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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허 制 없는 '우버화' 시대에 대비하자박재완 | 2016.06.27 | N0.141

박재완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장 



“우버(Uber)에 대한 비판은 중세시대 인쇄기 도입에 저항하는 것과 같다.”


유럽연합집행위(EC)의 어느 위원이 지난달 말에 한 말이다. 배차(配車) 응용프로그램 우버는 등록된 운전사와 승객을 모바일 앱으로 연계한다. 선진국은 물론이고 아프리카까지 69개국 451개 도시에서 이 서비스를 제공한다.


승객이 스마트폰으로 호출하면 우버는 가장 가까운 차의 위치와 요금을 제시한다. 시간대와 날씨에 따라 달라지는 요금은 등록된 신용카드로 결제되며, 그 명세가 전송되므로 영수증이 필요 없다. 이용 후엔 운전자와 승객이 서로를 평가하며, 평판이 나쁜 운전사나 승객은 시스템에서 퇴출된다. 


우버는 시장의 원활한 작동을 돕는다. 무엇보다 승객과 운전사의 ‘불확실성’이 감소한다. 주문(on-demand) 서비스이므로 택시 잡기와 승객 찾기에 드는 시간이 크게 준다. 승객과 운전사의 선택 폭도 넓어진다. 차량 공유는 자원 활용을 극대화하며, 탄력요금은 자원 배분의 효율을 높인다. 또한 수요를 예측할 수 있어 택시 운전사의 가장 큰 고충인 무작정 대기하는 일을 줄일 수도 있다.


우버는 면허를 전제로 한 전통적인 정부 기능을 대체할 수도 있다. 승객과 운전사의 상호평가는 면허를 받은 택시에 대한 정부의 감독과 평가보다 우월하다. 관료 평가는 주관이나 재량이 개입되고 부정확하며 부패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우버는 운전사 신원을 조회하고, 얼굴과 목소리를 인식해 본인이 운전하는지 확인하며, 운전 이력을 분석해 안전운전을 지도한다. 이런 시스템은 정부 계도나 감독보다 안전 확보에 더 유리하다.
 

다만 우버가 확산되면 면허를 받은 택시 운전사의 생계는 타격을 입는다. 그래서 독일 프랑스 등에선 우버 서비스를 제한한다. 우리도 면허 없이 운전사로 참여할 수 있는 ‘우버 X’가 2014년 도입됐다가 서울시와 택시조합의 반대로 중단됐다. 논란 끝에 올해부터 택시회사와 협업 운행하는 고급 콜택시와 장애인, 임산부, 노인 등 교통약자 전문서비스만 허용하고 있다.


최근 EC는 ‘우버화(Uberization)’를 장려하는 지침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면허산업 보호는 성장과 고용을 촉진하는 ‘우버화’의 규제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해밀턴 프로젝트’가 2015년 내놓은 분석에 따르면, 전문 자격과 면허제도는 경제의 효율은 물론이고 형평까지 좀먹는다. 진입장벽에다 직역단체 로비로 지대(地代)가 파생되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자유롭고 창의적인 경제활동이 위축된다. 또 빈곤층일수록 자격과 면허를 따기가 어려워 분배도 악화된다.


중국 ‘디디추싱(滴滴出行)’, 독일 ‘블랙 레인’ 등 우버를 닮은 승차 공유 서비스는 세계 곳곳에서 급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우린 규제와 기존 산업계의 반발로 아직 ‘우버화’의 진전이 더디다. 아시아에선 우리만 ‘우버 X’를 금지하고 있고, 예외로 허용한 서비스조차 배기량이나 운임 등을 시시콜콜 따진다.


‘우버화’는 이제 대세가 됐다. 몇 년 후면 택시, 물류, 숙박, 금융, 보건 등의 분야에서 정부 면허제도는 크게 퇴색될 것이다. 이대로 가면 서비스산업 경쟁력은 더 뒤처질 수밖에 없다. 면허와 감독의 개념이 달라진 P2P(peer to peer)와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는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야 한다. ‘우버화’에 발맞춰 세금, 보험, 개인정보 보안 등 제도를 바꾸고, 기존 산업 종사자들의 적응 방안도 마련하자.


 <동아일보>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원문보기: http://news.donga.com/3/all/20160627/788744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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