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당선권의 공천을 받을 목적으로 대통령에게 금품을 건넨다면 얼마나 내야 할까?
사법부는 2008년 4월 치러진 제18대 총선에서 MB가 2억원을 받고 김소남 전 의원을 한나라당 당첨순위 비례대표로 공천했다고 판결했다. 같은 총선에서 신생정당 '친박연대'의 비례대표 공천 대가가 1인당 15억원으로 밝혀진 사실과 비교해도 터무니없는 판결이다.
더구나 김소남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람은 다름 아닌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김백준이었다.
김백준은 검찰조사에서 자금수수 사실이 밝혀지자 MB에게 죄를 덮어 씌웠다. 검찰은 이런 김백준의 진술을 근거로 MB를 기소했고, 사법부는 '대통령이 2억원을 받고 국회의원 공천을 해 줬다'는 웃지 못 할 판결을 내렸다.
위와 같이 김백준이 수수한 내역으로, 검찰이 MB를 기소한 뇌물사건은 총 8건에 달한다. 8건 모두 김백준이 돈을 받았고, 뇌물 공여자들도 ‘김백준의 요구로 금품을 건넸다’고 진술했다. 1회당 수수 금액도 5000만~3억원 수준으로 대통령의 뇌물수수 금액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김소남의 비례대표 공천대가 자금수수도 마찬가지다. 김소남은 검찰조사에서 "제18대 총선을 앞두고 김백준이 돈을 요구해서, 비례대표 공천대가를 요구한다고 생각하고 2008년 3월에서 4월경 5000만원씩 4차례에 걸쳐 2억원을 김백준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 김소남 전 국회의원은 2018년 검찰조사에서 '공천' 관련, 김백준이 2억원을 요구해 지급했다고 진술했다.
김소남 진술 어디에도 MB가 돈을 요구했다거나, 김백준을 통해 MB에게 돈을 전달하기로 했다는 내용은 없다. "김백준이 돈을 요구했고, 김백준에게 돈을 건넸다"는 사실을 김소남은 명쾌하게 진술하고 있다. 누가 봐도 김백준의 소행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김백준은 검찰조사에서 ▲김소남으로부터 비례대표 공천 요청 사실을 MB에게 보고했고, ▲돈을 받아 청계재단 사무국장 이병모에게 전달하며 MB에게 김소남의 돈이라고 보고하라고 지시 했으며, ▲본인이 MB를 찾아가 김소남이 ‘인사’를 했다고 말하자, MB가 이병모의 보고를 받고 이미 알고 있었으며, ▲또 이병모와 함께 청와대 집무실을 찾아가 MB에게 자금수수 사실을 다시 한 번 보고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김백준의 이 같은 진술은 객관적 정황으로 볼 때도 전혀 상식적이지가 않다.
당시는 김백준이 청와대 총무비서관으로 매달 관저에 들러 MB가 사용할 몫의 청와대 활동비를 현금으로 전달하던 때였다. 김소남의 돈을 전달하고자 했다면, MB에게 활동비를 전달 할 때 김소남의 돈도 같이 전달하는 것이 상식적인 일이었다. 즉 김백준은 청와대 밖에 있는 이병모를 통해 MB에게 돈을 전달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이병모는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김백준이 김소남의 돈을 전달하며 MB에게 보고하라고 한 사실이 없으며, ▲MB 재임기간 중 MB를 만난 사실은 없다는 사실에 목숨을 걸수 있다고 증언했다. 이병모의 청와대 출입기록 등 객관적 증거와 "재임기간 중 이병모가 MB를 찾아 온 적이 없다"는 부속실 직원들의 진술도 이병모의 증언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처럼 김소남 뇌물 사건은 객관적 정황이나 물증, 이병모의 진술 등 모든 증거가 김백준의 소행임을 지목하고 있다. 또한 김백준은 본인의 자금수수에 대한 책임을 면하고자 거짓진술을 할 동기가 명확했다. 그럼에도 사법부는 다른 모든 증거는 외면한 채 김백준의 진술만을 근거로 MB에게 뇌물 혐의로 유죄판결을 내렸다.
