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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3진아웃 면하는 법이동우 | 2016.01.06 | N0.129

이동우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사무총장


‘붉은 원숭이의 해’라고 해서 붉은 기운이 행운을 가져오고 재주 많은 원숭이가 신통력을 부리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하기도 한다. ‘원숭이의 신이 인간세상의 문제를 서유기의 손오공처럼 단번에 풀어주는 상상을 해 보기도 하지만 현실은 반대다. 굶주린 원숭이들이 마지막 남은 바나나 광주리를 놓고 서로 할퀴고 물어뜯는 살벌한 정글의 모습으로 새해를 맞고 있다. 2016년 세계는 ‘각자도생’의 각축전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1930년대 대공황, 70년대 오일쇼크, 90년대 아시아 외환위기,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에 이어 2016년 세계경제가 대혼란기에 접어들고 있다. 지금의 세계 경제위기는 2008년 위기가 이월되고 고질병이 된 것으로, 1차 세계대전의 전후 처리가 제대로 안 되고 국제공조가 지속되지 못했던 탓에 더 큰 재앙인 2차 세계대전으로 치달았던 역사를 연상케 한다.


2008년부터 세계는 미국발 국제금융위기를 ‘무제한 돈풀기’라는 환자에게 아편주사를 놓는 식의 임시방편으로 버텨오다가 작년말 약발이 다했다. 본격적인 표류의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의미다. 오일쇼크, 아시아 외환위기, 세계 금융위기는 미국이라는 버팀목이 있었기 때문에 위기관리가 가능했다. 이제 미국이 각자도생의 길을 선언한 지금은 그것이 불가능해졌다. 1세기 전 대영제국이 세계경제질서의 주도자 자리를 자의 반 타의 반 내놓으면서 세계경제가 대혼란에 빠져들었던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그때처럼 세계적인 공급 과잉과 수요 부족으로 전 세계가 공황에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세계경제의 견인차 해결사 역할을 해온 미국이 혼자 살겠다고 금리인상에 나섰다.


당황한 중국은 미국달러와 운명을 같이하는 위안화 환율제도를 사실상 포기하고 위험천만한 홀로서기에 나섰다. ‘미국 따라하기’를 능사로 삼아온 일본도 미국의 발빼기로 인해 아베노믹스의 명운이 다하면서 또다시 불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유럽(EU)은 그리스 사태를 완전히 수습하지 못한 가운데 영국의 탈퇴 으름장에다 독일과 프랑스의 찰떡궁합도 예전 같지 않아서 콩가루 집안 꼴이다.


이 모든 문제는 교통 통신 상거래의 혁명으로 글로벌화된 세상에서 국가단위의 처방이 약효를 상실한 데서 비롯한 것으로 현재의 세계시스템으로는 근본 치유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미국·러시아·중국·유럽·일본처럼 오래전부터 ‘아수라의 세상에서 살아남는 법’을 체득해온 나라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집권 말인데도 외교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나선 것이나,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새해 벽두부터 미국과의 대립각을 날카롭게 세우는 것이나, 시진핑 중국 주석이 영토분쟁의 기선제압을 강조하는 것이나, 아베 일본 총리가 세계의 지도적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천명한 데는 이런 배경이 깔려있다.


이들의 신년메시지와 행보에는 새로운 가치나 비전에 대한 탁견이나 지혜는 보이지 않는다. 오로지 자국의 이익을 확실히 지키겠다는 생존 본능의 리더십뿐이다. 2016년 세계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고 있는데 한국은 온통 정치놀음, 선거 얘기로 연말연시를 달구고 있다.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공감 뉴스, 많이 본 뉴스, 댓글 많은 뉴스 1~5위가 전부 정치 얘기이다. 정치 얘기를 통해서 국가 장래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이나 비전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인들의 행각을 게임이나 프로 스포츠처럼 생중계해 대고 시청하는 데 열중하고 있다.


한국이 정치바둑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는 시간에, 일본도 중국도 유럽도 중동사태 같은 먹고사는 생존문제와 직결된 경제 및 국제정세가 신년뉴스 상위권을 장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년 총선, 내년 대선, 그 다음 해 지방선거 3차례 선거를 통해서 한국은 ‘각자도생의 생존전쟁’을 수행할 지도자들을 뽑게 되어있다. 3차례 선거는 야구로 치면 9회말 3명의 타자나 다름없다. 현재 선수들의 기량으로는 3진 아웃을 당할 수도 있다. 응원단(국민)의 함성이 경기흐름을 바꿔놓기를 기대할 뿐이다.


<영남일보>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원문보기: http://www.yeongnam.com/mnews/newsview.do?mode=newsView&newskey=20160106.0103008265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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