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재판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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㉕ MB재판은 법치의 흑역사...강훈 | 2023.01.13 | N0.1
‘MB법정일기’를 연재하면서 주변에서 수없이 들은 말이 있다. ‘정말 사법부가 그런 식의 엉터리 판결을 내렸냐’는 질문이다.

판사로 시작해 35년간 법조계에 몸담아 온 입장에서, 그런 말을 들을 때면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가 없었다. 혹독했던 군사정부 시절에도 최소한의 명예는 지켜온 사법부였다. 그런 사법부가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당초 좌파 진영에서는 '사자방'이라는 용어를 만들어 의혹을 부풀렸다. MB가 재임 중 4대강 사업, 자원외교, 방위산업에서 엄청나게 큰 비리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 결과, 좌파 진영 주장과 달리 이 부분에서 어떤 비리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그러자 검찰은 국정원 댓글에 MB수사 초점을 맞췄다. 수백 명에 달하는 국정원 직원들을 상태로 '먼지털기식' 수사가 시작됐다. 그 과정에서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국정원 자금을 가져다 쓴 내역이 밝혀졌고, MB 수사는 국정원 자금 수수 사건으로 옮겨갔다.

이와는 별도로 언론에서는 다스 경리여직원의 120억원 횡령 뒤에 MB가 있다는 취지의 보도가 나왔다. 결국 좌파시민단체는 검찰에 이 횡령건을 고발했고, 다스 수사가 착수됐다. 수사 결과 언론보도와 달리 경리여직원의 단독소행임이 밝혀졌다.

그러나 수사 과정에서 별건으로 수많은 다스 관련자들의 범죄행각이 밝혀졌고, 그들 대부분은 '다스가 MB 것'이라는 진술을 하는 대가로 면죄부를 받았다.

영포빌딩 압수수색이 진행되면서 김백준의 수많은 범죄혐의도 드러났다. 김백준은 그 모든 것이 MB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검찰은 연일 언론에 피의사실을 공표했고, 재판도 시작되기 전 MB는 이미 여론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내가 MB 변호를 하겠다고 나선 것은 이맘 때 였다.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공들여 키운 법무법인 '바른'까지 그만두면서, MB재판을 맡은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MB에 대한 신뢰도 있었지만, 검찰의 수사내용을 살펴본 결과가 크게 작용했다.

대부분 사건구성 자체가 되지 않는 혐의들로, 기소가 돼도 충분히 승소할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같은 믿음은 착각이었다. MB재판은 사법행위가 아닌 정치행위였다는 사실을 판결문을 받고 깨닫게 됐다.

그동안 연재를 통해 다스 실소유 문제를 비롯해 유죄가 난 다섯 가지 판결에 대해 살펴봤다. ▲다스 비자금 횡령 ▲삼성 뇌물 ▲국정원 자금수수 ▲이팔성 뇌물 ▲김소남 뇌물이다. 이들 판결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존재한다.


첫째, MB에게 거액의 금품이 전달된 사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8년 동안 다스 비자금 250억원이 MB의 처남이자 다스 대주주였던 김재정에게 전달됐다. 검찰이 주변 계좌를 이 잡듯이 뒤졌지만, 이 자금이 MB에게 흘러 들어간 증거를 찾지 못했다. 그러자 검찰은 다스 관계자들의 추측성 진술을 근거로 MB를 기소했고 유죄판결이 났다.

사법부조차도 삼성의 돈이 MB에게 한 푼도 전달되지 않은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MB가 삼성으로부터 89억원의 뇌물을 받았다며 유죄를 판결했다. MB가 외국 로펌의 법률 서비스를 이용할 권한을 뇌물로 받아 한미FTA 체결 등 국정을 위해 사용했다는 것이다.

국정원 자금은 국정을 위해 사용됐다는 점을 사법부가 인정했고, 이팔성 뇌물 2억여 원도 MB에게 전달된 사실은 입증되지 않았다. 김소남 뇌물 2억원과 정치자금 2억원 역시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김백준이 받았을 뿐 MB에게 전달된 사실은 입증되지 않았다. 이처럼 모든 혐의에 대해 MB에게 돈이 전달된 사실이 없거나 입증이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사법부는 유죄판결을 내렸다.

