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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리 인상에 대비하자이종화 | 2016.09.19 | N0.161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 전 아시아개발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을 둘러싼 뉴스들로 지난 몇 주간 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을 쳤다. 한국도 주가와 환율의 변동이 심했다. 미국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위원 중 금리 인상을 찬성하는 강경 ‘매파’들과 반대하는 온건 ‘비둘기파’들의 공개 발언이 차례로 나오면서 시장이 출렁였다.


매파들은 미국 경제의 성장세를 고려하면 지금 이자율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자율 인상이 늦어지면 자산 가격에 거품이 발생하고 다시 위기가 올 수 있다고 말한다. 이자율을 조금씩 예측 가능하게 인상하면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은 별로 크지 않다고 본다.


그러나 비둘기파들은 아직은 미국 경제의 성장세가 확고하지 않아서 초(超)저금리를 당분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성급한 금리 인상으로 경제회복을 방해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물가상승률이 낮고 자산 가격 거품의 위험은 작다고 본다. 미국의 이자율 인상이 세계 경제에 혼란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미국 연준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제로 금리’를 유지해 오다가 지난해 12월 0.25%포인트 이자율을 인상했다. 올해 다시 올릴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라는 뜻밖의 외부 요소가 있었고 미국 경제의 회복세가 확실하지 않아 아직까지는 금리 인상이 없었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지난 8월 26일 미국 잭슨홀에서 개최된 연례 경제심포지엄에서 “고용시장의 견고한 성과와 경제활동과 물가 상승에 대한 전망으로 볼 때 기준금리 인상을 위한 여건이 최근 몇 달간 강화됐다”고 했다. 온건파인 옐런 의장으로서는 강한 발언이었다. 시장에서는 올해 하반기 중, 이르면 9월에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아졌다.


FOMC는 올해 9월, 11월, 12월 세 번의 회의를 앞두고 있다. 그런데 11월 2일 회의는 미국 대선 바로 직전에 열려 이자율을 올리기에는 정치적으로 부담이 크다. 올해 이자율 인상이 필요하고 12월은 너무 늦다고 판단한다면 연준이 9월 21일 회의에서 이자율 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있다.


그러나 9월 중에 발표된 미국의 고용과 소매판매 지표가 연준의 예상에 미치지 못하면서 최근 비둘기파의 목소리가 커졌다. 시장에서는 당장 9월 회의에서 FOMC가 기준금리를 인상할 확률을 20% 이하로 예측한다.


연준이 우왕좌왕하면서 시장의 불확실을 키운다는 비판이 많다. 금리 인상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행동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주요 경제 변수로 계산한 통화정책의 예상 경로에서 연준의 정책이 많이 벗어났다는 비판도 있다. 통화정책의 운용 방식을 바꾸자는 주장도 등장했다. 일정한 명목국민소득의 증가율(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의 합)을 목표로 하는 방안,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높여서 더 적극적으로 위기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이 제기됐다.


많은 전문가는 12월에는 연준이 이자율을 인상하고 미국 통화정책이 ‘정상’ 궤도로 복귀할 것으로 본다. 미국 경제의 회복에 맞춰 연준이 올해 말부터 점진적으로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의 이자율 변화는 한국의 통화정책 운용과 금융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미국 금리 인상으로 국제 유동성이 감소할 때 발생할 수 있는 한국 외환·금융시장의 급격한 자본유출과 불안정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 미국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의 경제 상황과 통화정책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기 때문에 국제 경제 전반에 대한 정밀한 분석과 예측이 필요하다.


지금 한국 경제는 주력 수출 산업들이 부진하고 기업 구조조정의 지연, 금융의 비효율성, 가계부채의 급증과 부동산 시장의 과열이 우려되면서 매우 불안한 상황이다. 취약점은 지속적으로 개선하면서 재정·통화·금융감독·외환·거시건전성 정책들을 잘 조합해 미국의 금리 인상과 세계 경제의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한·일 양자 통화 스와프를 포함한 국제 금융협력과 정책공조도 강화해야 한다.


외국자본의 흐름에 완전 개방된 한국과 같은 신흥국은 독립적으로 이자율을 결정하기 어렵다. 실물경기가 침체하고 물가상승률이 낮은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국제 이자율의 상승에 맞춰 국내 이자율을 올려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 올 수 있다. 이자율은 낮추기는 쉬워도 올리기는 정치적으로 매우 어렵다. 국제·국내 금리 변화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분석해 시나리오별로 최적의 통화정책과 시장과 소통하는 전략도 미리 준비해야 한다.


정말 더웠던 여름이 가고 이제 차가운 겨울바람이 북쪽에서 올 날도 멀지 않았다. 날씨뿐 아니라 한국 경제에도 찬 기운이 태평양을 건너올 것이다. 환절기에 감기를 예방하지 않으면 폐렴에 걸릴 수도 있다. 국제 경제의 기상 변화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



<중앙일보>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원문보기: http://news.joins.com/article/206018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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