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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의 눈물김대기 | 2016.08.01 | N0.148

김대기 KDI정책대학원 초빙교수


공정거래위원회를 보면 두 가지 의문이 생긴다.


첫째, 공정거래법은 위반 행위에 대해 징역형을 부과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한 법이다. 그래서 법을 집행하는 위원회를 경제검찰이라고 부르기까지 하는데 그런 위원회가 왜 법무부가 아닌 경제부처에 소속되어 있을까. 둘째,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를 기소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위원회의 고발이 있어야 한다. 다른 법과 달리 검찰이 직접 기소할 수 없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공정거래법이 제정된 1980년으로 돌아가면 알 수 있다. 당시 한국 경제는 무리한 중화학 투자의 후유증과 제2차 오일쇼크 영향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 정부 정책도 잘 먹혀 들어가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경제구조가 복잡해지면서 정부 주도 경제 운영 방식이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타개책으로 경제 운영을 민간 주도 방식으로 전환하는 과감한 결정을 한다. 이 과정에서 가격 담합 등 불공정 행위로 인해 자칫 시장질서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보완책이 필요했는데 그것이 바로 오늘날 공정거래법이 탄생한 배경이다.


공정거래법 제1조 법의 목적을 보면 법 제정 취지를 잘 알 수 있다. "…불공정 거래 행위를 규제하여…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


법에 따르면 불공정 행위 규제는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목적은 국민경제 발전이다. 이 점이 형법과 가장 구별된다. 형법은 행위 규제 자체가 수단이자 목적이다. 그래서 형법에는 제1조 법의 목적 조항이 없다. 법의 목적대로라면 공정거래법은 형법과 달리 교각살우를 하면 안 된다. 경제가 무너지고 난 다음에 공정거래 확립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따라서 위원회가 법을 집행할 때는 경제 상황과 경제 파급 효과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초창기 위원회가 법무부가 아닌 경제기획원에 설치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위원회는 당연히 고도의 판단력을 갖춘 경제 전문가들로 구성했다. 위원회에만 전속 고발권을 부여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경제 비전문가인 사정기관이 법을 함부로 적용하다가 경제 자체를 망가뜨리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이런 배경을 갖고 태어난 공정거래위원회가 요즘 사면초가다. 먼저 기업들은 위원회가 무리하게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불만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법 위반 시 정부 조달뿐만 아니라 해외사업에도 막대한 지장이 있어 민감할 수밖에 없다. 위원회가 법원에서 패소하여 환급되는 금액이 제법 큰 것을 보면 기업 불만이 빈말은 아닌 것 같다.


위원회도 나름대로의 고충을 토로한다. 의결 내용에 대해 나중에 감사원, 검찰, 국회 등에서 문제 삼을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엄정하게 처리하는 것이 뒤끝이 없다. 그러다 보니 경제 상황이나 기업을 배려할 여유가 없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시민단체나 언론은 위원회 제재가 소극적이라고 늘 불만이다. 정치권 역시 위원회가 제 역할을 못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는 다시 경제민주화 바람이 거세질 것 같다. 이미 지난 선거에서 재미를 봤기 때문이다. 그런 분위기에 휩쓸려 반기업 정서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


벌써 기업을 옥죄는 법안들이 밀물처럼 들어오고 있는데 공정거래법도 예외가 아니다. 야당은 전속 고발권을 폐지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법이 통과되면 검찰의 직접 기소는 물론이고 소액주주, 시민단체들의 묻지마 고발도 가능해진다. 이것을 시작으로 위원회에 대해 더 많은 개혁안이 나올 것 같다.


이런 분위기가 계속되면 위원회의 전체 경제를 배려하는 여유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금도 기업들은 검찰과 국세청의 강도 높은 수사와 세무조사에 힘들어 하는데 공정거래위원회마저 여기에 가세하면 앞으로 우리 경제는 어떻게 될까.


모두가 소뿔을 바로잡겠다고 달려들면 소가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매일경제>에 기고한 글입니다.

원문보기: http://news.mk.co.kr/column/view.php?year=2016&no=546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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