둘째, 객관적 물적 증거는 무시되고, 허위 또는 추측성 진술증거만 채택됐다는 것이다.

MB재판에서 유죄판결의 근거는 진술증거 뿐이었다. 증거로 인용된 진술들은 대부분 별건구속수사의 결과물이었다. 집행유예나 면소판결을 받을 수준의 별건 범죄사실을 빌미로 진술자를 구속시킨 후, MB에 대한 진술을 받아내는 위법한 방식이었다.

MB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면 진술자가 저지른 범죄행위는 문제 삼지 않는 위법한 '플리바게닝(plea bargaining)' 방식도 사용됐다. 그러다보니 진술자들은 본인의 죄를 면하기 위해 검찰이 원하는 허위 또는 추측성 진술을 할 수밖에 없었다.

변호인단은 재판 과정에서 허위진술들을 탄핵하는 물적 증거를 제시했다. 예를 들어 다스 실소유 문제에서 변호인단은 다스 설립 당시 계좌거래 내역을 증거로 제출했다. 다스 설립자본금을 MB가 냈다는 다스 전 사장 김성우의 진술을 탄핵하는 물적 증거였다. 이같이 명백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사법부는 이미 허위로 판명된 김성우의 진술을 근거로 ’다스는 MB 것‘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도곡동땅 문제도 매각 대금의 대부분을 이상은 다스 회장과 김재정 측에서 대부분 쓴 사실을 객관적 물적 증거를 통해 입증했다. 그러나 사법부는 이 같은 증거는 외면했다. 다만 이상은 회장의 아들 이동형씨의 추측성 진술만을 근거로 도곡동땅이 MB 것이라고 판결했다.

이외에도 대부분의 판결에서 변호인단은 핵심증인들의 진술의 신빙성을 객관적 증거를 통해 탄핵했지만, 재판부는 객관적 증거는 무시한 채 허위진술을 근거로 유죄판결을 내렸다.

셋째, 추측성 진술조차 없으면 사법부가 추측을 해 판결을 내렸다.

삼성이 MB에게 로펌의 법률서비스를 받을 권한을 뇌물로 줬다는 증거는 그 어디에도 없다. 물적 증거는 물론이고 관련 진술도 없다. 검찰 역시 재판 과정에서 그런 주장은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사법부는 서비스 권한을 뇌물로 줬다며 유죄를 판결했다.

그 과정은 상식을 초월했다. 검찰이 삼성 뇌물 혐의를 입증하지 못하자 항소심 재판부는 무죄 취지의 심증을 내비췄다. 그러자 사법부는 기존 재판부를 발령 내고, 새로운 재판부로 교체를 해 버렸다.

새로운 재판부는 증거와 무관하게 본인들의 추측을 토대로 사건을 재구성했고, 석명요구 방식을 빌어 검찰이 공소장을 변경하도록 했다. 모든 증거에 반하는 내용이었지만 재판부는 그렇게 변경된 공소장 내용으로 유죄를 판결했다.

삼성 뇌물 사건만큼 극적이지는 않지만, 재판부는 MB 혐의 전반에 걸쳐 증거가 없거나 검찰이 입증하지 못하는 내용을 자신들의 추측으로 메우며 MB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

이처럼 MB재판은 대한민국 법치의 흑역사로 기록될만한 사건이다. 마녀사냥으로 시작해 표적수사를 거쳐 정치재판으로 귀결됐다. 그 과정에 객관적 증거와 진술은 무시됐고, 조작과 음모가 판을 쳤으며, 법과 정의는 실종됐다.

변호사로서 나의 저항은 무력했다. 암수술을 받고 소변주머니를 찬 채 법정에 출두해 싸워도 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러나 나는 역사의 힘을 믿는다. 두 전직 대통령과 대법원장, 대법관들, 국정원장들을 비롯해 수많은 보수정권 인사들에 대해 가해진 정치재판의 진실은 언젠가 반드시 밝혀질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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