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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금지법` 시행을 앞두고김황식 | 2016.09.06 | N0.157

크리스티안 불프 독일연방 대통령은 2012년 2월 특혜 의혹으로 사임합니다. 대통령이 되기 전인 니더작센주 총리 시절 주택 구입을 위해 기업인 친구의 부인에게서 50만유로를 시중금리 연 5%보다 낮은 연 4%로 빌렸다가 2년 후 변제하였고, 함께 휴가를 보낸 친구가 불프 모르게 호텔 업그레이드 비용 등으로 720유로를 지급한 사실 때문입니다. 언론 등이 추가로 사소한 의혹들을 제기하고 여론이 악화되자, 불프는 책임질 만한 잘못은 없지만 국민의 신뢰가 훼손돼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며 사임합니다. 그리고 기소된 향응수수 및 직권남용 죄에 대해 2014년 무죄 판결을 받습니다. 그사이에 배우자와 이혼하는 어려움을 겪습니다.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고위 공직자의 청렴성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어떠하며 그 처신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선진국 독일의 모습입니다.


이달 28일부터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됩니다. 이 법률은 적용 대상으로 공직자뿐만 아니라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 그리고 그 배우자까지 포함하고 있고, 부정청탁을 하거나 금품 등을 제공한 일반 국민도 이 법에 따라 처벌을 받기 때문에 사실상 전 국민이 이 법의 적용 대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법 시행에 따라 공직사회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을 것입니다. 그간 적용 대상의 범위 등과 관련해 위헌 등 논란이 있었지만 헌법재판소가 합헌으로 결정한 이상 법 취지를 잘 살려 우리 사회가 청렴하고 투명한 사회로 나아가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법 시행과 관련해 불명확한 점이 일부 존재하고 그것들이 법원 판결 등에 의해 명확히 정리되기까지 생기는 혼란은 차치하더라도 민관의 소통과 협력과 관련해 공직사회와 시민사회가 어떻게 반응하고 변화할지, 그리고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어떠할지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입니다. 어떤 제도나 정책이든 그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게 마련이지만 이 법률처럼 역기능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절실하게 필요한 법도 없는 것 같습니다. 이른바 제도의 연착륙에 힘을 쏟는 한편 불합리한 문제점이 드러나면 이를 적극적으로 시정하는 노력이 진행돼야 할 것입니다.


어느 조사에 의하면 국민의 57%가 공직사회가 부패했다고 평가하는 반면 공직자의 7.7%가 공직사회가 부패했다고 평가합니다. 양자의 간극이 너무 큰 것이 사실이고 그 원인이 어디에 있건 이는 공직사회가 법 시행을 너무 과하다고 불만을 가질 소지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리하여 공직사회가 불만을 갖거나 위축된 나머지 이 법 시행을 빌미로 국민과의 소통과 협력에 소극적으로 되어 현장감 있는 정책 개발을 등한히 하거나 민원 처리를 원활하게 행하지 않는다면 이 또한 큰 문제입니다. 그러므로 정부는 이른바 소극적 행정, 해야 할 일을 피하거나 미루는 행태에 대해 감시·감독을 강화하고 사안에 따라서 엄격하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과감한 규제 개혁 및 행정 쇄신을 통해 민원인들이 공직자를 접촉할 필요가 있는 경우를 최소화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국가발전에 기여해온 대부분 공무원의 역할과 헌신이 과소평가되지 않도록 공직자들의 사기를 진작하여 전문성과 사명감을 갖고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공직자들도 이 법률을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디딤돌로 생각하고 위축됨이 없이 당당하게 국민과 소통하면서 국민의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한편 이 법이 시행되면 부당한 목적으로 관련 증거 수집에 나서는 사람도 적지 않으리라 예상됩니다. 이로 인해 사회 분위기는 어수선해지고 경제는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대처해 나아갈지, 관련 기관들은 합리적이고 통일적인 처리 방식 마련에 지혜를 모아야 할 것입니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

<매일경제>에 기고한 글입니다.
원문보기: http://news.mk.co.kr/column/view.php?year=2016&no=629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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