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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 총선 승리자는 국민 김황식 | 2016.05.02 | N0.104

김황식 前 국무총리


4·13 총선 결과를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갑작스레 닥쳐 온 천재지변도 아니고 대한민국 땅 안에서 대한민국 국민이 만들어내는 결과인데도 말입니다. 저만 해도 야권이 분열된 정치 구도인 만큼 새누리당이 과반인 150석 내지 160석을 차지하리라고 예상하였습니다. 한때는 180석을 넘기는 것이 아닌지 예상하면서, 그것은 오히려 균형 잡힌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는 생각까지 하였습니다.


국회선진화법의 폐해를 걱정하면서도 대화와 타협은 더욱 멀어지고 오만과 독선은 가까이 다가오는 걱정도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구약성경 잠언 30장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아굴의 기도를 떠올렸습니다. "나를 가난하게도 마옵시고 부하게도 마옵시고 오직 필요한 양식으로 나를 먹이시옵소서. 혹 내가 배불러서 하나님을 모른다 여호와가 누구냐 할까 하오며 혹 내가 가난하여 도둑질하고 내 하나님의 이름을 욕되게 할까 두려워함이니이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그 결과는 이미 예견된 것이기도 하였습니다. 여당이 공천과정에서 보여준 원칙도 품격도 없는 행태에 국민은 낙담하였고, 잘못을 반성한다면서 벌인 무릎 꿇고 하는 큰절이나 우스꽝스러운 반다송(반성과 다짐의 노래) 등은 전혀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이벤트들이었습니다. 또한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정부 여당은 청년들을 포함한 국민에게 가시적인 실적은 물론 장래에 대한 꿈과 희망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하여 이번 총선을 야당의 승리라고 할 것도 아닙니다. 선거과정에서 나타난 야권의 무원칙한 이합집산에도 불구하고 야당이 이룬 선거 결과는 집권 여당에 대한 질책의 반사이익입니다. 지역구 투표와 정당 투표를 교차시키는 국민의 안쓰러운 몸부림이 이를 잘 말해줍니다.


그래서 어떤 이는 정말 지지할 후보나 정당이 없다면서 투표용지에 `지지할 후보가 없음` 칸을 만들어 여기에 기표된 수가 1위인 경우에는 당선자를 내지 않는 것이 국민의 의사를 진정으로 반영하는 것이 되고 정치인들도 국민 무서운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까지 말합니다.


아무튼 이번 선거는 국민이 정치권을 향하여 겸손한 자세와 함께 일방 독주나 무조건 반대가 아닌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명령하는 메시지를 강력하고 효과적으로 전한 선거로서 국민의 승리일 뿐 어느 정당의 승리라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제 여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여 정부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였던 지금까지와는 다른 상황이 되었으니 정부의 국정운영에 많은 어려움이 예상됩니다. 야당의 힘은 커졌으니 정부 여당으로서는 야당의 협력이 절대로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정부 여당과 야당과의 관계가 합리적, 협조적으로 조정되지 않으면 국정은 혼란스러워질 것이고 그에 따른 손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될 것이므로 이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대화와 타협을 할 수밖에 없는 이번 기회에 정치권이 국정을 공동 운영하는 자세로 서로 대화하고 타협해 나간다면 오히려 국가 발전의 새 계기를 만들 수도 있다는 기대를 하게 됩니다.


독일이 오늘의 평화와 번영을 누리는 것은 정치에 힘입은 것이고 그 바탕에는 협치(協治)가 있다는 것을 늘 생각하고 있었던 저이기에 더욱 그러합니다. 아시다시피 독일은 정부가 수립된 1949년 이래 지금까지 예외 없이 두 개 정당이 연립하여 정부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1956년에는 단독정부 구성이 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연정을 했던 독일의 예에서 교훈을 얻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 정치 현실에서 당장 연정은 어렵더라도 독일 정당들이 벌이는 대화와 타협의 자세와 정신을 크게 참고하여야 할 것입니다.


이제 여야당은 시험관인 국민 앞에 섰습니다. 정치권에 협치의 시험과제를 부여한 국민은 어느 정당이 진정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하여 일하는 정당인지 냉정하게 지켜볼 것입니다. 그에 따른 판단은 다가오는 대통령선거에 반영될 것입니다. 국민이 얼마만큼 현명한지 깨닫고 그 뜻을 받드는 정당이 이번 선거의 궁극적인 승자가 될 것입니다.


<매일경제>에 기고한 글입니다.

원문보기: http://news.mk.co.kr/column/view.php?year=2016&no=318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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