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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레임덕을 막는 유일한 방법이동우 | 2016.05.04 | N0.106

이동우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사무총장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경제성장이 거의 멈춰버린 상황
국가 레임덕 비극 막으려면 공무원 제대로 일할 수 있게 여건을 만들고 응원해줘야


민주주의 국가는 선거가 일상화되어 있기 때문에 선거가 끝나면 바로 일상으로 복귀하는 것이 마땅하다. 4·13 총선도 수많은 선거 중 하나일 뿐이지만 마치 세상이 다 바뀔 것처럼 뒤숭숭하다. 여당은 비탄과 자기연민에 빠져 있고, 야당은 벌써 정권교체를 떼놓은 당상인 양 희희낙락하고 있다.


정치권이 수준 미달이라도 경제가 성장을 지속하고 벤처정신이 살아있으면 나라는 문제 없이 돌아간다. 미국이 그렇다.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다고 하더라도 미국에는 페이스북, 구글, 테슬라 같은 벤처기업이 우수죽순처럼 생겨나는 ‘기업국가’이기 때문에 누구도 미국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은 문민화 이후 ‘정치국가’가 되어버렸기 때문에 정치가 잘못 돌아가면 나라의 장래가 암울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렇지만 그나마 경제라도 좋으면 정치가 제몫을 할 때까지 시간을 벌 수 있다. 불행히도 지금 우리 경제도 정치와 난형난제 꼴이다.


수출은 마이너스 행진을 계속하고 수입은 더 줄어드는 전형적인 불황형 축소지향 경제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그 결과 기형적인 무역수지 흑자로 인한 달갑잖은 원화가치 고평가로 수출축소를 더욱 부채질하는 악순환에 빠져버렸다.


재계에도 이병철, 정주영 같은 벤처정신으로 무장한 걸출한 새 리더가 눈에 띄지 않는다. 롯데 신격호 회장의 경우처럼 아직 창업세대가 살아있는 기업은 총수가 너무 오래 권좌를 장악한 탓에 자기무게를 지탱하지 못해 스스로 주저앉는 형국이다. 아들이나 손자 세대는 할아버지나 아버지의 벤처정신 불굴의 투지는 물려받지 못하고 못된 ‘갑질근성’만 키운 탓에 수성하기에도 힘이 부치는 모습들이 즐비하다.


예전에는 재계를 대표하는 전경련 같은 경제단체가 정부가 힘들거나 휘청거릴 때 뒷받침하는 막후의 경제리더 역할을 했지만 지금 경제단체들은 친목단체 수준이다. 경제계가 이렇다면 대학을 비롯한 학계라도 현자와 스승이 있어서 세상을 지도편달하고 심기일전하게 만들면 길이 열릴 수 있다. 하지만 대학도 제 코가 석자다.


학령인구 미달로 대부분의 대학이 총장과 보직교수는 물론 일반교수들까지 학생 모집하랴, 산학기금 따내랴 자신들의 먹거리를 챙기는 데 급급한 지경이다. 지금처럼 지성인들의 목소리가 잦아들고 비전 제시가 별 볼 일 없는 수준으로 전락한 전례가 드물다. 이렇게 된 것은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이 구조적 위기에 빠져 정신을 못 차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과 경제계와 학계까지 한꺼번에 갈피를 못 잡고 허우적거리는 전대미문의 위기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가 확실하게 국정을 장악하고 있으면 그나마 갈피를 잡아나갈 수 있다. 하지만 4·13 총선 이후 정치권이 국정을 뒷받침하기는커녕 벌써 여당 내부부터 각자도생의 길을 내놓고 달려나가는 판국이다. 이제부터 갈수록 대통령의 영이 서지 않는 것은 역대로 경험한 대통령중심제의 한국적 특성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대한민국을 실질적으로 지탱하는 버팀목인 경제성장이 거의 멈춰버린 상황에서 이런 진공상태가 현 정부 임기와 다음 정부가 국정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는 2018년 상반기까지 지속된다면 우리나라는 거덜날 것이다.


‘국가 레임덕’ 비극을 막으려면 공무원들이 열심히 일을 제대로 하도록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 공무원들이 눈치를 보지 않고 후환을 두려워하지 않고 공무를 집행하고 자신들이 국가 레임덕을 방지한다는 자부심을 느끼도록 응원해 줘야 한다.


불가피한 자리를 빼고는 정무적 인사를 자제하고 공무원의 희망인 진급 자리를 많이 마련해 주고 일을 잘 하려다가 빚어지는 실수는 책임을 묻지 않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정치권부터 언론, 시민단체까지 지금은 공무원이 좌고우면하지 않도록 박수를 쳐주고 기를 살려줄 때다.


공무원들이 다들 최고라서가 아니고,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그나마 제 앞가림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사람들이 공직자이기 때문이다.


<영남일보>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원문보기: http://www.yeongnam.com/mnews/newsview.do?mode=newsView&newskey=20160504.01030082351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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