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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적인 對北 해운제재, 주저할 이유 없다천영우 | 2016.03.25 | N0.95
천영우 객원논설위원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아산정책연구원 고문


김정은 못 버티게 하려면… 
중국의 北광물수입 금지와, 한국의 해운제재가 필수
노무현정부 때 남북합의서… 北선박 무해통항권 허용
中협조 촉구”만 외칠 게 아니라, 정부부터 안보리 제재 이행하라


이달 2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 2270호 채택과 이를 보강하는 한미일 3국의 독자 제재로 북한은 새로운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었다. 그러나 제재의 수위나 효과를 과대평가해 북한이 곧 굴복하고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면 어림없는 착각이다. 핵무기 근처에 가본 적도 없는 이란에 대해 안보리와 미국이 가한 포괄적 전면 제재와는 달리 북에 대한 제재는 핵, 미사일 개발과 해외 노예노동에 한정된 부분 제재에 불과하다.

현행 제재가 아무리 철저하게 이행되더라도 북한이 최소한 1년은 버틸 수 있을 것이다. 특히 5월 말 7차 노동당 전당대회까지 김정은의 선택은 국제사회의 압박에 결연히 맞서는 최고지도자로서의 강단과 배포를 만천하에 과시하고 내부의 결속을 다지는 것뿐이다.

안보리 제재 중에서 북한의 외화 조달에 치명적 타격을 가할 수단은 연간 10억 달러에 이르는 북한산 석탄 수입의 금지와 해운활동 규제다. 다만 석탄 수입 금지는 핵과 미사일 개발 자금 조달과 관련된 거래에 국한돼 중국은 수입을 전혀 줄이지 않고도 성실히 결의를 이행하고 있다고 우길 수 있다. 중국이 북한의 정책 변화를 압박할 진정한 의지가 있는지는 석탄 수입 감축 실적이 말해 줄 것이다.

해운 제재에서 강력한 수단을 보유한 나라는 한국이다. 그런데 제재 이행에 모범을 보이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안보리 결의 2270호 18항에 북한 향발 화물은 소유주와 용도를 불문하고 유엔 회원국 영토를 통과할 때는 검색하도록 의무화돼 있다. 북한에서 출발했거나 북한을 목적지로 하는 모든 선박은 유엔 회원국의 영해 내에서 국제법상 보장된 무해통항권(innocent passage)을 누릴 수 없다는 특별법을 안보리가 제정한 것이다. 23항은 북한 원양해운관리회사(OMM) 소속 31척의 선박을 자산동결 대상으로 지정했다. 그런데 이달 17일 북한을 출발한 ‘오리온스타’호가 우리 영해를 통과하고 있는데도 정부가 방관함으로써 한국은 안보리 해운 제재를 불이행한 첫 번째 국가라는 오명을 남겼다.

더구나 그 선박은 검색뿐 아니라 압류 동결 대상인데도 정부는 안보리가 유예한 무해통항권을 신성불가침의 권리로 옹호하고 있으니 어이가 없다. 2004년 5월 28일 서명된 남북해운합의서는 공해상에 설정된 작전구역(AO)에서도 남측의 사전허가와 지시에 따라 지정 항로를 통행하는 북한 선박에만 예외적으로 무해통항권을 허용하고 제3국에 편의치적한 선박도 적용 대상으로 하고 있다. 북한조차 사전허가 없이 상대방 작전수역에 진입하는 선박은 유해(有害)하며 나포 대상이라는 데 동의한 셈이다. 5·24조치는 AO 내에서 조건부로 허용하던 무해통항권마저 정지시킨 것이다.

중국이 핵, 미사일 개발 자금으로 전용된 증거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북한산 석탄 수입을 계속하고 우리 정부가 해운 제재 이행에 소극적 태도로 일관한다면 대북제재는 유명무실해질 것이다. 기고만장해진 김정은은 내친김에 핵, 미사일 개발 완료를 서두를 것이다. 반대로 중국이 북한산 광물 수입을 전면 금지하고, 북한을 출입하는 모든 선박이 다른 나라에서 검색을 받거나 입항을 거부당하고, 북한 소유 선박 31척이 압류되거나 발이 묶이고, 나아가 미국이 북한제재법에 따라 북한과 거래하는 3국 기업을 제재하고 북한을 자금세탁 우려국으로 지정해 국제금융거래시스템(SWIFT)에서 퇴출하는 조치까지 취한다면 북한은 1년 이상 버티기 어려울 것이다. 

북한이 종말의 위기에서 탈출할 길은 대화 공세뿐이다. 6자회담이나 미북 회담에 나와 핵 폐기 대신 동결 카드로 제재 해제와 평화협정 등을 얻어내려고 시도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북한이 비핵화를 결심할 때까지 압박 수위를 계속 높여 가지 못하면 핵 동결 이상을 달성하기 어려워진다. 제재가 효과를 발휘해 북한이 핵 포기를 결심하는 기적이 일어난다면 비핵화의 대가로 9·19공동성명에서 약속한 것 이상의 정치 경제적 보상을 요구할 것이다. 5자도 북한의 안보 우려를 해소하고 경제 발전에 필요한 과감한 패키지를 제공할 각오를 해야 한다. 

비핵화 협상과 평화체제 협상의 선후 논란에 매몰될 필요도 없다. 중요한 것은 제재 완화와 정치경제적 인센티브 제공을 비핵화 진도와 엄격하게 연계하는 것이다. 제재가 완화될수록 북한은 비핵화를 거부할 체력을 회복하고 정치경제적 보상에도 흥미를 잃어버릴 것이다.


<동아일보>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원문보기: http://news.donga.com/3/all/20160325/7720338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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