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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권한대행 입법의 필요성김명식 | 2015.04.28 | N0.34

김명식 대구가톨릭대교수 경찰행정학과 교수 


대통령 부재 중 총리가 직무대행 논란
정부조직법에 명확한 규정 없어 혼선
권한대행`직무대행으로 구분할 필요성
헌정질서 불안 최소화 위해 입법 시급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과 글이 정국을 크게 요동치게 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박근혜 대통령의 남미 4개국 순방과 맞물려, 의혹을 받는 이완구 국무총리가 대통령의 부재 중 직무를 대행할 수 있는가 하는 논란으로 비화됐다. 결국 이완구 총리가 사의 표명에 이어 지난주 국무회의에도 불참함에 따라 최경환 부총리가 회의를 주재했다.


1948년 건국 이후 제2공화국을 제외하곤 줄곧 대통령제 헌법을 토대로 한 우리나라는 정부수반 겸 국가원수인 대통령직에 잠시라도 공백이 있으면 안 되기에 헌법은 이에 관한 대책을 마련해 왔다. 부통령과 국무총리가 다 있던 제1공화국의 1`2호 헌법에서는 대통령 유고 시 부통령이 먼저 대행하고 국무총리는 그다음 순서였다. 부통령제가 폐지된 제3공화국의 6호 헌법부터는 국무총리에 이어 국무위원이 대행하게 되었다. 그래서 현행(10호) 헌법 제71조는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고 되어 있다. 이를 받아 정부조직법 제12조 제2항은 (국무회의의) 의장인 대통령이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행할 수 없을 때에는 부의장인 국무총리가 그 직무를 대행하고, 의장과 부의장이 모두 사고가 있을 때에는 기획재정부 장관(부총리), 교육부 장관(부총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외교부 장관 등의 순서로 의장 직무를 대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헌법 규정에는 ‘궐위’ ‘사고’ ‘직무’ ‘권한’ ‘대행’이라는 용어가 있으나, 정부조직법에는 ‘궐위’와 ‘권한’은 없고 ‘사고’ ‘직무’ ‘대행’의 표현만 있다. 또 정부조직법은 대행 규정을 대통령의 주된 업무인 제11조(행정감독권)가 아니라 제12조(국무회의)에 두고 있다. 이를 좁게 해석하면 헌법과 법률에 정해진 대통령의 모든 권한을 대행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고’로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소집`주재하기 어려울 때 ‘국무회의’ 의장 ‘직무’만 대행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대통령’이 ‘궐위’될 경우 헌법 제66조의 대통령 책무를 온전히 수행할 수 있는 ‘권한’ 대행에 관해서는 아무런 규정이 없는 것이다. 이는 헌법 제71조와 제68조(대통령 보궐선거) 규정에 비추어 볼 때 중대한 입법 불비이다.


물론 대통령직에 실제로 궐위 상황이 생기면 국무회의 의장의 직무대행 순서를 준용할 수밖에 없겠지만, 이 경우에도 대행할 직무 범위에 대하여 명시적 규정이 없어 권한 다툼과 그 효력에 대한 시비가 생길 수 있다. 이번처럼 단기 출장에 있어서는 외국에서도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데 별 지장은 없으나, 국내에 있더라도 직무 수행이 어려운 형편이 생기면 총리가 국무회의를 주재할 뿐만 아니라 행정수반과 국가원수의 역할도 대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회는 정부조직법을 손질하여 국무회의 의장 외에 대통령직의 ‘궐위’ 시 상당기간 ‘권한’을 대행할 경우와 ‘사고’로 일시 ‘직무’를 대행할 경우의 각 사유, 기간, 직무 범위와 한계, 대행 절차와 효력 등을 미리 정해 둘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지방자치법 제111조에 있는 단체장의 ‘궐위’와 ‘사고’ 관련 규정은 좋은 참고가 된다. 동 규정은 단체장 유고로 부단체장 등이 대행하는 경우를 ‘권한대행’과 ‘직무대리’로 나누어, 전자는 궐위(사망`사임`자격상실 등), 공소제기로 인한 구금상태, 60일 이상 장기 입원의 경우이고, 후자는 출장`휴가 등으로 일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로 하여 각 사유에 따라 대행자가 처리 가능한 내적 범위와 외부 한계를 동법 시행령 제74조에 의거 조례`규칙 등으로 미리 정해두도록 위임하고 있다.


대통령직의 경우에도 권한대행과 직무대행으로 구분하여, 궐위 상황의 권한대행은 원칙적으로 대통령의 모든 권한을 행사하되 가급적 후임 대통령 보궐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하는 데 중점을 두도록 하고, 기타 사유의 직무대행은 현상유지 업무로 제한할 수 있다. 다만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되는 경우와 같이 권한대행에 해당하지만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대통령직에 복귀할 여지가 있을 때 대행 가능 업무와 불가능 업무의 기준을 합리적으로 정해 두면 헌정질서가 불안해질 요인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매일신문>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원문보기: http://www.imaeil.com/sub_news/sub_news_view.php?news_id=23224&yy=2015#axzz3bmE5UN3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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