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재판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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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이학수 진술이 번복된 이유는?강훈 | 2023.01.13 | N0.18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2009년 10월 김석한을 만난 후 작성한 문건 ‘VIP 보고사항’을 근거로 검찰은 삼성을 압수수색했다. 그리고 문건의 내용이 허위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문건에는 삼성전자 미국법인이 에이킨건프에 월 12만5000달러를 지급했다고 기재돼 있지만, 막상 압수수색해보니 삼성전자 미국법인에서는 에이킨검프에 월 12만5000달러를 지급한 사실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삼성전자 본사 압수수색에서도 검찰은 해당 사실을 확인할 만한 그 어떤 자료도 확보하지 못했다.

이에 검찰은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을 소환했다. 당시 해외에 체류 중이었던 이학수는 무슨 이유에선지 검찰의 소환을 받고 황급히 귀국했다. 검찰에 출두하면서 이학수는 ‘자수서’와 함께 삼성이 에이킨검프에 다스 소송비로 지급한 내역을 정리한 ‘소명자료’를 제출했다.

이학수 자수서의 요점을 간략히 정리하면 이렇다. ▲2008년 하반기에서 2009년 초반 에이킨검프 김석한 변호사가 찾아와 ▲“청와대를 방문해 MB와 김백준을 만났다며 ▲두 사람으로부터 ‘에이킨검프가 수행하는 MB 관련 미국소송(다스 소송)비용을 삼성이 대납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전했고 ▲그 무렵 이건희 회장이 특검의 조사를 받고 있어 도움이 될까 하는 기대에 요구를 수락했다는 내용이다.

소명자료에는 2009년 5월부터 2011년 3월까지 삼성전자 본사가 에이킨검프에 월 12만5000달러씩 22회에 걸쳐 총 275만 달러를 지급한 내역과 2011년 1월부터 2011년 11월까지 삼성전자 미국법인이 에이킨검프에 6회에 걸쳐 총 97만5709달러를 지급한 내역이 적혀 있었다.

검찰은 ‘삼성이 2009년 5월부터 월 12만5000달러씩 에이킨검프에 지급하는 방식으로 다스 소송비를 대납했다’는 내용을 언론에 공표했다.

이 같은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자 이재오 전 의원은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 나가 검찰 수사 발표의 모순점을 지적했다.

이 전 의원은 “검찰은 2009년 5월부터 삼성이 월 12만5000달러씩 다스 소송비용을 대납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그보다 1년 반 전인 2007년 11월부터 삼성은 에이킨검프와 '프로젝트M'이라는 계약을 맺고 자문료로 월 12만5000달러를 송금하고 있었다”고 했다.

별도계약을 체결하고 원래부터 매월 지급해오던 자문료 중에서 특정 시기 이후만을 추려내 다스 소송비 대납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주장이다.


▲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은 이재오 전 의원 인터뷰 후 진술을 번복했다. 이재오 전 의원 인터뷰 전후 이학수 진술 내용.

이처럼 검찰 수사에 문제점이 지적되자 이학수는 ‘자수보충서’를 들고 다시 검찰에 출두했다.

번복된 진술의 요점을 정리하면 ▲2007년 하반기 김석한이 찾아와 ▲은OO 변호사와 함께 MB 캠프 일을 도와주고 있다며 ▲MB 측에서 “에이킨검프가 하고 있는 미국에서의 중요한 인사 접촉 등 법률 지원활동 비용을 삼성이 내달라고 요청했다”는 말을 전하여 ▲금산분리, 에버랜드 전환사채 등 삼성의 현안에 도움을 받을까 하는 생각으로 수락했다는 것이다.

이학수는 앞서 낸 자수서의 내용을 번복한 이유에 대해, 2008년 하반기에서 2009년 초에도 김석한이 찾아와 “MB와 김백준이 계속 도와달라”는 말을 전한 적이 있다며, 그래서 시기를 착각한 것이라고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검찰은 이학수의 변경된 진술에 따라 삼성의 자금지원 시기를 앞당기고 삼성 관계자들을 불러 진술도 번복시켰다. 그런데 시기를 앞당기게 되자 삼성이 에이킨검프에 매월 송금한 12만5000달러의 용도에 문제가 생긴다.

에이킨검프는 2007년 11월부터 다스 소송에 참여했지만, 당시 소송업무의 대부분은 기존 다스 소송을 맡고 있던 로펌들이 수행했다. 따라서 에이킨검프에서 발생하는 다스 소송비용은 월 3만-4만 달러 수준에 불과했다.

에이킨검프가 다스 소송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고 소송비용도 늘어난 것은 2009년 3월부터다. 당시 에이킨검프는 다스 소송을 총괄하는 리딩카운설(leading counsel:수석변호인)을 맡게 되었고, 이에 따라 다스 소송비용도 크게 늘어난 것이다.

당초 검찰이 삼성의 소송비 대납 시기를 2009년 5월로 잡은 것도 그 때문이었다. 삼성이 지급한 월 12만5000달러와 에이킨검프의 다스 소송비용이 얼추 비슷하게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이학수도 검찰이 정한 대납 시기에 맞춰 자수서와 소명자료를 작성해 제출한 것이다.

그런데 이재오 전 의원이 방송 인터뷰에서 문제를 제기하면서 모든 내용이 꼬이기 시작했다. 대납 시기가 2007년 11월로 앞당겨지면서 삼성은 다스 소송비보다 훨씬 많은 돈을 에이킨검프에 송금했다는 문제가 생긴다. 즉 자금의 용도가 불명확해진 것이다.

사실 삼성이 에이킨검프에 지급한 월 12만5000달러는 삼성조차 그 용도를 모르고 있었다. 검찰이 법정에 제출한 증거 중에는 이학수가 검찰에 제출한 뇌물액의 산정 과정에 대한 삼성 관계자들의 검찰 진술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 삼성전자 재경팀 주모 과장의 검찰진술 내용 중 일부.

검찰은 김백준이 작성한 문건을 토대로 “삼성전자 미국법인이 2009년 3월부터 에이킨검프에 매월 12만5000달러씩 다스 소송비를 대납했다”는 내용을 언론에 공표했다. 그러자 삼성전자 부사장 조OO는 법무실 상무 윤OO에게 그 내역을 찾아보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5년이 지난 회계자료는 모두 폐기되어 관련 자료를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자 실무를 맡은 재경팀 과장 주OO는 우리은행에 요청해 해당기간 삼성전자 본사가 에이킨검프로 송금한 내역을 검토했다. 용도는 모른 채 해당금액이 송금된 내역만 은행에 조회한 것이다.

또한 윤OO 상무 역시 이학수가 검찰에 제출한 자료가 다스 소송비용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단지 삼성전자 내부에서 사실관계 파악을 위해 작성한 것이었지만, 조OO 부사장이 “이대로 하라”고 결정하여 이학수를 통해 검찰에 제출된 것이라고 진술했다.


▲ 삼성전자 윤모 부사장과 이학수의 검찰진술 내용 중 일부.

이학수 역시 삼성의 뇌물액에 대해 자신이 삼성에서 확인한 바는 없고, 단지 김석한으로부터 들었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이처럼 이학수가 검찰에 출두하면서 제출한 뇌물 내역은 이학수는 물론이고 삼성의 담당자들조차 그 용도를 모르는 돈이었다.

검찰은 이런 식으로 엉성하게 확보된 증거를 바탕으로 삼성이 다스 소송비를 대납했다고 주장했지만, 이재오 전 의원의 폭로로 인해 시기가 2007년 11월로 앞당겨지면서 새로운 시나리오를 짜고 거기에 증거들을 꿰맞춰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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