한국처럼 양로연금이 미치지 않는 광범한 사각지대를 줄이는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2020년이면 80세 이상 노인이 8천만 명에 이르고, 핵가족화도 진전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 한국의 재정건전성은 국제적으로 양호한 편이지만, 최근 20년 꾸준히 악화되어 왔습니다. 제가 대통령으로 재임하던 5년 동안 세계금융위기 속에서도 국가채무를 잘 관리하여 2012년 대부분 선진국들의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가운데에서도 3대 국제신용평가사가 거의 동시에 한국 국가신용등급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고령화가 진전되면서, 복지 소요는 늘고 재정수입은 줄어드는 미스매치가 불가피합니다. 이는 최근 한국정부가 당면한 가장 큰 딜레마이기도 합니다. 중국도 아직은 재정 여력이 있지만, 지방정부 부채와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까지 감안하면, 안심할 상황은 아니라고 봅니다. 


특히 앞으로 늘어날 복지제도를 잘 설계해야 합니다. 복지의 최종 목표는 수혜자의 자활이지, 복지 그 자체가 아닙니다. 일과 복지를 연계해서, 수혜자가 복지에 안주할 유인을 줄여야 합니다. 복지서비스를 민간기관도 제공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수혜자의 선택권을 넓히면 복지서비스의 질이 높아질 것입니다.


셋째, 한국 제조업은 일찍부터 글로벌 무대의 치열한 경쟁에 노출되면서, 자연스럽게 자생력을 키워왔습니다. 그러나 한국 서비스업은 아직도 ‘우물 안 개구리’ 라는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정부의 중첩 규제로 진입장벽과 울타리가 많이 남아 있습니다. 그 결과 서비스업의 생산성은 선진국보다 훨씬 낮습니다.


서비스업은 일자리의 원천입니다. 최근 서비스업은 제조업보다 훨씬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경제활동의 핵심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바뀌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동차나 휴대전화도 더 이상 하드웨어만은 아닙니다.


물론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고, 제조업의 중심입니다. 하지만, 서비스업의 투자 문호를 더 넓혀야 합니다. 에너지ㆍ교통ㆍ금융ㆍ의료산업에 대한 민간 참여도 앞당기는 것이 불가피할 것입니다.


제가 대통령 재임 시절 협상을 시작했고, 2015년 말까지 발효를 목표로 타결된 한ㆍ중 자유무역협정(FTA)에는 아쉽게도 서비스분야의 핵심사항이 빠져 있습니다. 후속협상을 통해 양국의 서비스ㆍ투자 개방도 서둘러야 하겠습니다.


넷째, 저는 2008년 ‘저탄소 녹색성장’을 한국의 새로운 국가 비전으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 녹색기술과 청정에너지로 환경도 보호하면서, 신성장동력과 일자리도 창출하자는 취지였습니다.


저는 ‘환경’과 ‘경제’가 양립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환경 분야의 지출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입니다. 녹색성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될 것입니다. 조만간 ‘블루 오션’이 아니라, ‘그린 오션’이 새로운 먹거리의 대명사로 통용될 것입니다.


서울시장이 된 후 저는 도심에 ‘서울 숲’을 만들고, 대중교통을 혁신하고, 콘크리트로 덮여있던 청계천을 관광명소로 되살려 냈습니다. 그러자 도심이 살아나고 관광객과 일자리가 늘었습니다.


대통령 재임 시절에는 국토의 중심을 흐르는 4개의 큰 강을 정비해 푸른 물이 넘치게 하고, 강변을 따라 1,700㎞의 자전거 길을 만들었습니다.


개도국의 녹색성장을 지원하는 국제기구로 ‘글로벌 녹색성장연구소’(Global Green Growth Institute)’도 설립했습니다. 많은 나라가 이 기구에 속속 참여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환경분야의 세계은행에 버금가는 ‘녹색기후기금’(Green Climate Fund) 본부를 한국에 유치하였습니다.


중국정부도 녹색성장에 뜻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시진핑 주석과 오바마 대통령 사이에 이루어진 ‘이산화탄소 감축 선언’은 지구촌 전체에 주는 청신호였습니다.


2030년까지 대체에너지원 비중을 20%로 끌어 올리겠다는 중국 정부의 야심찬 계획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녹색성장은 중국 중소기업들에게도 새로운 기회로 떠오를 것입니다.


다섯째, 오늘 포럼 참석자들의 면면에 비추어, 중소기업의 역할에 관한 말씀을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이제는 중소기업의 시대입니다. 오늘날 산업은 하드웨어와 자본 중심에서 소프트웨어와 지식 중심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인터넷 발달로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정보격차도 엷어졌습니다.


생산가능인구가 줄면서 초래될 성장잠재력 하락을 막으려면, 생산성을 끌어올려야 합니다. 혁신으로 승부하는 강소기업이 그 첨병입니다. 지금처럼 급변하는 환경에서는 의사결정이 빠른 중소기업이 유리한 점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중소기업은 일자리의 보고입니다.


저 역시 중소기업에서 일자리를 얻어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만, 한국 기업의 90% 이상은 중소기업이고, 기업 일자리의 90%를 중소기업이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일자리ㆍ생산ㆍ부가가치 등 모든 측면에서 중소기업의 국민경제 기여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벤처ㆍ창업 열기가 확산되고, 기업 부설연구소가 늘어나며, 중견기업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중소기업인들의 도전정신과 창의력이 큰 기여를 했지만, 그에 못지않게 정부의 육성ㆍ지원정책도 한 몫을 했습니다. 세계은행(WB)이 발표하는 기업환경평가에서 창업부문 순위가 계속 상승하는 것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중소기업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은 기업 일자리의 77%, 매출의 68%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육성ㆍ지원정책도 중요하지만, 중소기업 스스로 경쟁력을 키워야 합니다. 지속성장의 관건은 외형이나 수익도 중요하지만 기술개발과 시장전략이 더욱 중요하다 봅니다.


마무리 말씀
내외 귀빈 여러분,
중국에는 진취적인 기업인과 금융인, 그리고 유능한 학자들이 많습니다. 중국 지도부도 오늘 말씀드린 미래의 위험과 도전을 잘 인식하고, 슬기롭게 대비하고 있습니다.


오늘 포럼의 주제인 ‘일대일로와 중국夢’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그래서 저는 중국경제의 앞날이 밝다고 봅니다. 한중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돈독합니다. 나는 두 나라가 21세기 미래를 함께 걸어갈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끝으로 오늘 이러한 기회를 주신 세계중소기업연맹 관계자 여러분에게 감사드립니다. 이 포럼이 앞으로도 계속 발전해서 세계경제의 미래를 위한 중소기업의 역할을 모색하고, 중소기업인들끼리 유익한 정보를 교환하는 장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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