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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취임 시간의 정상화 방안김명식 | 2015.03.31 | N0.23

김명식 대구가톨릭대 교수·경찰행정학과


대한민국 대통령 임기 시작 규정 헷갈려
헌법엔 취임선서 동시에 임기 개시 규정
법률엔 취임일 0시에 국군통수권 인계
차기 대선 전에 공직선거법 손질 필요성


“대통령님, 국가위기관리실장 안광찬, 보고드립니다. 전후방 특별한 상황 없습니다.”

“경계를 철저히 하고, 인수인계를 정확히 하기 바랍니다. 그동안 수고 많았습니다.”

“예, 감사합니다. 국군통수권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인계되었음을 국가안보실장 내정자를 통해 확인했습니다. 대통령님, 편히 쉬십시오.”


정확히 25일 0시,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바통을 넘기는 순간이었다. 미등이 켜진 서재는 편안했다. 얼마를 그대로 앉아 있다가 일어섰다.(후략)


위의 글은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펴낸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 2008-2013’ 서문 5쪽에 있는 내용이다. 이 대통령은 임기가 2013년 2월 25일 0시를 기해 종료되었다고 썼다. 공직선거법 제14조 제1항 규정에 의한 것이다. 그러나 그 법률 규정은 대통령 임기개시에 관한 헌법을 잘못 적용한 위헌성이 있다.


우리나라 헌법은 대통령 임기가 시작하는 시간을 정하고 있지 않지만, 미국이나 필리핀 헌법에는 정오(noon)부터 대통령 임기가 시작한다고 되어 있다. 법률로 대통령의 임기개시 규정을 처음 넣은 것은 1963년 2월 1일 제정된 구 대통령선거법 제6조이다. 그때는 대통령의 임기를 ‘전임 대통령의 임기만료일의 익일부터 개시한다’라고 되어 있었다. 그 후 2003년 2월 4일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을 개정하면서 0시 표현이 들어갔다. 민법의 연(年) 기간 계산 방식을 원용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 헌법에서 대통령의 임기 개시와 관련한 규정이 없는 것이 아니다. 헌법 제69조는 ‘대통령은 취임에 즈음하여 다음의 선서를 한다’라고 되어 있다. ‘즈음하여’라는 말은 ‘특정한 때에 다다르거나 그러한 때를 맞다’는 뜻이다. 제헌헌법 제54조는 ‘취임에 제(際)하여’라고 하였다. ‘즈음하여’와 ‘제하여’ 둘 다 무슨 행위를 하는 때를 말한다. 즉 대통령의 취임과 선서가 동시간대에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이처럼 우리 헌법은 대통령의 임기개시를 특정한 ‘시간’이 아니라 선서를 하는 ‘행위’ 또는 ‘사실’을 기준으로 정하였다. 그러므로 아직 취임 선서도 하지 않은 한밤중에 대통령의 임기를 시작하도록 한 법률 규정은 헌법과 맞지 않는다.


1988년 2월 25일 발효된 현행 제6공화국 헌법에 의하여 5년 임기가 처음 적용된 제13대 노태우 대통령부터 취임식이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거행되었다. 보통 오전 10시에 시작하여 식순에 따라 취임선서를 하기까지 약 30분 정도 소요된다. 따라서 법률은 헌법 규정보다 약 10시간 30분 정도 일찍 대통령 임기를 시작하게 만들었다. 대통령의 헌법상 책무는 국가의 독립`영토의 보전`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대통령과 그를 보좌하는 비서실`경호실의 업무와 각종 핵심 시설이 밀집된 청와대의 인계인수는 공백 없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0시에 교대하는 것은 매우 비현실적이다. 극단적인 사례이기는 하나, 2월 24일 오후 11시 30분경 비상사태가 발생하여 대통령이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소집하고 회의를 주재하다가 24시가 되면 후임 대통령이 전임자가 임명한 위원들과 회의를 속개하고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까지 가정해 볼 수 있다.


그동안 전임 대통령 중에는 2월 24일 오후에 미리 청와대에서 나온 경우도 있고, 2월 25일 오전에 나와 몇 시간 초과 거주한 사례도 있는 등 다양하였다. 이처럼 0시의 임기개시 규정은 헌법 취지에서 보거나 현실적으로 문제가 많다. 따라서 국회는 대통령선거가 있기 전 충분한 검토시간이 있을 때 공직선거법을 손질할 필요가 있다. 즉 ‘대통령의 임기는 헌법 제69조에 의한 취임선서를 할 때부터 개시된다’로 개정하거나, 아니면 임기개시 규정을 삭제하고 해석으로 풀어도 된다. 그래서 퇴임하는 대통령은 2월 24일까지 청와대에서 집무하고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후임 대통령의 취임식장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보기에도 좋을 것 같다. 물론 법 개정 당시 대통령 임기는 몇 시간 늘어나겠지만, 후임 대통령의 임기가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 아니므로 형평에 어긋나지 않는다. 더욱이 대통령 임기가 햇수로는 5년으로 동일하지만, 날짜로 따지면 5년 동안 2월 29일이 두 번이면 1천827일 재임하고 한 번이면 1천826일 재임하는 등 24시간이나 차이가 나므로 별문제 되지 않을 것이다.


<매일신문>에 기고한 글입니다
원문보기: http://www.imaeil.com/sub_news/sub_news_view.php?news_id=16779&yy=2015#axzz3bmE5UN3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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