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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도 반도체산업 육성에 나섰다박태호 | 2022.03.18 | N0.517
글로벌 반도체수요 곧 두배로 증가
유럽, 반도체 생태계 강화에 박차
‘반도체 위원회’ 적극 고려하면서
첨단기술 강한 유럽과도 협력해야


지난달 8일 EU 집행위원회는 ‘유럽 반도체법(European Chips Act)’을 제안하였다. 집행위는 법 제정의 배경 및 EU의 미래 반도체 전략, ‘유럽 반도체법,’ 회원국들에 대한 권고 등으로 나누어 별도의 문서들을 배포했다. EU의 법 제정 절차에 따라 유럽 의회와 회원국들이 최종합의를 이루면 ‘유럽 반도체법’이 발효될 전망이다. EU의 ‘유럽 반도체법’ 제안의 배경에는 크게 세 가지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첫째, 유럽은 세계 주요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2020년 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심각한 반도체 공급부족을 경험했다. 둘째, 반도체의 최종 생산이 한국과 대만의 소수 기업에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과 셋째, 미국, 중국, 일본, 한국 등이 반도체 생산능력 제고와 연구개발을 위해 대규모 정부지원에 나서고 있다는 것을 인식한 것이다.

EU는 2020년 12월 ‘프로세서와 반도체 기술에 관한 유럽의 계획’이라는 공동선언을 채택하는 등 유럽의 반도체 생태계 강화를 위한 노력을 본격적으로 전개했다. 2021년 3월 EU 집행위원회는 그 노력의 일환으로 ‘디지털 나침반(Digital Compass)’ 전략을 발표했다. 이 전략의 핵심은 EU 역내의 첨단반도체 생산을 세계생산의 최소 20%로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최근 유럽의 기업들이 반도체 분야에 매년 60억 유로 규모의 투자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유럽은 반도체 분야에서 여러 강점을 가지고 있다. 유럽은 전력전자, 무선주파수, 센서, 미시제어장치 등 자동차와 제조업에 많이 쓰이는 반도체의 디자인 분야에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또한 유럽은 차세대 반도체 개발과 반도체의 에너지소비 감축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반도체 소형화기술 연구의 중심지로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EU 역내에는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재료와 장비를 공급하는 유수한 기업들이 있으며 동시에 자동차를 비롯해 공장자동화, 헬스케어 등 분야에 반도체를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세계 굴지의 기업들이 다수 존재한다.

그러나 유럽은 이러한 강점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반도체의 10%밖에 생산하지 못하고 있고 대부분 제3국 기업으로부터 반도체를 공급받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유럽은 반도체 생산능력이 부족하고 반도체 생산의 최종 단계인 패키징과 조립에 있어서 높은 해외의존도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2030년까지 반도체 수요가 지금의 두 배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동시에 반도체는 앞으로 산업과 경제뿐 아니라 군사와 안보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 만큼 반도체의 안정적 공급이 유럽은 물론이고 세계 주요국들의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번에 EU 집행위가 제안한 ‘유럽 반도체법’은 반도체 연구 및 기술 분야에서 리더십 강화, 에너지 효율적이고 지속가능한 첨단반도체의 개발능력 확충, 역내 첨단반도체 생산 4배로 확대, 전문인력 양성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목표를 이행하기 위해 EU는 2030년까지 약 430억 유로 규모의 투자지원을 계획하고 있다. 동 법은 반도체 신규 생산시설에 대한 민간투자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공적지원의 특별기준을 새로 마련했다. 즉 유럽 내에서 ‘최초(first of a kind)’로 구축되는 생산시설의 경우 공적지원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한 앞으로 반도체의 글로벌 공급망 상황을 시시각각 모니터링하고 어려움이 예측될 경우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상설조직으로 ‘유럽 반도체 이사회’를 설립하기로 했다. 나아가 미국, 일본, 한국, 대만 등과 반도체와 관련한 전반적인 정보공유를 할 수 있는 국제 파트너십 구축을 제안하였다. EU는 이미 미국과 ‘무역·기술 협의회(TTC)’를 신설했으며 이를 통해 반도체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우리는 ‘유럽 반도체법’에 제시된 주요 내용을 참고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유럽 반도체 이사회’와 같이 우리나라도 기업, 정부,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하는 가칭 ‘반도체 위원회’ 설치를 고려해볼 만하다. 이를 통해 수시로 반도체 관련 글로벌 수급상황을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실질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는 반도체와 관련해 세계 주요국들과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등 국제협력 추진을 적극 검토했으면 한다. 우리나라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미국, EU 등과 양자간 ‘무역·기술 협의회(TTC)’를 맺는다면 반도체 관련 제반정보를 공유하고 나아가 반도체의 안정적 공급확보를 위해 상호 협력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기업들은 반도체 관련 첨단기술, 재료 및 장비에 강점이 있는 EU와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기술보호주의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유럽에 있는 유수한 반도체 연구소와의 협력을 추진하는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민간차원의 국제협력을 다변화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나아가 역내에 첨단반도체 생산규모를 확대하려는 EU의 지원정책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현지투자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박태호 광장국제통상연구원 원장·전 통상교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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