▲ 김소남 전 의원 공천 관련, 이병모의 2019년 3월20일 증인신문 내용 중 일부.
위의 2008년 자금수수와는 별개로 김백준은 2007년 가을에서 초겨울 경에도 김소남으로부터 2억원을 받았다.
이 역시 김백준은 "이병모에게 자금을 전달하며 김소남이 준 것이라고 얘기했고, 이병모가 그 사실을 MB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검찰은 이 건 역시 김백준의 진술을 근거로 MB에 대한 사전수뢰 뇌물 및 정치자금법위반 혐의로 기소했지만, 사법부는 뇌물은 무죄를 선고하고 정치자금법위반 혐의만 유죄를 선고했다.
김소남은 검찰조사에서 이 건 역시 김백준의 요구에 의해 김백준이 실권을 가지고 있는 MB후원회(GSI)에 후원금을 낸 것이라고 진술했다. 김백준이 액수까지 정해 자금을 요구했는데, 김소남은 그 돈을 다 맞추지 못하고 2억원만 건넸다는 것이다.
▲ 김소남 전 의원은 검찰조사에서 '공천 헌금' 관련, 김백준이 요구한 돈을 다 지급하지 못하고 2억원만 줬다고 진술했다.
김백준은 또한 이 돈을 이병모에게 전달하면서 "김소남으로부터 받은 돈이라는 말을 해줬다. 이병모가 돈을 준 사람과 액수, 사용처 등을 장부에 적어 김재정과 MB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을 했다.
2007년 대선 당시 이병모는 MB의 처남 김재정이 운영하는 회사의 직원이었다. 김재정은 MB의 강남 건물 3채의 관리대행을 맡아서 임대료 수입 등을 관장했다. MB건물에서 나오는 임대료 수입은 대선자금으로 사용됐으며, 그 과정에서 김재정은 MB의 대선자금 일부를 관리했다. 그 결과 김백준과 김재정 사이에 자금이 오간 사실은 있다.
당시 김재정은 영포빌딩 1층 사무실에서 근무했고, 이병모는 지하 2층 사무실에서 근무했다. 김백준이 돈을 전달하고자 했다면 굳이 지하에 근무 중인 이병모를 통해 김재정에게 전달할 이유가 없었다. 그냥 1층에 있는 김재정에게 직접 건네는 것이 자연스러웠을 것이다.
또한 당시 김재정은 이병모 및 다른 직원을 시켜 그렇게 오가는 돈에 대해 장부를 작성해 기록했다. 그러나 당시 자금 수급을 기록한 김재정의 장부 어디에도 김소남의 돈이 기재돼 있지 않았다.
김백준 역시 본인이 수령한 대선자금에 대해 장부를 통해 관리했고, 그 장부는 검찰이 김백준의 USB를 통해 입수했다. 그러나 김백준의 장부에도 김소남 돈은 적혀있지 않았다.
즉 “이병모에게 돈을 전달하면서 장부에 기록하도록 김소남의 돈이라는 사실을 알려줬고, 그렇게 장부에 기재돼 김재정과 MB가 김소남의 돈을 받은 것을 알았다”는 취지의 김백준 진술은 명백한 허위임이 밝혀진 것이다.
상식적으로 볼 때도, 김백준이 김소남으로부터 자금을 수수했는데, 그 기록이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다면, 김백준이 그 돈을 유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즉 이 건과 관련해서도 증거와 관련진술로 볼 때 김백준의 혐의가 가장 짙다는 것이다. 따라서 김백준이 허위진술을 할 동기가 명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법부는 객관적인 증거와 관련자들의 진술은 무시한 채, 허위진술을 할 동기가 명백한 김백준의 진술만을 받아들여 MB에게 유죄를 선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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