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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재판③] 김석한의 비즈니스강훈 | 2021.02.08 | N0.10
[강훈의 MB법정일기③] 삼성 뇌물 아닌 걸 알면서도… 검찰의 '답정너' 수사

삼성뇌물 '키맨' 김석한 조사 없이 수사 종결, 
'모순된' 김백준 진술만으로 기소… 검찰, 실체적 진실 외면


“그런 일이 있으면 이건희 회장과 직접 이야기를 했겠지... 안 그래요? 김석한 씨도 잘 알지 못했고, 이학수 씨도 나와 별 친분도 없는데 말이지.”

삼성 뇌물 사건에 대한 검찰의 공소사실(검사가 공소장에 기재한 내용)을 설명드리던 중 MB가 불쑥 말을 꺼냈다. 2018년 4월 MB가 기소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변호인단과 함께 MB를 접견한 자리였다.

검찰은 MB가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미국 로펌 '에이킨검프'의 김석한 변호사를 통해 당시 삼성 이학수 전략기획실장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기로 했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검찰 주장에 대해서는 나 역시 의문이 있었다. MB가 이학수 전 실장과 친분이 없었다는 사실은 검찰 수사자료에도 잘 나와 있었다. 이학수 실장 역시 검찰 조사에서 2007년 이전 MB를 본 것은 고려대 동문회에서 여러 사람과 함께 잠깐 인사를 나눈 것이 전부라고 진술했다.

“대통령께서는 김석한 변호사를 어떻게 알게 되셨습니까? 검찰은 대통령께서 삼성이 지원하는 자금을 김석한 변호사가 관리하도록 지시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문득 MB가 김석한 변호사를 알고 있었는지가 궁금해 질문을 드렸다. 삼성전자에 근무하고 있는 사위 이상주 전무를 비롯해 천신일 세중 회장 등 MB 주변엔 삼성과 가까운 사람이 있었다. 누군가를 통해 삼성 자금을 지원받고자 했다면, 그 사람들을 통하는 것이 훨씬 더 안전하고 쉬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허 참! 선거 때 캠프에서 몇 번 본 게 전부예요. 그것도 지금 검찰이 그렇다고 하니까 기억을 해낸 거지. 그땐 매일 수십 명과 접견했는데 어떻게 다 기억해? 그렇게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삼성에서 받은 뇌물을 관리하라고 시켰다는 게 말이 돼요?”

MB는 어이가 없는지 헛웃음을 치며 대답했다.

김석한 변호사는 삼성 뇌물 사건의 '키맨(key man)'이다. 그럼에도 검찰은 김석한 변호사를 조사하지 않고 수사를 종결했다. 더구나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과 이학수 전 실장이 김석한 변호사로부터 전해들은 전문진술(직접 경험한 것이 아닌 제3자로부터 전해들은 내용을 진술한 것)만을 근거로 MB를 기소했다. 그런데 문제는 김백준·이학수 두 사람의 진술 내용이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김백준 전 기획관은 김석한 변호사로부터 “삼성이 MB에게 자금지원을 하고 싶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고 진술했다. 반면 이학수 전 실장은 김석한 변호사로부터 “MB 측에서 삼성에 자금지원을 요청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고 진술했다.

두 사람의 진술이 모두 사실이라면, 김석한 변호사가 MB 측에는 삼성이 돈을 주고 싶어한다고 말하고, 삼성에는 MB가 돈을 요구한다고 서로 다른 말을 한 것이 된다. 검찰은 이같이 서로 다른 두 사람의 진술을 적당히 얼버무려 MB를 기소한 것이다.

수사기록을 살피던 중 김석한 변호사에 대해 궁금증이 생겼다. 검찰 수사기록 및 언론 보도 내용 등을 통해 그가 어떤 인물인지 살펴봤다.

김석한 변호사는 법정소송이 아니라, 한국 기업의 미국 소송을 수임하는 일을 맡아 동양인으로는 드물게 미국 변호사업계에서 성공한 인물이었다. 그는 1980~90년대 삼성의 미국 덤핑 소송을 맡으면서 이건희·이학수 두 사람과 인연을 쌓았다. 이후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삼성의 미국 내 각종 소송 및 로비 활동을 도맡아 수임하면서 에이킨검프의 수석파트너로 성공가도를 달렸다.



김석한 변호사의 영업방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은 검찰 수사기록 곳곳에 남아 있었다.

김백준 전 기획관은 검찰 조사에서 “김석한 변호사가 다스 미국 소송을 무료로 변론해 주고 있다. 다스를 위해 무료 변론을 해주면 대통령이 뭔가 다른 일을 해줄 것으로 알았기 때문이다”라고 진술했다. 다음날 조사에서는 대통령이 해줄 ‘뭔가 다른 일’이 “현대차그룹의 미국 소송을 김석한이 수임하도록 도와달라는 것”이라고 진술했다.

박근혜정부 초기인 2013년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이 미국에서 소송에 휩쓸렸을 때도 윤 대변인과 일면식도 없던 김석한 변호사가 무료변론을 자처하고 나섰다. 김석한 변호사에 대해 이 같은 자료들을 살펴보면 볼수록 삼성 뇌물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재미있는 것은 검찰 측도 내가 내린 결론과 비슷한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검찰이 1심 재판에서 제출한 의견서 중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검찰 의견서에 따르면, 김석한 변호사가 ▲MB를 위해 무료 법률 서비스를 해주면서 환심을 사고 ▲그 비용은 삼성에 대납받아 자신이 경제적 손해를 입지 않으면서 ▲삼성에는 유력후보에 대한 접근 희망성을 충족시켜주고 ▲그 과정에서 에이킨검프가 더 많은 소송을 수임할 수 있도록 하여 자신의 이윤을 취하는 윈윈(win-win) 비즈니스를 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검찰은 이처럼 ‘김석한 변호사가 자신이 경제적 손해를 입지 않기 위해 삼성으로부터 법률비용을 대납받았다’고 결론 내려놓고는, 삼성으로부터 김석한 변호사가 대납받은 비용이 MB에 대한 뇌물이라는 모순된 주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니 MB가 의문을 가진 이유가 이해됐다. MB가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으려 했다면 이학수 전 실장이 아닌 이건희 회장에게 요구했을 것이다. 누군가 중간다리 역할을 할 사람이 필요했다면 김석한 변호사가 아닌 삼성과 가까운 자신의 측근을 이용했을 것이다.

그렇게 되지 않은 이유는 김석한 변호사가 MB 측에 제공한 에이킨검프의 법률지원이 무료 서비스였기 때문이다. 그 뒷단의 작업은 비즈니스 차원에서 김석한 변호사의 선택하에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니 MB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삼성 뇌물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그렇다면, 삼성이 자금을 댔다는 사실은 MB에게 보고될 수가 없다. 그럼에도 검찰은 김백준 전 기획관으로부터 삼성의 자금지원 사실이 MB에게 보고됐다는 진술을 받아냈고, 법원은 김백준 진술을 근거로 유죄를 판단했다.

도대체 어떤 근거로 사법부가 그런 판단을 했고, 그 판단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살펴보자.

-계속-

강훈 (법무법인 열림 대표변호사, 전 서울고등법원 판사)

<뉴데일리>에 기고한 글입니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1/02/01/202102010005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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