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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비정규직 배반하는 일자리 정부권태신 | 2020.11.27 | N0.472
빛 좋은 개살구!’ 겉은 번지르르한데 실속은 없다는 속담으로, 취지는 좋으나 부작용만 초래하는 정책을 빗댈 때 사용하기도 한다. 대표적 사례가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정부의 ‘기업이윤 상한제’다. 마두로는 서민 보호와 인플레이션 억제를 명분으로 기업이 30% 이상의 마진을 남기지 못하도록 했다. 이를 어기면 사업주를 구속하고 회사를 국유화하도록 제재 장치도 마련했다. 이렇게 강력한 가격 통제의 결과는 최악의 경제위기였다. 수지타산을 못 맞춘 기업들이 문을 닫거나 암시장으로 발길을 돌리면서 물가가 치솟았고 서민들은 생필품조차 구하지 못하게 됐다.

서민을 위하고 물가를 잡겠다는 정책이 왜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한 걸까? 이는 선한 의도와 단순한 정책만으론 복잡다단한 시장에 대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빛 좋은 개살구’ 식의 정책이 외국의 일만은 아니다. 요즘 우리나라의 노동정책을 보면 문제가 심각하다. 대표적인 예로 꼽히는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정규직 전환은 비정규직 보호라는 선한 취지에서 시행됐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정규직화는 또 다른 약자인 취준생의 기회 박탈로 이어졌다.

지금도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책들이 줄줄이 논의되고 있다. 해고자·실업자에게도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노조법 개정안과 근로자 대표가 이사회에 들어가 경영에 참여하는 노동이사제는 노조의 무리한 요구로 몸살을 앓고 있는 산업 현장을 중병에 걸리게 할 수 있다. 기업들은 개정안들이 통과되면 노사 갈등이 심해지면서 교섭 비용이 급증하고 경영 성과에 저해가 될 것으로 본다. 이는 결국 기업의 채용 여력을 줄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청년 구직자에게 갈 것이다.

캐디, 보험설계사 등 특수형태근로 종사자(특고) 고용보험과 퇴직급여 확대 법안도 마찬가지다. 특고 보호를 위한 목적과 달리, 고용보험 의무 적용은 사업주의 보험료 부담으로 이어져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당사자인 특고들도 10명 중 7명이 개정안 통과 시 일자리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한 달만 다녀도 퇴직급여를 주는 법안은 특히 영세업체의 고용을 줄일 가능성이 크다. 퇴직급여 재원은 사용자가 부담하는데,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이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자리 문제로 국민이 겪는 고통은 절망적 수준이다. 구직 전선에 뛰어든 청년들은 ‘바늘 구멍마저 막혔다’며 한탄하고,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경제 허리인 40대도 위태롭다. 이는 코로나19 충격도 있지만, 그동안 노동시장의 구조적 요인을 외면한 채 노조에 편향된 정책을 추진해온 결과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인가? 감성이 아닌 본질적 문제에 집중한 처방이 마련돼야 한다. 예를 들어, 비정규직 문제는 정규직 전환이 아니라 과도한 정규직 보호 완화와 성과·직무 중심으로의 임금체계 개편을 통해 풀어야 한다. 비정규직 문제는 임금 등 근로조건의 차이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근원적으로는 노동개혁을 통해 근로 시간·형태 등 노동 유연성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 아울러 거대 노조에 편향된 노동관계법도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 일자리 정책만큼은 ‘따뜻한 가슴’이 아닌 ‘차가운 이성’으로 다룰 때다.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문화일보>에 기고한 글입니다.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201127010735110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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