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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지도부 갈등과 혼선 주목해야김태효 | 2015.06.01 | N0.25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


북한 정부가 최근 발표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에 대해 구체적인 문제를 제시하면 추가 자료를 제공할 의향이 있다고,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이 말했습니다. 워싱턴을 방문 중인 김 전 기획관은 25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국제 고립이 심각해지면서 북한 지도부 안에 혼선이 늘고 있는 것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전 기획관은 이명박 정부에서 대북 접촉과 협상을 담당하는 외교안보 분야의 핵심 당국자로 활동했고 현재는 성균관대학교 교수로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김태효 전 기획관을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최근 한국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이 화제와 논란이 됐었습니다. 북한 정부도 남북관계 관련 내용을 강하게 비난하며 반응을 보였고요. 특히 북한 정부가 다섯 차례 정상회담을 요구했고 그 대가로 100억 달러 상당의 지원을 요구했다는 내용이 주목을 받았습니다. 북한 정부가 이렇게 청와대의 문을 두드렸던 배경을 어떻게 풀이하십니까?


김태효 전 기획관 (이하 김태효))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는 우리 정부가 먼저 공을 들이고 제의를 하고 회담이 성사가 됐지요. 그렇게 보면 북한이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아마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면 지지율이 오르고 국민에게 평가를 받을 수 있으니까 이명박 정부가 (정상회담에) 욕심을 내고 서두를 것이란 판단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2년 정도 시간이 지나니까 오히려 북한이 정상회담을 제의해 왔고 그 뒤에 요구한 대가는 그 이전에 두 차례 정상회담과 내용은 달랐지만 유사한 성격이었다는 거죠. 막대한 현찰과 식량, 전략물자였기 때문에 그런 방식으로 회담을 한 번 하고 그 뒤에 그런 자금이 핵과 미사일에 쓰이고 그런 회담은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었던 거죠.”


기자) 북한 정부가 그럼 구체적으로 언제부터 정상회담 관련 접촉을 했습니까? 회고록 출간 시점도 관심을 끌었는데요.


김태효) “크게 보면 2009년에 정상회담을 제의해 왔고 2010년에는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도발을 일으킨 와중에도 그런 논의가 오고 갔어요. 마지막은 2011년이라고 볼 수 있고요. 일관됐던 것은 어차피 북한이 하던대로 많은 대가를 받아서 통치 능력을 확대하고 그 대신 한국 정부가 과거처럼 원했던 정상회담을 성사시켜 주고, 그런 거래 공식이었는데 그 당시에는 우리가 여러 의혹도 받고 북한 정부의 왜곡된 폭로 때문에 오해도 받았습니다만 지금 이 시점에서 정리해 줄 필요가 있겠다, 과거처럼 대화에 얽매여서 남북관계를 파행으로 가져가고 더 큰 위험만 우리에게 다가오는 회담은 옳지 않다, 회담도 잘 해야 하고 또 인내력을 갖고 끈질기게 우리 입장을 관철시킬 필요가 있다는 메시지를 보여주고 싶었던 겁니다.”


기자) 북한 당국이 이 전 대통령의 회고록 내용에 대해 거칠게 비난했습니다. 내용이 허위이고 상황을 오도했다는 주장까지 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김태효)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뭐가 틀렸다고 지적한 적은 없습니다, 지금까지 평양이요. 그렇다면 제가 볼 때 내용에는 자신이 없는 게 아니냐 하는 생각이 들고요. 구체적으로 사실관계가 어디가 어떻게 마음에 안 든다 라고 자세히 제시하면 얼마든지 거기에 대해서 추가적인 자료를 제공할 의향이 있습니다.”


기자) 최근 여러 행사와 언론 기고를 통해 북한 정부의 내구적 취약성을 지적했습니다. 어떤 측면에서 그렇게 보십니까?


김태효) “평양 거리를 다녀온 최근 방문객들의 얘기를 보면 번화한 거리, 깨끗하다, 예전보다 경제가 좋아진 것 같다. 지방을 가도 장마당이 활성화 된 것 같다. 이렇게 겉모습만 보고서 북한이 괜찮은 것 아니냐 이런 지적을 하고 어떻게 보면 타당해 보일 수 있겠지만 어떤 원인과 결과가 작용하고, 실제로 북한 내부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느냐에 대해서는 과학적이고 엄밀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보는데요. 제가 볼 때는 평양 거리를 보여주려고 하고 평양이 문제가 없어 보이려고 하는 것은 그 만큼 북한 정권이 소수 엘리트, 그리고 평양 위주로 마지막까지 체제를 사수하겠다는 그런 차별화된 정책 때문에 생기는 착시 현상이 아니냐. 겉에서 볼 때는 평양이 괜찮아 보이지만 대다수의 북한 주민이 거주하는 지방 경제는 그 만큼 더 많은 희생과 대가가 따른 결과가 아닌가 이걸 이해할 필요가 있구요. 그리고 지방에 장마당이 활성화된 것은 북한 당국이 기획하고 의도한 결과가 아닙니다. 지난 (이명박) 정부부터 꾸준히 중앙배급통제 시스템을 약화시키는 대신 물물교환과 많은 정보를 북한에 흐르게 하려는 이면의 여러 노력들이 합쳐져서 북한 주민 스스로가 그들의 생활을 보장하고 책임지려는 시장 마인드가 좀 확산될 것이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북한 당국이 의도한 결과가 아니고 결국은 우리가 바라는 내용으로 북한 내부에 정권 뿐아니라 지방 분위기가 그렇게 촉진됐으면 좋겠다란 의도가 맞물린 결과라고 봅니다.”


