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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관광산업은 돈을 안 벌기로 작정한 건가박병원 | 2016.09.01 | N0.155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중국인들 많이 찾는 제주도, 국립공원 입장료도 없는 등 벌 수 있는 돈을 안 벌고 있어
'보는 관광' 가고 '하는 관광' 시대, 관광자원 없어도 큰 약점 안 돼… 흡인력 있는 명소 만들어 내야

젊은이들의 일자리 문제가 심각의 도를 더해가고 있다. 일자리가 생기는 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해야 할 형편인데도 이런저런 이유로 나라가 행위 무능력 상태에 빠져 있는 지경이다. 거의 모든 업종이 공급 과잉, 과당경쟁에 직면하고 있어서 오로지 수요 창출만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데 내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제조업에서 엄청난 흑자를 내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수출을 더 늘리는 것은 점점 더 강력한 견제를 받게 될 것이다.


서비스산업에서 해외 수요를 개척하는 것이 워낙 미미한 상태에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덜 어려울 수도 있다. 특히 관광산업은 소득 수준 상승에 따라 해외여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중국을 바로 옆에 둔 덕분에 가장 가능성이 크다. 최근엔 매년 중국 관광객이 600만명씩 한국을 방문하고 있다. 중국인이 모두 한 번씩 한국을 와 보는데 216년 정도가 걸리는 셈이다. 중국인이 15세에서 65세 사이의 50년 동안 단 한 번씩만 한국에 와보게 하자는 극히 소박한 목표만 실현해도 매년 2750만명이 와야 한다. 한국인은 작년에 444만명이 중국에 갔다. 이는 한국인 한 사람당 인생 50년 중에 평균 4.4회 중국 관광을 가는 셈이다. 중국인을 같은 횟수만큼 한국에 오게 한다면 1년에 중국 관광객을 1억2100만명 유치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마디로 중국 관광객 유치만 잘해도 우리나라는 먹고살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우리는 중국 관광객이 와도 제대로 돈을 벌지 못한다. 예컨대 중국 장자제에는 한국 관광객이 미어지게 많이 가는데 국립공원 입장료가 230위안이고 케이블카를 타는데 130위안, 전망 엘리베이터를 타는데 130위안 등 500위안(한화 8만5000원 ) 이상을 거의 기계적으로 쓰게 만든다. 백두산의 경우 입장료 100위안, 셔틀버스값 150위안을 기계적으로 지출하게 한다. 알프스 몽블랑에 가면 케이블카 한 번 타는 데 61유로(한화 7만7000원)를 받는다. 외국 관광객치고 안 타는 사람이 거의 없다. 알프스의 경치 좋은 곳치고 등반열차나 케이블카 등 수송수단을 갖추지 않은 곳이 거의 없다.


반면 중국인이 많이 찾는 제주도에는 국립공원 입장료도 없고 돈을 쓰게 할 관광 인프라가 거의 없다. 벌 수 있는 돈을 안 버는 관광을 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관광객을 유치해서 고작 프랑스, 이탈리아 명품을 팔아 주는 것이 우리 관광산업의 현주소이다. 화장품 산업이라도 경쟁력이 생겨 다행이기는 하지만 참으로 한심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남프랑스에는 니스, 칸에서 시작해 님의 로마시대 수도교(水道橋 ), 아비뇽의 교황청, 아를의 로마시대 원형극장 등 세계적인 관광자원이 이미 즐비하다. 그런데 최근 이 지역에 새로운 관광명소가 추가됐다. 샤토 라 코스테라는 와이너리는 일본 출신의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샤토 건물을 새로 짓고, 옛 샤토를 개조한 미술관에서 이우환의 최신작 전시를 하고, 포도밭 주변의 오솔길을 따라 세계적인 조각가, 설치미술가들의 작품을 배치해 특히 일본, 한국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새로운 명소를 만들어냈다.


또 빛의 채석장(Carrières de Lumières)이라는 곳에서는 석재를 캐낸 후 비어 있는 거대한 지하공간의 벽과 천장에 샤갈의 그림을 투사해서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데, 해마다 화가를 바꾸어서 한 번 온 사람도 다음에 다시 올 이유가 있는 관광명소를 만들었다. 이것만 보러 다시 가지는 않을지 몰라도 일단 근처에 오면 다시 가보고 싶을 관광지를 만들어 낸 것이다.


우리에게는 피라미드도 앙코르와트도 없다. 장자제와 그랜드캐니언도 가지지 못했다. 한마디로 이미 가진 관광자원이 다른 나라에 비해 약한 데 그나마 기본 관광 인프라가 전무해 접근성도 너무나 떨어진다. 규모도 작아서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도 없다.


필자가 과문한 탓도 있겠지만 세계에서 사람들을 끌어올 수 있는 흡인력 있는 관광명소를 국내에 새로 만들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소득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서 '보는 관광'이 아니라 '하는 관광'으로 옮아가는 경향이 있다. 이젠 자연이나 유물 면에서 세계 최고수준의 흡인력 있는 관광자원이 없다는 것이 큰 약점이 되지 않을 수 있다. 문제는 몽블랑 둘레길(Tour de Montblanc)이 가지고 있는 산장 등의 관광 인프라가 백두대간 종주 길에는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관광산업의 고용 기여율이 OECD 평균인 10.1%에 한참 못 미치는 6.3%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은 여기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여지가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문제는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이다.


<조선일보>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원문보기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8/31/201608310325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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