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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책 성공 원하면 다주택자 먼저 살려라박병원 | 2020.11.19 | N0.467
임대 사업자 장려하면서 다주택자 투기꾼 취급하면 
임대주택 공급 누가하나
싼 집 원하는 국민도 있지만 더 나은 집 바라는 국민 더 많아
수요 억제 조치 역효과 낳을 뿐


끝없이 이어지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국민이 집을 사기 때문에 집값이 오른다”고 하는 잘못된 전제 위에 서 있다. 집을 한 채 이상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집값 상승의 원흉이므로 가차 없이 응징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노태우 대통령의 1기 신도시로 1991년에서 2001년까지, 노무현 대통령의 2기 신도시로 2008년에서 2016년까지, 강남 아파트 값조차도 안정됐던 적이 있었다. 국민은 선량하고 현명하다. 집값의 반 정도의 돈을 내고 살 수 있는 전세라는 제도가 있는 나라에서 집값이 안 오르는데 집을 살 사람은 없다.

사람들이 집을 안 사서 미분양 주택이 누적되면(2008년 말 미분양 주택이 16만 가구를 넘었다!) 건설업자들은 주택을 지을 수가 없게 되어 공급 차질을 빚게 되므로 역대 정부는 세제, 금융 혜택을 주어 가면서 분양 촉진책을 써 왔다. 가까이는 2017년 8월 바로 현 정부, 현 장관이 “임대 사업자로 등록하면 세제, 금융 혜택을 주겠다”면서 임대 사업을 장려하지 않았던가? 이럴 때 아파트를 여러 채 사서 임대주택으로 내놓은 다주택자가 없었다면 주택 공급의 차질은 더 커졌을 것이다.

“국민을 집의 노예에서 해방시켜 주는” 방법은 명백하다. 임대주택을 늘려서 임대료도 전세금도 안 오르는 세상을 만들면 된다. 현 정부의 대책은 현재 160만 가구인 공공임대주택을 2025년까지 240만 가구로 확대해서 25%가 공공임대주택에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 세 배인 720만 가구가 2025년에도 여전히 민간임대주택에 살아야 한다는 말인데 다주택자가 없으면 그 임대주택을 누가 공급할 것인지 이해가 안 간다.

정상적인 임대사업자, 특히 법인 임대사업자까지 투기꾼 취급을 해서 불이익을 주는 조치들은 모두 원상회복시켜야 한다. 이들이 남들이 배가 아파할 정도의 자산 소득을 올렸다고 해도 그들이 원한 것도 도모한 것도 아니다. 재개발, 재건축을 규제하여 공급에 차질을 빚은 정부가 만들어 준 것이다.

재건축 과정에서 큰 집 한 채 대신에 작은 집 두 채를 선택하여 한 채는 세를 놓은 사람, 강남 아파트 한 채 값도 안 되는 돈으로 값이 오를 가능성도 희박한 지역에 연립주택 열 채를 사서 임대 시장에 공급한 사람들을 모두 투기꾼으로 몰아 응징하는 것은 정부의 서민 주거 안정 정책에 호응한 국민을 저버리는 배신 행위다. 정상적인 소득세와 양도세를 부과하는 것으로 족하며 징벌적 중과세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집을 사지 않아도 되는 세상(매매가를 안정시킬 최선의 방법이기도 하다!)을 앞당기려면 임대사업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과거의 정책을 꾸준히 밀고 나가야 한다.

다주택자가 중과세를 못 견뎌 집을 매물로 내놓게 만들어 매매가를 안정시킬 생각만 하고 전세가나 임대료가 오를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면 너무나 단견이다. 주택의 총량이 그대로이고 세입자에게 계약갱신청구권도 주었으니 큰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듯한데, 매매 시장에 공급이 느는 만큼 전·월세 시장의 공급은 줄 것이고, 이 시장의 특성상 공급이 1%만 부족해도 전세금은 10% 이상 오를 수 있다는 것을 어떻게 모를 수가 있다는 말인가?

임대든 매매든 공급을 늘려야 하는데 이를 공공이 다 감당할 수는 없다. 가능하다 해도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사마천은 2100년 전에 사기 화식열전에서 “값이 비싼 것은 곧 싸질 조짐이고 싼 것은 곧 비싸질 조짐”이라고 갈파한 바 있다. 조금만 참을성을 발휘하고 값이 오른 것을 마음껏 공급할 수 있게 규제만 풀어 주면 시장은 많은 문제를 스스로 해결한다. 반면 수요를 억제하는 모든 조치는 민간에 의한 자발적인 공급에 지장을 초래한다.

또 공공은 집을 싸게 공급하려고 애쓰게 마련인데 싼 집을 원하는 국민도 있겠지만 더 나은 집을 원하는 국민이 더 많다. 주택보급률 100 시대에 주택청약예금 가입자 2600만 명은 더 나은 집에 대한 수요를 의미한다. 강남 집값을 잡으려면 강남에 필적하는 위치에 강남보다 더 좋은 집을 지어야 하는데 이것은 공공이 할 일도,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강남 집값을 안정시켜 주면 너나 없이 강남에 집을 사려고 덤빌 텐데 어떻게 안정시킬 수 있겠는가?

국민은 집의 노예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좋은 집의 주인이 되고 싶어 한다. 임대든 매매든 공급을 늘리려면 민간의 자발적 노력을 활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부디 이이제이(以夷制夷)의 현명함을 보여 주기 바란다.

박병원 안민정책포럼 이사장·前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조선일보>에 기고한 글입니다.
https://www.chosun.com/opinion/chosun_column/2020/10/28/M34X7SONXVCABDVOJJIQTZ24S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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