기자) 그럼 북한 정부의 금전적인 사정이 그렇지 좋지 않다고 보시는 건가요?


김태효) “북한 정권의 돈이 넉넉하지도 않구요. 또 있다 해도 그 것을 핵심 통치계층을 지지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고 또 우리가 알다시피 핵과 미사일에 모든 우선순위를 두고 있기 때문에 제한된 돈이 제한된 목적에 쓰여지고 있고 북한 주민들을 위해서는 그 만큼 여력이 없다고 볼 수 있겠죠.”


기자) 그런 상황에서 당 간부들의 의식은 어떤지도 관심사입니다. 지난주 워싱턴에서 열린 한 회의에서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하고 통일의 기운이 다가오면 수뇌부를 제외한 수 만 명의 관리들은 한국친화적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란 주장도 하셨는데 어떤 근거인가요?


김태효) “사람의 본능이 다 같겠죠. 정치를 하고 리더 계층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가장 핵심적 목표는 현재의 지위를 유지하고 어떤 변화에도 경제와 정치 권력을 빼앗기지 않는 것이거든요. 그런 면에서 보면 현재 북한의 핵심 지도부는 현 정치시스템이 자기 이익에 부합된다고 보기 때문에 지지를 하고 있고 김정은 가문의 혈통들은 어떤 변화에도 타협할 수 없겠죠. 하지만 나머지 리더들은 상황의 변화에 따라 그들이 어떤 신분이 보장되고 또 어떤 환경에서 자기들의 입장이 보호받을 수 있을 것인가에 더 큰 관심을 보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것을 면밀히 생각해서 미리 어떤 정치적 사회적 변화가 크게 북한에 발생할 것인가 개연성이 있으니까 그 때를 대비해 여러 준비를 하고 어떤 보장 장치를 마련해 둘 것인지를 지금부터 비공개적으로라도 마음 속에서 생각을 할 필요가 있겠다 하는 문제점을 지적한 것입니다.”


기자) 그런 지적이 북한 정부의 현 상황과 어떤 연관성이 있겠습니까?


김태효) “여러 가지를 보면 어차피 사람 사는 세계는 다 똑같다고 볼 수 있죠. 경제가 잘 되고 국제사회에서 정치적으로 우군 세력이 많을 때는 자신감이 생기는 것이고 최근 아시다시피 북한이 여러 가지 어려움에 빠지고 있으니까 그 안에서 북한 지도부 계층이 느끼는 갈등, 또 여러 가지 혼선도 충분히 늘어나고 있고 또 앞으로 이 것을 예의주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최근 북한에 한류 바람이 불고 있고 여러 외부 정보도 과거보다 많아지고 있지만 이 것이 곧 북한사회의 변화로 급속히 이어지기는 힘들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북한인들의 경제적 의식과 오랫동안 세뇌된 정치적 의식은 다르기 때문에 한국 정부에 대한 북한인들의 신뢰도도 높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보시고 한국 정부는 또 어떤 노력을 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김태효) “한국 정부도 그런 노력을 하고 있고 앞으로 더 체계적으로 열심히 해야 한다고 봅니다. 또 대한민국 국민들도 북한 주민들에게 다가가는 노력을 더 많이 하고 신경을 써야 한다고 봅니다. 북한 주민공동체란 것이 한국에 대해 확정된 입장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고요. 어차피 주민 개개인도 자기 자신의 행복과 이익을 추구하는 시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더 많은 정보와 더 많은 경제적 변화가 일어나도록 노력하는 동시에 오랜 세월 동안 주민들이 익숙해 있는 정치이데올로기, 또 정치적 제약 자체가 역설적으로 자연스럽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천천히 그런 정치적 변화와 경제적 변화가 맞물리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겠고요. 그러기 위해 통일정책을 더 내면화 시킬 필요가 있다고 보는 것이죠.”


기자) 북한을 둘러싼 최근의 정세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고 전망하십니까?


김태효) 결국 오바마 정부도 6년 동안 북한과 여러 협상과 시도를 해 봤는데요.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북한 정권의 입장에 대해 우리가 냉정한 판단이 필요할 것 같고요. 그렇다면 우리가 앞으로 해야 할 것은 억지로 희박한 가능성을 믿고 북한 정권과 협상을 하면서 보상을 하고 합의에 목멜 것이 아니라, 그런 노력도 언제든지 열려있겠지만 우리 스스로 우리의 안보를 지키고 억지력을 갖추고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는 다양한 변화 방안이 있겠느냐 하는 것을, 국제공조를 이루며 또 한국 스스로 노력을 기울이는 게 정답이라고 봅니다”


기자) 끝으로 전직 청와대 당국자로서 북한의 관리들과 주민들에게 어떤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김태효) “북한은 엘리트 계층이건 주민들이건 결국 대다수의 북한 주민들은 우리가 포용해야 될, 그리고 통일한국에서 같이 행복을 향해 나아가야 할 동포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전향적으로 인권 문제 등 한국의 동포로서의 미래를 위해 (같이 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계속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다만 대북정책을 짤 때는 항상 현재 권력을 누리고 있는 북한 정권의 여러 노림수에 우리가 넘어가지 않으면서 북한을 일관되게 계속 변화시킬 수 있는 노력을 구사하느냐, 이런 문제 의식만 잊지 않으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지금까지 한국의 이명박 정부에서 대북 협상 등 외교안보 분야 핵심 당국자로 활동했던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으로부터 최근의 북한 동향 등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김영권 기자였습니다.


<미국의 소리>에서 인터뷰한 글입니다.
원문보기: http://www.voakorea.com/content/article/266045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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