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HOME > 함께 만드는 이슈 > 칼럼
[파리 현장에서]③ IPCC의 변모, “일반 시민과 소통 강화 나선다”김상협 | 2015.12.15 | N0.76

정책적 해법 제시 및 개도국 지원 확대
기후 대응 인식공동체 기반 조성에 주력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과학적으로 파헤친 공로로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과 노벨평화상까지 공동수상한 IPCC(유엔 정부간 기후변화 위원회). 하지만 과학자들과 전문가들의 성역에 쌓여 일반인들은 물론 정책 담당자들조차 난해하고 복잡한 내용에 고개를 젓게 했던 게 IPCC다. IPCC가 이회성 신임 의장의 취임 이후 새로운 개혁의 물살을 타고 있다.


파리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1)에서 가장 주목을 많이 받은 세션의 하나는 하바드 대학 로버트 스태빈스 교수가 주관한 ‘IPCC의 숙제’에 관한 것이었다. 하바드에서 기후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스태빈스 교수는 개막사에서 “그동안 자연과학계의 전문가가 IPCC 의장을 주로 맡아왔지만 에너지 경제학자인 이회성 박사가 IPCC의 새로운 의장으로 선출된 것에 의미심장한 뜻이 있다”며 “IPCC가 이제 과학계는 물론 정책결정자와 일반 대중에게 지도를 제시하는 기구로 성큼 다가서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발제와 토론에 참여한 각계 전문가들은 “각국 정부는 대부분 미래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유권자의 시선을 끄는 정책에 빠져있다”고 지적하고 “IPCC는 갈수록 심각해 지는 기후변화의 도전과 위기를 세상에 더욱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탤리 베니스 대학의 카를로 카라로(Carlo Carraro) 교수는 “IPCC가 권위있는 학자와 전문가로 구성되는 바람에 대중과의 소통을 소흘히 해왔다”며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SNS만 봐도 팔로워가 창피할 만큼 적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 이회성 IPCC 의장이 파리에서 열린COP21에서 연설하고 있다.


이회성 의장은 대륙 간 정치적 배분이 아니라 ‘지적 역량(intellectual leadership)’으로 IPCC 수장을 맡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 의장은 “기후변화에 관한 IPCC의 과학적 발견과 전망이 과연 무엇을 뜻하는지 정책전문가들 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까지 이해할 수 있도록 소통 역량을 크게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혀 갈채를 받았다.


이 의장은 특히 “IPCC는 그동안 과학전문 국제기구라는 특성에 따라 정책에 관해서는 가급적 중립적 입장(neutral position)을 견지해 왔다”며 “이 같은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정책적 해법(solution)에 관한 의견도 적극 개진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기후변화 인식공동체 확장을 위해 기업과의 파트너십, 개도국에 대한 지원도
대폭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의장은 “전문가들 사이에만 공유되던 테크니컬 리포트를 정책결정자를 위한 리포트(SPM: Summary for Policy Makers) 수준으로 평이하게 재작성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과학자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 환경부 장관을 지낸 유영숙 박사는 필자와 만난 자리에서 “과학계와 일반 대중간의 소통 장벽이 실로 무서운 위험 사회를 초래하고 있다”며 IPCC의 이같은 변신 노력을 크게 환영했다. 이제 전문가들의 모임 뿐 아니라 CNN이나 BBC 그리고 SNS를 통해 이회성 의장을 더욱 자주 볼 수 있게 될 것 같아 기대가 크다.


<조선일보>에 기고한 글입니다.

원문보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5/12/11/2015121102854.html

  • facebook
  • twitter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